출국 후/쾰른_Köln

8월 17일 토요일 / 쾰른 여행 / 누가 독일 노잼이라고 했냐 - 3 (추가)

지영(JiYeong) 2024. 8. 18. 22:41

(이번 글의 분량은 길어요! 여유를 가지고 읽어주세용 히히)

 

여행기를 2편까지 폭풍 작성하고, 잠든 뒤 일어나니 여덟시 반 쯤 되어있었다.

 

현재 쾰른3편을 적고있는 오후 12시 54분, 내 방 창문의 풍경. 오늘은 어제보단 덜 흐리다. 해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Die Sonne scheint allmählich.

 

 

로버트의 여동생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도 어느덧 익숙해진것같다. 사실 첫 만남부터 엄청났는데, 동생의 남편은 나에게 인사를 건넬 때 마치 영화 속의 코미디언 마냥 손을 힘차게 움직이며 '안녕~??! 나는 P야! 어떤 언어가 편하니?! 영어? 스페인어? german!? Deutsch?!' 하며 과장된 몸짓을 보여줬다. 절맨과 도이치 둘 다 독일을 뜻하는 말일텐데, 이해를 앞서 그 상황이 너무 웃겼던 바람에 같이 인사하며 빵터졌닼ㅋㅋㅋㅋㅋ앗 다시 생각해보니, 이곳은 쾰른사투리를 쓰는 곳이다. 또한 hoch Deutsch, dialekt등의 단어가 나왔었던것 같아- 종합해보면 '쾰른 사투리가 편하니 아니면 표준 독일어가 편하니~?!' 라고 말했던것 같다. 여튼, P는 이후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댔다. 덕분에 여러번 폭소를 터뜨리곤 했다. 여동생과 그의 남편 그리고 두 아들과는 이번주 목요일부터 함께했는데-  아저씨의 아들인 J와 함께 넷이서 축구도 하고 다같이 호수 수영도 다녀왔다. 이 에피소드들도 말할게 많지만, 일단 쾰른여행기부터 끝내고! 뒤이어 바로 적을 예정이다 후후 (그러면 일단 이번주 일상 기록은 끝! 월요일인 내일부턴 대사관에 들리는 겸 5일간 베를린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기에, 오늘 반드시 이번주 일기를 끝내야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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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을 둘러보고 나와,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중 마침 또 대빵 근사해보이는 건물이 보여 홀리듯 그쪽으로 향했다.

 

café Reichard / 이름을 못알아보겠어서 나중에 구글로 검색했다 ㅎ 카페와 초콜렛가게를 겸한곳인듯?!

 

앉아서 뭘 먹기엔 좀 부담스러웠기에, 간단하게 사서 먹을것이 뭐가 있을까~ 하니 예쁘고 맛있어보이는 초콜릿들이 진열되어있었다. (뭘 먹을지 고민함과 동시에 뭐라고 물어볼까 긴장하여 내부 사진은 깜빡함..) 알콜이 포함되어있는 초콜렛밖에 안보였는데, 이 대낮부터 취할 순 없으니(엥 사실 난 술이 짱 쎄다^^) 알콜이 없는 초콜렛은 어디있는건지 물어봐야겠다 싶어 점원에게 (큰 맘 먹고) 질문했다. "Entschuldigung. Gibt's hier keine Schkoladen ohne Alkohol?(실례합니다, 여기 알콜없는 초콜릿은 없나여?)" 하자 점원이 방금까지 내가 본 초콜릿의 바로 옆 초콜릿을 가리키며 "Hier ist es ohne Alkohol, und hier auch(여기 있고요, 그리고 이쪽에도 있습니다)" 하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긴장한탓에 바로 옆에 있는것도 못 봤던것이다 으히힣ㅎ 

 

+한국어의 '~없이'라는 단어가 독일어에선 ohne라는 전치사.(영어의 without과 같다.)

