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후/쾰른_Köln

8월 17일 토요일 / 쾰른 여행 / 누가 독일 노잼이라고 했냐 - 2

지영(JiYeong) 2024. 8. 18. 09:26

전철역에 오른 나는...!
 
이번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전철을 탔다 ^^~! 다만 주말이라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았고, 쾰른 중앙역에 내려선 '헐 여기 한국 아니었지. 외국이었지...!' 하며 새삼 나의 장소감각을 되살아나게끔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아직 일주일도 안 되는 이 짧은 며칠사이에 나의 독일집과 마을이 익숙해진건지, 쾰른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어어어어어어엄청나게 다양한풍경에 정말 말그대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대기 바빴다.

좌측 사진) 왼쪽으로 중앙역이, 오른쪽으론 대성당이 보인다. 사실 대성당 앞이 중앙역임ㅎ / 우측 사진) 대성당 앞 계단에 올라서 찍은 사진! 건물이 다 하나같이 멋있따....

 
엄청 무거워보이는 배낭을 매고 구석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듯한 외국인, 전광판을 째려보며 자신의 열차를 찾고있는듯한 외국인, 키가 엄청나게 큰 외국인, 인사이드아웃2에 나온 따분이 캐릭터처럼 세상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걷는 외국인, 누가누가 노출이 더 심한가 대결하는듯한 옷을 입고 지나가는 외국인, 대형견과 함께 전철을 기다리고있는 외국인 등등... 외국인이 짱 많았다. 세상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살고있다는 새삼 당연한 사실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나니 '내가 진짜 한국 밖에 나와있구나..' 하는게 그제야 실감이 났다.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이 깨어난 느낌. 그리고 그들 눈엔 나 또한 지나가는 외국인 한 사람이었겠지. 혹은 다른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지, 궁금해졌다.
 
중앙역 근처는 영화에 나오는것 처럼 - 곳곳엔 식당들이 있고 야외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그저 식사를 하고있을 뿐인데도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한참 구경하다가 이내 발걸음을 대성당으로 옮겼다.
 

쾰른 대성당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 주위를 찍은 영상. 아놔 왜이렇게 빨리 찍은거지 ㅎ... 다음부턴 진짜 천천히 찍어야겠다 ㅠㅠ 그리고 초점맞추느라 핸드폰이 바빴던건지 영상 뒷부분에선 불룩불룩하게 찍어버렸네 헤헷...

 

쾰른 대성당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쾰른 대성당은. 진짜. 그냥 왜 대성당인지 알겠는. 미쳤어. 그냥. 앞으로 '대'자라는 글자를 볼 땐 무조건 쾰른 대성당이 떠오를 것이다. 쾰른 대성당의 외부는 보는 사람에따라 느낌이 달라질것 같은게, 다 타버려 그을음만 남은듯한 까만색으로 무지무지무지 거대하고 뾰족한 건물이라 으스스하게 느껴질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더 웅장한 포스가 느껴진달까..
원래는 하얀색이었으나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과 매연으로 검게 변했다고 한다.(출처: 위키피디아) 여전히 보수작업중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이곳 저곳 고치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그냥 무릎 꿇게 됨. 나의 두 발바닥 따위로 감히 이 곳을 밟기엔 너무 성스러워, 무릎으로 기어갈 뻔 했다.^^
 

쾰른 대성당 내부의 스테인글라스.

이러한 스테인글라스는 그 옛날,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성경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자 성경책을 그림으로 그려낸것이라고 했던게 떠올랐다. (혹시 아니라면 알려주세요! 수정할게용!!) 독일어에 능통하지 않은 나로선, 왠지 더 공감가는 순간이었달까 ㅎ...

천장 높이 무슨일이야 와... 지금 봐도 경외심이 들 정도인데, 만들어지고 완성되던 그 시대 사람으로선 얼마나 신세계였을까..

 일반 백성들은 마땅한 취미가 없어, 일주일 중 교회나 성당에 가는일이 가장 큰 이벤트(?) 였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읽은게 떠올랐다. 고되게 일한 한 주의 마지막에 이러한 공간에 다같이 모여 찬송가를 듣고, 부르고.. 게다가 빛이 귀했을 당시, 햇빛을 통해 쏟아질듯 다가오는 스테인글라스의 위엄은 또 얼마나 대단했을까... 너무나도 경이로워 신앙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것도 같은 책에 나온 내용이었던것 같은데 제목이 기억나질 않는다..)

우리 쾰른대성당이 웅장한것좀 보시라구욧!

 

엄청나다구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역시 사진으로 담기엔 부족해서 영상을 남겼다. 흐흐 이번엔 속도 조절 잘한것 같다!

 

쾰른 대성당을 나와 다시 돌아보며 찍은 영상.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면 더 뜻깊게 와닿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그리고 사전에 이 곳을 찾아볼 때 수많은 사람들이 추앙했던(그리고 여전히 우러러 보고 있는) ‘종교건축’이리는 의미보단, 쾰른 대성당을 그저 유명한 관광지로서 먼저 검색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둘러보고나니 좀 더 알아보고 공부하고 올껄, 하는 생각과 함께 이 공간을 향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ㅠ_ㅠ. 어쨌든 최대한 열심히 이곳저곳 구경을 한 뒤 성당 내부의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자, 그제서야 다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수건을 두른채로 열심히 설명중인 선생님과, 얇은 헤드셋을 끼고 열심히 듣고 있는 여러명의 사람들 그리고 주위 모든 또 다른 사람들. 울어대는 아이부터 지팡이 짚는 노인까지, 다양한 피부색과 누구는 키가 작고 누구는 엄청 크고, 체형이 어떻든 입고 싶은대로 입는 모습, 또는 종교를 따르는 옷차림, 머리가 분홍색인 사람, 촘촘하게 땋아 넘긴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의족 없이 두 목발로 다니는 사람 등등 ..그 어떤것 하나도 서로 같지 않다. 다르다. 세상은 이렇게나 다채로운 곳 이었구나. 이 곳에 앉아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니 -  앞으로 왠지 무엇이든 시도해도 괜찮을 것 같았고, 어딜 가든 어떻게 살든 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나만의 모습으로 만들어주겠구나. 그리고 그 모습대로 살아도 되는거구나 - 하는 생각이 둥실 떠올랐다. 그 끝엔 겨우 내가 되어있을지언정.
 
아놔 진짜 재미있는 일들은 성당을 벗어난 후 부터 시작인데, 이 새벽에(지금 여기는 새벽 2시 30분..) 3편까지 썼다간 이곳에 열심히 맞춰놓은 생체리듬을 다시 한국시간으로 돌려놓는게 될 것 같아 일단 마무리를 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