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후/쾰른_Köln

11월 23토요일~24일요일 주말 / 한국인 친구들이 생겼다!

지영(JiYeong) 2024. 11. 25. 08:08

한국에서 독일 출국을 준비하며 이것저것 준비가 한창이었을 때, 유튜브를 통해 독일에서 장기 거주중인 한국인들의 영상을 찾아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바로! "독일어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한국인 만나지 마세요!" 또는 "한국인들과  계속 어울리다보면, 독일에서도 여전히 한국생활을 하게 되는겁니다. 그러지 마세요!" 같은 조언들이었다. 그 때 당시 나는, '그래 맞아. 나는 독일어를 잘 하고싶고, 또 한국에서와는 다른 생활방식을 익히려고 독일에 가는거야. 한국적인(?)건 멀리해야지!' 하며 스스로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독일에 도착한 뒤, 좋아하는 아이유 음악도 잘 안들었고 소중하게 챙겨 온 전자책도 한 번을 열어보지 않았으며 유튜브를 통해서는 독일뉴스 또는 독일어와 관련된 영상만 찾아보곤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행동들이 오래가진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정신적으로 너무너무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하하하

 

아마 도착한지 일주일쯤 되었던 때 였나...?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고, 화상채팅을 통해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 결국 눈물버튼이 꾸욱 눌려 울고말았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난 뒤 한국에서 가졌던 취미를 일부러 멀리하려는건 조금 옅어졌으나, 한국어로 된 영상이나 전자책을 볼 때마다 '이럴시간에 독일어를 더 읽고 봐야되는거 아닌가...'하는 죄책감은 여전했다. 그러다가 스물스물 향수병이 찾아왔고, 8월 중순에 독일에 도착한 나는 결국 9월달에 내면에서 무언가가 터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공식적인 첫번째 향수병이었다. 허허.  그 때 '이렇게 계속 시들시들할 바엔 12월에 한번 한국에 다녀와야겠다'하는 생각에 비행기표를 덜컥 예매했었으나, 너무 이른것 아니냐는 가족의 말을 듣곤 속상한 마음과함께 약간의 오기가 생겨 결국 취소를 했었다. 그렇게 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이하여 잘 지내는가 싶었으나 10월 말부터 11월 초 그 사이에 향수병이... 또 찾아왔다. 아니 누가보면 독일에 한 10년은 산 줄 알겠어... 세 달도 안 된 병아리 레벨에 두번씩이나 모국을 그리워하다니... 나는 정말 뼛속까지 한국인인걸까...!

 

11월초에 두 번째 향수병을 맞이하자, '아 진짜 그냥 안되겠다.. 계속 이렇게 한국에 가고싶어할바엔 그냥 아예 귀국하자' 하는 생각이었고 이번엔 1월달로 비행기표를 (또 덜컥)예매했던 것이다. 근데..! 그러고나니....! 또 아쉬워지는거 있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지내며 알게된 이 곳의 사람들도 떠오르고... 또 소소하게는, 집주인 아저씨와 함께 은행에 들러 만든 체크카드도 떠오르고... 엄청나게 다양한 물건들이 있는 여러 마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떠오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점점 이곳의 옷과 물건들로 가득차고있는 내 방을 보니 '이거 짐을 또 언제 싸....'하는 마음에 슬며시 '아... 귀국을 너무 서둘러 결정했구나 내가..'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평소 추진력이 좋은걸 스스로도 인정하긴 하는데.. 문제는, 신중해야될 순간에서도 앞뒤생각않고 'Go!!!!!'를 외친다는게 나의 문제다. mein Problem~~~~!!

 

이렇게 한바탕 난리치고나니, 마음이 또 후련해져서 결국 지금은 '한 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한 바다'와 같은 마음상태가 되었다. 가끔 파도가 일렁이긴하나, 특별할거 없이 자연스럽게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정도랄까. 굉장히 빠른시일내에 두 번이나 향수병을 겪고나니 앞으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되는지 또는 어떻게 지내야 되는지와 같은 방법들을 알아보는것에 관심이 생겼고, 나의 일상에 하나씩 적용하고있다. 일단은 비타민D 용량을 늘렸다 히히. 그리고 심심할틈이 없게 지내는것이 일단 지금의 내 상황에선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어학원 수업이 4시간씩있는 요즘이 너무 좋다. 오전엔 느긋하게 일어나 조깅을 하고, 학원 다녀오고, 오후엔 크리스마스마켓에 가거나 아니면 집에 돌아와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보기. 그러면 하루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느덧 주말이 찾아온다. 주말... 수업이 없는 주말이 앞으로도 조금 고비일것 같은데, 일단 이번주 주말은 그래서 좀 더 특별하게 지냈다 히히. 바로바로!!!!!! 한국인들을 만나서 아주 씬나게 놀았던 것!!!!!!!! 사실 처음엔 독토리 선생님의 권유였는데, 그 때만 해도 나는 여전히 '아...그래도 한국인을 벌써 만나서 놀다보면 너무 의지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기에 나중에 천천히 채팅방을 찾아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자마자 미치도록 심심해지기 시작한 것. ㅎ..결국 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쾰른 한국인 모임이 있는지를 검색했고, 생긴지 얼마 안 된 새로운 방이 있길래 들어가 자기소개를 한 뒤 그 곳의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번개모임처럼 당일날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만나보는걸로 의견이 정해졌고 나는 토요일 점심에 쇼핑을 마친 뒤 조금 일찍 약속장소로 향했다. 나처럼 일찍 나올 수 있다고 한 사람이 있어, 그 분을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나머지 사람들을 기다렸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 대화를 길게 나누다보니 같이 여행을 온 느낌이 들었고, 기분이 바로 좋아졌었따 히히. 이후 다른 사람들도 도착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마켓을 탐방했고 주말 저녁인탓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으나,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헤어나오기를 반복하며 우리는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저 거대한 트리가 정말 예뻤다!!