또한 독일어엔 영어와는 다르게 명사를 부정하는 단어도 있다. 바로 'kein'. (명사의 성과 수, 격에 따라 keins, keine, kein, keinem..등등 달라짐) 영어의 not이 독일어에선 nicht라 자연스럽게 nicht만 쓰곤했는데(nicht는 대개 동사, 형용사, 부사를 부정하는 단어) 앞으론 명사를 부정할시엔 kein을 써야된다아!!!!!!!!

 

이후 갑자기 생각난 쾰른 4711 향수가게(마치 대전의 랜드마크는 성심당인것처럼, 쾰른은 대성당과 4711향수가게가 랜드마크인듯 하다. 근데 막상 가보니 사람은 별로 없었음! 사실 향이 그닥이었다..^^..)가 떠올라 그 쪽으로 가던 중 흥겨운 거리 연주자들과 리듬있는 멜로디, 그리고 그에 맞춰 빤쓰만 입고 두 엉덩이를 번갈아가며(엉덩이가 절대 동시에 움직이지 않았음. 진짜 오른쪽 - 왼쪽을 번갈아가며 한 짝씩 움직임.) 흔드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한 손엔 나뭇잎이 네 장 정도 달린 나뭇가지를 지휘봉처럼 들고 북을 치는 연주자들 앞에서 같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다. 연주자들 또한 덩달아 신나하는 바람에 안그래도 리듬감있던 멜로디는 반박자 더 빨라졌고, 춤추는 사람은 더 행복해하는듯 보였닼ㅋㅋㅋㅋㅋ쿠ㅜㅜ 어느정도 였냐면 진짜 즐거워보여서, 사진을 찍기가 미안한 느낌... 왠지 예의가 아닌것 같아(실제로도 사진 찍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다들 그냥 그러려니하며 지나가고 있었던것 같기도..?) 너무너무 카메라를 켜고싶었지만(그대신 이후 집에 돌아와서, 이 아저씨를 본 경험담을 가족 모두에게 말하고다녔음ㅋㅋㅋ쿠ㅜㅜ말하지 않고 이걸 어떻게 견뎤ㅋㅋㅋㅋ) 꾸욱 참고 그림으로 대신하고자 그렸다.

 

왼쪽엔 북치는 연주자와 오른쪽엔 빤스 댄서. 엉덩이 모양이 다 보이는 삼각팬티였어서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 분의 엉덩이가....!

 

 

이 아저씨를 본 경험이 너무 강렬하옄ㅋㅋㅋㅋㅋㅋㅋ다른 연주자들은 보이지 않았는데, 일단 갈 길은 가야지 하며 간신히 발걸음을 돌렸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이 아저씨 이야기를 로버트와 그의 여동생에게 말했더니 다들 웃으며 내가 말한대로 나뭇가지를 쥐고 있는 제스처를 따라했닼ㅋㅋㅋㅋㅋ또한 여동생은 덧붙이는 말로 '쾰른은 워낙에 큰 도시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많앜ㅋㅋㅋㅋ 근데 모든 쾰른 사람이 그런건 아냐ㅠ (쾰른사람인)로버트도 그러진 않앜ㅋㅋㅋㅋ'하며 쾰른의 이미지를 뒤늦게 수습하려는듯 했닼ㅋㅋㅋㅋ 그치만 이미 쾰른은 내게 대유잼인 도시가 되었는걸요..? ^-^

 

 

마저 길을 걷던 중, 이번엔 청소년 거리연주자 발견! 열심히 색소폰을 불고 있었으며, 연주 또한 무척 훌륭했기에 잠시 감상을 했다. 이후 그냥 지나가기엔 미안해, 유로와 센트가 두둑한 동전봉투에서 동전을 여러개 꺼내 용기를 내서 악기가방에 조심히 넣고 지나왔다.

