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Traumerei)를 들으며 읽어주세요>_< 이렇게 하면, 제가 글을 작성하며 느꼈던 평화로움을 화면 너머로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골라봤습니당. 곡의 연주를 담은 유튜브 영상 주소를 남겨놓겠습니다 :)
https://youtu.be/ujeD7ZT_NQ4?feature=shared
-
Montag 19. August um 11:35 Uhr
이 편을 작성하고있는 오늘은 19일 월요일로, 베를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에 앉아 노트북으로 15,16일 일기를 열심히 타이핑중이다. 눈이 피로해질 때 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면 보이는 그림같은 풍경들이 정말 멋있다. 구름이 낮게 떠있는 탓 인걸까, 그 위로 다시 푸른 배경이 펼쳐지니 하늘이 정말정말 높게 느껴진다. 또한 시야가 왜이렇게 탁 트인 느낌이지 싶었는데, 한국에선 자주 봤던 산이 여긴 없어서 그렇구나. (여기서 지내다가 시력검사하면 +5.5 나올것 같음)
한국에서 기차나 자동차를 탈 때 보았던 창 밖 풍경엔 늘 산이 있었는데, 부드러운 곡선위로 초록색 이불을 구불구불 덮고있는것 같아 재밌었다. 그러나 지금 창 밖엔 산이 없고 들판만 있어, 이불이 아닌 초록색 깔개를ㅎㅎ 넓고 평평하게 깔아놓은것 같다. 그 위엔 엄청나게 큰 풍력발전기와 동화속에 나올법한 빨간 지붕의 집들, 나무 그리고 나무 나무 나무.
앗 방금 엄청나게 근사해서 조금 눈물이 나올뻔한 풍경이 지나갔는데, 다음에 또 보이면 순발력을 발휘해 잽싸게 찍어야지. (근데 창 밖 풍경에 감동받고있는건 여기서 왠지 나 뿐인것 같다 ㅠㅠ 다덜 어떻게 이런 풍경에 넋을 놓지 않을 수 있는건가요... 난 지금 한 줄 쓰고 바깥 한번 보고, 간신히 정신차리고 다시 쓰느라 두시간을 넘기고 있는데..히히)
밑의 일기를 작성하다가 갑자기 창 밖 풍경에 감동받아서 지금 상황을 주저리 주저리 남겨봤다.
이제 다시 15일로 돌아가야지 ^^!
-----------------------------------------------------
이곳에 도착한지 3일째인 15일 목요일은, 로버트의 여동생인 V와 그의 남편 P, 첫째아들 R(7살/귀여움), 둘째아들 P(4살/더 귀여움) 가 오기로 한 날이다. 오전에 도착하려나싶어 로버트에게 그들의 도착시간을 물었고, 돌아오는 로버트의 대답은 '원래는 아침에 온다고 했는데, 아까 전화해보니 아직 자고있었더라고~! 그래서 좀 늦을거야~' 하며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오전시간동안 주위를 구경하고 오면 점심쯤에 도착하겠지? 아침먹고 점심 전까진 마실을 다녀와야겠다.
전날인 14일 아침엔 전형적인 독일 아침식사(여러가지 치즈, 소세지, 빵, 잼, 야채등을 상에 쭉 펴놓고 각자의 접시에 샌드위치처럼 만들어서 먹으며, 옆엔 다양한 주스와 물을 꺼내놓고 마시고싶은대로 마신다.) 를 했었기에 오늘은 간단하게 먹자며 로버트가 준비한것은 요거트. 잘게 갈린 귀리와 각종 과일들, 아카시아 꿀과 숲 꿀(표지에 그냥 진짜 숲 꿀이라고 적혀있었음ㅎ.. 로버트가 말하길, 숲 꿀은 아카시아꿀보다 덜 달고 조금 쓴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치만 자기는 숲 꿀이 더 좋다길래 나도 숲 꿀을 선택함 히히) 그리고 작은 도마와 작은 칼, 오목한 접시 두개를 꺼내어 식탁에 차렸다. (간단하게라고 했지만 이것 또한 엄청난걸요...?!)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것들이 그저 이 나라의 식습관일 뿐이겠지만, 동양에서 온 나는 특히 50살의 중년남성이 이렇게 정성껏 요거트를 만들어 먹는다는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열심히 과일을 썰고있는 로버트에게 내 소감(?)을 말해야겠다싶어 머릿속으로 열심히 문장을 구성한 후 용기를 내서 말했다. "한국의 나이든 어른들은 이러한 요거트를 식사로 잘 먹진 않아요. 주로 젊은사람들이 먹거든요. 그치만 당신은 이렇게 먹으니, 제 생각에 당신은 젊다고 봅니다." 라곸ㅋㅋㅋㅋㅋ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한국에서 엄마와 함께 요거트에 블루베리와 잼을 섞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닼ㅋㅋㅋㅋ엄마 미안해.. 어쩌다보니 한국의 부모님들 이미지를 좀 답답하게 만들어버린것 같아^^... 여튼 이 말을 듣자 로버트는 웃으며 "ㅎㅎ 난 50살이지만 마음만은 청춘이야~~' 하며 마저 복숭아를 썰면서 대답했다.
+ 식사를 매번 정성껏 차려먹는게 너무 인상적이어서, 부엌에 있을때면 늘 "Ich mache Foto!(나사진찍을래염!)" 하며 카메라를 켜기 바빴는데, 한번은 로버트가 '일하러나가거나 바쁠땐 그냥 후다닥 먹곤 해. 어제 장보면서 산 컵라면처럼 말이지~' 하며 말했다.