 

무대위에선 두 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수였던걸까? 그건 잘 모르겠음! 여튼 난 요한이와 축가를 준비했던때가 떠올랐고, 같이 저 위에서 "사랑은 열린 문~~~~"을 불렀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잌ㅋㅋㅋㅋㅋㅋ들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

 

고기꼬치도 먹었다구연!

 

모든 술집의 자리가 만석이었던탓에, 우리는 아이스크림가게에 들어가 맥주를 주문해 마셨닼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이 날 다녀온 마켓의 글뤼바인잔도 너무 예뻐서 결국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사왔땅 히히

 

 

즐거운 토요일 저녁을 보낸 뒤, 일요일인 오늘! 나는 아직 흥미로운 약속을 하나 더 잡아두고 있었는데, 바로바로!!!! 진돗개 산책에 동행하기!!!!! 아는분의 부탁으로 며칠간 진돗개를 맡아주고있는 분이었다. 진돗개..!!!!! 나중에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진돗개가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었는데, 이렇게!!!! 내 로망이 또 실현되다니...!!!!! 오늘 아침엔 느긋하게 일어나, 점심쯤에 잠깐 독일어공부를 하곤 집주인 아저씨의 맛있는 점심식사로 배를 두둑히 채운 뒤 나는 다시 쾰른으로 향했다.

 

 

안녀엉!!! 반가워어어어어어!!!!

 

정말 얌전하고 순했다. 나름대로 목마사지를 해주니 더 편하게 앉더라구! 짱 귀여웠다ㅠㅠㅠ

 

 

이름은 미아! 반가워 미아야!!!!!! 미아는 잘 훈련된 똑똑한 강아지였다. "코!"라고 말하며 손을 둥글게 말면 코를 갖다대고, "손!"하면 손을 척 올린다. 너무너무 똑똑하잖아ㅠㅠ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었다. 짱 쎔!

 

 

사진 올리면서 다시 보니까 또 보고싶네...ㅠ_ㅠ

 

 

주말동안 만난 한국인들과의 만남은, 나의 독일어 실력을 저해하지 않았고 나를 의존적인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들에게서 용기를 배워왔다. 또한 그들처럼 나도 이 곳에 잘 적응해 재미있게 지내고싶다는, 새로운 목표의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 만난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국인을 최대한 나중에 만나거나 또는 많이 만나면 안된다고들해서 그런지, 그런것들이 저는 두려웠어요"하며 내가 말하자 "나도 그게 무슨말인진 알지만, 그리고 어느정도는 뭐 맞을수도 있겠지만, 그치만 참 잔인한 말이야 그건" 하며 답을 해주었는데, 그 '잔인한 말'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참 와닿았었다. 왜 그렇게 급했던걸까, 나는. 한국에서 자라고 지내며 자연스레 주입되어온 모든 '한국적인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것을 받아들이고 배우기위해 이곳에 온 건데, 그렇게 떠나온 이 곳에서도 나는 여전히 한국적인 강박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나를? 의지가 약하고 의존적이며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성향이 아닌데, 새로운곳에 있으면 그곳의 방식과 규칙을 익히며 차차 적응해나가곤 했던 나를 수없이 봐 왔으면서. 그래왔던 내가 지금은 나 자신을 못 믿고 있었다. 놔두면 어련히 알아서 잘 해왔던 나 인데. 상황이 특수한만큼 더 신경써야될 것들이 있음을 조언하는 영상 속 사람들의 취지를 안다. 그치만 여전히 약간의 강박과 죄책감에 시달리고있는 나 이기에, 한국인을 만나든 뭐 어느나라 사람을 만나든 나는 다시 내가 할 일을 할 것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되는지도 잘 알고있다. 그러니 이미 '한국적인' 부지런함과 '한국적인' 자기계발적 면모가 주입되어있는 나에게, 그 이상의것을 요구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닐까. 나는 앞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씩 바꿔 나갈 것이다. 나를 좀 더 가엾게 여길 생각이다. 타인뿐만이 아닌 나의 상태도 수시로 확인하며, 무엇이 힘든지 어디 불편한건 없는지- 섬세하게 나를 돌보고싶다. 사실, 그래야지만이 환자에게도 좋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을테니. 최근에 유퀴즈에 나온 배우 서현진이 과거에 출연했던 '또 오해영'의 드라마 속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이제 나는 내가 애틋하며, 잘 되기를-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