 

+ 심지어 2유로도 동전이라, 엄청나게 많다. 조만간 저금통을 사야될것 같다. 이 곳의 동전 종류를 아직 모른다. 곧 알아봐야징

 

이후 향수가게 4711에 도착! 나폴레옹이 한달에 60병씩 쓰곤 했다는(으엑 넘 많아) 그 향수!! 어떤 향일지 너무 궁금했고, 맘에 들면 이곳의 향수로 바꿔 쓰고자 한국에서 향수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시향 결과는 - '엥..? 흠...' 감명깊지 않아서 내부도 딱히 찍고싶은 마음이 없어 그냥 외관만 간단히 찍었다. 이후 나는 딥디크를 찾아다녔으나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좌절을 했고.. 이럴거면 면세점에서 살껄 ㅠㅠ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흐엏엏엏ㅇ

 

흥! 나에겐 새롭지 않은 향이었기에 사진도 작게 올림!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이전에 찾아놓은 큰 서점이 생각나 구글맵을 켜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좋은 향은 어딘가에 또 있을거야 ^^~'하며 내 마음을 달래려는 것 이었는지, 우중충한 구름이 사라지고 어느샌가 밝은 햇빛이 내려온탓에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다음 장소로 향하던 중- 엄청 근사한 피아노 가게를 발견했고 수많은 그랜드피아노 사이에 낮잠자는 멍멍이를 옆에 두고 여유롭게 연주하는 한 여성을 보았다.

 

그녀의 이름은 ekaterini thönes tassiopoulou. 일기장에 올리고자 한다며, 사진촬영을 허락받았다.

 

 

누군가가 피아노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갈 수 있는가. 최소한 듣기만이라도 해야겠다싶어,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마침 앉아있던 직원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눴다. 연주하는 여성이 있는 곳은 여기서 한번 더 들어가야되는 공간이었는데, 뭔가 Klass 어쩌구 저쩌구 적혀있는것 같아 혹시 아무나 못 들어가는 곳인가 싶어 직원에게 '들어가도 되나요?'하며 물어보니 '당근이죠~!' 하며 나를 안으로 안내해주었다. 

 

 

연주하는 모습도 동의를 구하고 찍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며 소개함. 멘델스존의 곡 이라고 한다!

 

서툰 독일어로도 어떻게든 '난 당신의 연주에 감명받았어요ㅠㅠㅠ대박이라구여ㅠㅠㅠ'하며 내 마음을 전하고싶어, 알고있는 모든 감탄사를 다 꺼냈다. 'Super!! Prima!! sehr sehr schön!!!!' 연주자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고, 그 모습에 나는 한번 더 반해버렸따 ㅠ_ㅠ 조심스레 이름을 물었고, 피아노 연주자인지 묻자 그렇다고 했다. 혹시 언제 콘서트를 하는지 물었는데, 바로 다음달에 있을 예정이며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공연을 못 했다고 말하는듯 했다. 인스타그램이 있는지 나에게 물어왔으나, 출국 전 인스타그램을 다 정리하고 나온 뒤라ㅜㅜ 이 기회에 인스타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하곤 그녀의 계정을 물었고, 그녀는 자신의 계정을 어떻게 알려줘야될지 몰라 당황하였기에 내가 '그렇다면 당신의 인스타를 사진으로 찍어가도 될까요?'하며 묻자 '오! 좋아요!!' 하며 계정 사진을 찰칵 찍었다. 이후 나에게도 한번 피아노를 쳐보겠냐며 권유하였고, 나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헿..옥께이ㅎ' 하며 모차르트의 12개의 변주곡 중 첫부분을 연주했다.(그렇습니다, 거창하게 적어놨으나 사실 이 곡은 바로바로 그 유명한 '반짝반짝 작은별' 입니다!) 왠지 내가 연주하면서도 좀 웃겨서 그녀를 봤는데, 당연히 이 곡을 알고있다는 듯 나를 보며 함께 웃고있었닼ㅋㅋㅋ 언제 어디서든 피아노를 연주할 기회가 생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예전에 선화동에 살던 때, 성인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연습해둔 곡 이었다. 더 길게 외워둘껄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정확이 언제 어디서 공연을 하는지 다시 찾아봐야지.

 

서점 Thalia.