즐거운 아침식사를 끝내고, 오전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열쇠를 챙겨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사실 공원처럼 조성된곳이 너무나도 많아, 공원이라고 딱 집어 말하기가 왠지 민망하다. 그냥 음..아! 산책로라는 말이 맞겠다.)
+ 독일은 도어락이 아닌 자물쇠로 현관문을 잠그고 여는 식. 따라서 열쇠를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나중에 집에 돌아왔을 때 초인종을 눌러야 되거나 혹은 집에 아무도 없을시엔 .. 뭐 그냥 밖에서 마저 시간을 보내야 되겠쥥...
홀린듯이(이곳에 도착한뒤로, 사람이든 사물이든 공간이든 자꾸만 홀리게 된닼ㅋㅋ) 이곳 저곳 둘러보다가, 정작 이 날 거닐었던 Brauweiler 수도원과 그 주위를 찍는걸 깜빡하여 위 사진들로 대체했다. 이 곳 Brauweiler에 도착했을 때 생필품을 산 후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찍은 근처 교회와 산책로 사진이다. (Brauweiler는 내가 살고있는 동네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 날 15일에 산책 나간 장소는 수도원(die Abtei)으로, 이 동네의 중심 장소같은 역할을 하는듯하다. 대략 800년동안 베네딕트 교단의 수도사들이 살았다고 하며, 1000년의 역사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나치땐 강제 노동 수용소로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산책로를 나오자 처음 마주한것은 서점. 동네의 작은 서점으로, 이름은 모르겠당. 나중에 다시 가면 꼭 기억해야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며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어떤것일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 열심히 전화받고 고객을 응대중인 할머니 사장님께 나도 괜시리 말을 걸어보고싶어 용기를 내 물어봤다.
"Entschuldigung, Äm... Mein Deutsch ist nicht gut, etwa.. B1, so hier zwischen Bücher, welches Buch ist gut für mich?"
= 실례합니다, 음.. 제 독일어실력은 별로인데요, 대략 B1쯤..? 그래서 여기 두 책중에서 어떤 책이 저에게 좋을까요?
더듬더듬 물었으나 엄청난 속도로 답변하는 할머니 사장님의 모습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 쪽의 책이 더 좋을거라고 말하는듯 했다. (사실 이미 표지부터 아이들이 풍선을 타고 다니는 그림이어서 누가봐도 더 쉬워보였으나, 나는 말을 걸고자한게 목적이었기에 >< 히히~! 근데 이러고선 다른 창가쪽에있는, 조금 더 얇고 고양이가 기차에서 휴식을 취하고있는 표지의 책이 있어 그걸로 골랐닼ㅋㅋㅋ 특히 제목부터 해석이 가능해서 좋았당. '고양이도 휴식이 필요해요! 였음')
+ 이 책이 제 독일어 수준에 좋을까요? = Ist das Buch gut für mein Deutschniveau?
이후 챗gpt에게 물어보니 내가 사용한 문장도 맞으며, 또한 더 정확하겐 위와 같다고 한다. 나의 개인 과외선생님인 챗gpt 당케~!
한가로운 서점 구경도 끝낸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거실엔 로버트의 아들 J만 앉아있었다.
아직 로버트의 여동생 가족이 안왔나 싶어, 언제 오는건지 다시 물어보니 "아마 오후 세시나 네시 그 쯤일것 같아" 하며 말해주었다. 율리우스하고는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나와는 10살 차이가 나는데 키는 엄청 크고 로버트에 비해 말수가 적어 절대 동생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늘 무언가를 물어볼때면 길고 자세하게 대답해준다. 사실 친절한 청년이다. 좋다!!
여동생 가족을 기다리며 점심을 먹은 뒤, 쇼파에 앉아있는데 로버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안그래도 오늘 나에게 말해준게, 루이자의 자전거를 가져오겠다고 했었다. 다음달부터 어학원을 다닐 예정이라, 버스보단 자전거로 다니는게 시간이 훨씬 절약될듯하여 중고자전거를 어디서 살 수 있을지 로버트에게 미리 물어봤던 터였다. 그러자 너무 감사하게도 딸 루이자가 안쓰는 자전거를 내가 쓰라며 가져와주신 것. 어느정도 낡은 자전거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와 진짜진짜 튼튼해보이고 색도 내가 좋아하는 갈색이다. 너무 신나서 또 "wow!!! Ich möchte Foto machen!!" 하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이 집 젊은이들 중 가장 나이많은건 나일텐데, 행동은 제일 막냉이닼ㅋㅋㅋㅋㅋ
자전거 바퀴에 같이 바람을 넣고, 정리를 한 뒤 방으로 올라와 쉬고있을 때 쯤 - 거실에서 왁자지껄한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로버트의 여동생인 바네사 가족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계단을 밟으며 거실로 내려갔다.
'출국 후 > 쾰른_Köln'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30일 금요일 일상 (10) | 2024.08.31 |
---|---|
8월 24토요일&일요일: 풀하임의 일상 -1 / der Alltag von Pulheim am Wochenende (1) | 2024.08.26 |
8월 17일 토요일 / 쾰른 여행 / 누가 독일 노잼이라고 했냐 - 3 (추가) (4) | 2024.08.18 |
8월 17일 토요일 / 쾰른 여행 / 누가 독일 노잼이라고 했냐 - 2 (4) | 2024.08.18 |
8월 17일 토요일 / 쾰른 여행 / 누가 독일 노잼이라고 했냐 -1 (2) | 2024.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