 

꿈만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잠시 잊고 있었던 서점을 향해 다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했다. 뜻밖의 많은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했다!!

 

해부학 그림카드

 

 

신경해부학 그림카드

 

우선 해부학과 신경해부학 그림카드!! 뚜껑 표지만 봤을땐 잘 그려진 이미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열어보니 웬걸, 실제 카데바 사진으로 각 부위에 번호를 매겨 카드 뒷면엔 이름이 나와있는 것이었다. 옛날에 한번 경험했던 카데바 실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무엇보다도 이렇게 작은 포켓북 사이즈로 인체를 공부할 수 있다는게 너무 흥미로웠다. 사실 전공서는 왠지 지루하고 무게 또한 엄청나니까, 이미 그 물성부터가 사람을 질리게 하는 느끼인데(나만 그런건가..!) 이렇게 간단하게 생겨선(내용은 전혀 간단하진 않았음;) 학습을 도와주는 재료가 있다니... 진짜 짱이었다.

 

이 뒷면으로는 의학과 관련한 모든 책들이 꽂혀있었다.

가운도 함께 팔고 있었는데, 그래서 해골에게 입혀둔건가 싶닼ㅋㅋㅋ

 

 

간호와 관련된 책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독일의 직업학교인 Ausbildung에서 사용하는 교재인것 같았다. 그림만 보면 '음 이건 인투하는거고, 이건 L-tube고, 장루간호 드레싱이고..'하면서 어느정도 익숙했는데 내용 해석은 아직 어려워, 조금 좌절감을 느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 소설이나 다른 책 처럼 해석하기 어려운 고급문법이 쓰이고 다양한 어휘가 적혀있는게 아닌, 그동안 내가 배우고 직접 경험해온 분야의 전공 용어들이 주 골자를 이루고 있으니 나는 그저 영어에서 독일어로 다시 외우고 천천히 공부하다보면 어느순간엔 또 익숙해져서 술술 잘 넘기고 있겠지! 싶다. 따라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건, 조급함을 버리고 느린듯해도 하루하루 꾸준히 익혀나가는 것 뿐. (엥 이 문장을 쓰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맺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고난과 역경에 대한 암시인걸깤ㅋㅋㅋㅠ) 

 

이후 다른 코너로 눈을 돌렸고, 직사각형으로 기~다란 모양의 달력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세상에나 너무너무 예쁘잖아!!!!

뭐라는지 몰라도 일단 디자인부터 합격.

 

 

세상에나 날짜에 맞춰 달의 모양이 같이 나온 달력이라니.... 미쳤다 진짜....
이 달력은 매 월 마다 음식 레시피같은걸 그림과 함께 수록해놨다. Apfeltaschen은 애플 파이. 단어를 검색해보니 Apfel은 사과, Taschen은 주머니의 복수형. 사과가 들어있는 주머니 모양의 과자류라고 설명한다.
제일 평범해보인 달력!

 

밑엔 동화인걸까? 사전을 찾아가며 해석하려 했으나 영 이상하여, 챗GPT에게 물어봤다.

 

[한여름동안 비가 오면, 포도에 해가 된다 / 8월에는 더위가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과일나무의 결실이 없어질 것이다.]

 

이 곳은 평균기온 23도인데, 한국은 요즘 어떨까.(하며 앱을 켜보니 여전히 30도를 넘고있구나.. 여러분 8월엔 더위가 있어야 된다고 합니다. 화이팅 ^^...!!!!

 

서점을 마지막으로,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욱씬욱씬 쑤시는 왼쪽 발등과 함께(이거 아무래도 아들램들과 축구할때 다친것 같음;) 다시 쾰른 중앙역으로 돌아와 집으로 향하는 전철을 탔다.

 

쾰른 중앙역에서 돌아오는 전철 안.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향했고, 20분정도를 기다렸다. 옆엔 다소 지쳐보이는 어머니와, 그와는 반대로 마냥 신난 두 아이들은 엄청 열심히 돌아다니며 장난치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무리 가만히있으라고 말해도 세상 천진난만하게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 귀여워, 힘들어하는 어머니에게 아이들이 귀엽다는 의미로 'sehr Süß'하며 미소를 건넸더니 어머니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같이 웃으며 손으로 이마를 짚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도착한 버스에 나란히 탑승~ 버스에선 아이들이 조용하게 있었다.

 

찍는데 왠지 부끄러워서 흔들렸다...

 

독일 전철은 한국과는 다르게 자동으로 열리는게 아닌, 사람이 직접 눌러야 열리는 시스템이다. 문이 만나는 두 지점 근처에 버튼이 위치해, 그것을 눌러야지만 내가 탑승한 칸의 문이 열린다. 이건 이미 한국에서도 미리 알고 온 탓에 독일 전철을 처음 탈 땐 어려움이 없었으나, 문제는 버스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는데, 아무리 찾아도 문 근처에 버튼이 없었다. 각 자리마다 하차벨이 달려있는것도 아닌듯하고;; '도대체 뭐지!? 그냥 모든 정거장마다 기사님이 문을 다 열어주나?! 아니면 혹시... 저 천장의 버튼인가..?' 진짜 아무리 찾아봐도 누르는 버튼이 없어(독일 버스도 독일 전철처럼 타고내릴때 누르는 버튼이 있는건줄 알았음ㅠ) 설마 저 천장에 달려있는 빨간..버튼이..내릴때 누르는 버튼인건가..싶어 이걸 눌러야되나 말아야되나 진지하게 2분정도 고민을 하던 찰나, 옆에서 들려오는 하차벨소리!!! 어디서 누른건가 잽싸게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버스의 벽면이 아닌 손으로 잡는 기둥에 겨우 두 개 정도 달려있는것 아닌가. 하마터면 평화로운 주말 저녁에 긴급 비상벨을 눌러 한방에 버스를 정차시키는 크레이지 코리안 걸이 될 뻔 했다. 다음에 버스를 타면 하차벨이 더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봐야지..^^...  

돌아오는 길에 본 표지판. 이외에도 아이가 뛰노는 모양의 표지판이 참 많았다.

 

버스로 두 정거장을 간 뒤 내려,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엔 - 왠지 울적해질것 같았으나... 오늘 너무 많이 돌아다녀 끊어질듯한 허리와 + 걸을때면 느껴지는 발등의 통증으로 어서 빨리 집에 도착해야겠다싶은 마음 뿐이었닼ㅋㅋㅋ

집에 가까워질때쯤 혹시나 내가 헷갈려서 집을 잘 못 찾으면 어쩌지 싶은 생각이 1초 들었다가 바로 사라졌는데, 이유인 즉슨 이미 집의 뒷마당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보라색 조명과 신나게 틀어놓은 음악 그리고 깔깔웃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아 저기군.' 하며 바아~로! 우리집을 찾았기 때문.

 

무척 흥겨워보이는 이 집 가족을 보며, 처음엔 '나도 잘 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먼저 다가와주고 배려해주며 괜찮은지 어디 불편한건 없는지 물어봐주는 세심함과 배려에 조금씩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 또한 이들과 친해지기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

 

가장 편해야될 공간인 집에서부터 언어의 장벽과 함께 하루가 시작되고 끝난다는건 마치 매일매일 재정비를 하고, 새롭게 도전장을 내미는 하루와도 같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을땐, 짧게 말하는것 조차 사전을 여러번 뒤적이고 챗gpt에게 물어보곤 하는데- 이왕 말하는거.. 정확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작은 행동들이 결국엔 습관이 될 것이기에- 그리고 나중에도 여전히 단문으로 단어와 제스처로만 표현하고 싶진 않기에.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외워서는 말할땐 또 긴장해서 결국 꼬인 문법으로 내뱉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된닼ㅋㅋ샼ㅋㅋㅋ몰라 언젠간 익숙해지겠지^^)

 

우리집이 있는 도로의 이름. (누군가 나뭇잎좀..정리해주세요..)

 

 

집으로 들어와선 오늘 있었던 일들 중 가장 웃긴걸 식구들에게 얘기했고, 다행히 모두 이해하곤 같이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웃긴 얘기를 나눌땐 사실 감정이 먼저 전달되어 그런건진 몰라도("제가 오늘 웃긴걸 봤는데옄ㅋㅋㅋ"하면서 말하기 시작했음ㅋㅋㅋ) 상대가 뒤이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얼추 이해가 돼, 나도 같이 웃을 수 있었다. 이후 로버트에게는 오늘 있었던 일들 중 큼직한 것들을 추가로 더 말했고, 해부학 카드 그림에선 자기도 알려줄게 있다며 보여준게 '해부학 전시회' 였다!!! 그 전시회에 있는 모든것들은 실제 카데바로 핏줄까지 그 모든게 다 진짜다. 자기는 5년전에 갔었다며, 이 전시회가 도시를 돌아다니며 열리고있고 이번엔 쾰른에서 한다는 것. 안그래도 베를린에서 돌아오는 주의 주말에 로버트가 쾰른 관광을 시켜주겠다며 함께 쾰른으로 나갈 예정이었는데, 그 때 여기 전시회를 가면 되겠다 싶어 말했더니 'gut!'하며 알겠다고 한다. 엊그제 호수수영 갔을때 입장료를 로버트가 총 계산했는데, 그걸 이 전시회 입장료로 갚아야겠다 후후.!!

 

너무너무 즐거웠던 첫번째 쾰른 여행기 끝! 진짜 독일 누가 노잼이라고했냐. 조오오오오오옹올라 재밌거든~~~

 

사실 지금 나는 다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에 늦었다. 어서 가야됨!!!!!!!!!

 

+ 요즘 심적으로 힘들었던게 맞았나보다. 온라인으로 화상채팅을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야긴의 이탈리아 친구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울고말았다. 외국에서 그 나라 언어를 익혀가며 숨가쁘게 말하는것에 대한 내용이었고, 이에 이탈리아 친구가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대단한거야'라고 말해줬었다는 대목에서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만 것이다. (지금 쓰고있는 중에도 또 눈물이 맺힌다 아휴) 나름대로 스스로를 잘 다독여가며, 잘 지내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닌, 멀리 있는 이탈리아(엥 생각해보니 여기선 가깝겠군!) 사람이 야긴에게 해줬다는 말이 지금의 나에게도 굉장히 큰 위로를 주었고 응원하며 다독이는 메세지로 와닿았다. 대화가 거의 끝나갈때 쯤, 자신감을 잃지 말자는 야긴의 말을 끝으로 나는 한바탕 울고난 뒤의 후련함을 얻었다. 이미 아랫층엔 식구들이 모여있는 소리가 났고, 화상채팅이 길어져 다들 저녁을 먼저 먹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주방에 가보니 뒷마당에서 다들 쉬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침 잔디를 정리하고있던 로버트에게 가, 저녁을 다들 먹은건지 물었더니 '아니! 이제 먹어야지! 가자!' 한다. 함께 주방으로 다시 돌아와보니 그제야 보이는 재료들. 오이, 당근, 파프리카, 브로콜리가 가지런하게 놓여있고 카레와 쌀(오랜만이야.!!) 그리고 코코넛밀크가 준비되어 있었다. 당시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나를 기다린거였나..? 싶다. (감동이야..!)

자신감을 잃지 말자는 메세지를 얻고 나니, 왠지 독일어 단어를 한 문장이라도 더 말하고싶어져 평소보다 더 많이 말을 했고- 더 크게 웃으며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이 집의 요리사는 로버트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리 잘하는건지 물었더니 '나중에 애들 둘 키우면 저절로 하게 될거야~ 옆에서 배고팍!! 배고파!! 하는걸 들으면 저절로 빨라져~' 한다.

 

미리 채 썰어져 있는 당근을 나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썰면 된다고 말하는 로버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나름대로 채 썰기 시늉을 하였으나 댕강댕강 썰려지는 당근을 보곤 옆에서 로버트가 "음?? nicht gut!!" (영어로 no good 이닼ㅋㅋㅋㅋ) 하였으나 이내 곧 괜찮다며, 감자깎는 칼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 칼을 주었닼ㅋㅋㅋㅋㅋ :)

오늘의 메뉴는 카레와 냄비밥!! 나에게 냄비밥을 설명해주던 중, '너는 한국에서 쌀을 자주 먹었을테니 나보다 더 잘할거야' 하길래.. 이제 사실을 말해야 되는 순간이 왔다 싶어, 이실직고했다. '사실.. 한국에 있을때 요리는 엄마가 하고 나는 안했어염 ㅎ' 하자 '으에에에?? 전혀 안했어???'하며 놀라더랔ㅋㅋㅋㅋㅋ 하핫.. 여기서 열심히 배울예정이라며 급하게 대화 마무리함 ^^

 

이후 식탁으로 옮겨 와 밥을 먹으면서도 왁자지껄하게 대화를 나눴다.(신기하게도 어제보다 더 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자신감의 힘인가보다!) 사고가 있어 아팠던 팔꿈치에 3주 전 관절경 수술을 받아 지금도 진통제를 먹고 있다는 V의 남편 P, 근데 알고보니 그 사고는 보드를 타다가 크게 넘어졌단 것(교통사고나 산업재해인줄 알았다구여ㅠㅠ), 다들 내 이름의 풀네임(여기선 간편하게 '지' 라고 불리고 있다.) 이 기억안난다며 다시 되묻자 로버트가 정확하게 '지영'이라고 말하여 다들 열심히 '영'발음을 따라했던 것, 아이들의 발음이 부정확하자 교정해주기위해 자신도 어렵게 발음하며 알려주는 집주인 아저씨의 여동생 V, 본가에 3일정도 있다가 돌아왔을 뿐인데도 너무 보고싶었던 옆 방 세입자 A. 쾰른에서 보고 온 해부학 카드를 A에게 보여주자, 자기도 있다며(아니카의 직업은 군인과 응급구조사 두 개다!) 원한다면 다음주에 본가에서 가져오겠다고 한다. (Danke!!!)

 

이후 식사가 끝난 뒤에도 시끌시끌하게 대화를 이어갔고, 식탁을 다 치운 후에는 아이들 & P와 함께 동물 그림카드로 이름 맞추기 게임까지 했다. 내일 아침이면 이 가족은 떠날 예정인데, 인사를 나누다가 혹시 또 눈물흘리게 되는거 아닌가 지금부터 걱정이 된다.

 

나는 언어라는 거대한 벽에 미리 겁먹어, 내미는 손을 무시하고 혼자 곡해하며 자꾸만 뒤로 숨고자했던건 아니었을까. 

 

한가지 확실한건, 오늘로써 언어에 대한 부담감이- 특히 회화에 있어선- 그 벽이 상당이 무너졌다. 말하다 단어가 기억안나거나 모르겠으면 '나 이거 모르겠어. 이럴 땐 뭐라고 해?'하며 그냥 대놓고 물어보거나 혹은 사전을 검색해서 이어가면 된다. 상대는 내가 외국인임을 알기에 충분히 기다려 준다.

 

한국에서 왔으나, 이들에게 아시아는 그저 (우리도 그렇듯) 머나 먼 나라와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 나는 하늘에서 갑자기 똑 떨어진 이방인과 같을 것이다. 작년부터 로버트와는 간단하게 메세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왔으나, 저 멀리 있는 동양인이 진짜 약속한 날짜에 맞춰 정말 자기 집에까지 오니 나름대로 놀라지 않았을까.

 

여하튼, 늘 열린 마음으로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모습들에 어쨌든 나는 점점 빠져들고있음을 이젠 인정해야겠다. 

독일에서의 첫 가족이 되어준 이들에게 앞으로 나도 많은 사랑과 진심을 보여줘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