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이웃집을 초대한 식사자리에서 이웃집 아들인 M의 피아노연주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방에 피아노가 있다길래, 어떨까싶어 너무너무 궁금했기에 '다음에 피아노 구경을하러 가도 될까요?'하고 물어봤었는데
놀러오라고 (이웃집 아저씨가)흔쾌히 말해주셔섴ㅋㅋㅋㅋㅋㅋ(M은 수줍음이 많은 성격으로,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대강 날짜를 잡은 뒤 헤어졌었다. 목요일이었던 어제는 마침 나에게 다른일정이 있어서 안 됐고, 여차저차하다가 결국 금요일에 만나는걸로 최종결정이 내려졌다. (우~~~이번주 금요일~~~~ 생각해보니 나중에 독일어실력이 좀 더 좋아졌을 때 쯤, 한국에는 '금요일에 만나요'라는 노래도 있단걸 알려야겠다. 덩달아 아이유 홍보도 해야지 히히 ^^)
금요일인 오늘은 한국의 친구들과 화상채팅 어플로 폭풍수다를 떠는게>_< 첫 번째 일정이었다 흐흐! 간만에 효인이, 요한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과 얼굴을보며 대화할때면 내가 독일이 아닌, 그냥 조금 멀리 다른지역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처음 이 곳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을 땐, 끊고 난 뒤 왠지 더 한국이 그리워지곤 했는데(놀랍게도 그때는 일주일밖에 안됐을 때였닼ㅋㅋㅋㅋ참나 ^^..) 도착한지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은, 그런 감정보단 오히려 여기서 더 잘 지내봐야겠다는 원동력이 된달까. 각자 자신의 삶을 멋지게 꾸려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도 힘을 얻는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슬슬 옆집으로 피아노 구경을 갈 시간이 되어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며 화상앱을 종료했다. 아! 중간에 잠시 로버트 아저씨갘ㅋㅋㅋㅋㅋ깜짝등장하여 친구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안그래도 오늘 친구들과 화상채팅을 할 예정이라고 알렸을 때, 아저씨가 "나도 인사 나눌까!?!"하며 신나하셨기엨ㅋㅋㅋㅋㅋㅋ조금 예상을 하고있었다 히히히! 다만 친구들 이름을 아저씨에게 소개할 때 긴장을하는 바람에 문법을 틀리게 말했는데, 그것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조금 아쉬웠달까 헤헤... 어쨌든 즐거운 대화가 지나고, 다시 조금 긴장한 상태로 작은 선물을 들고 옆집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른 뒤 현관으로 들어가 M의 가족에게 내가 준비한 전형적인 한국과자인ㅎㅎ 초코파이와 고소미를 선물하곤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해보니 그동안의 나는 들어오는 사람을 맞이하기만 해봤지, 내가 타인의 공간으로 들어간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M의 집은 우리집과 방향이 반대라고 해야될까? 여튼 집 하나가 벽으로 나뉘어있어, 우리집의 공간은 왼쪽으로 펼쳐지고 M의 집은 오른쪽으로 향한다고 표현하면...머릿속에서 대강 그려질까!? 여튼 그런식이다! 그래서 나는 M의집도 왠지 우리집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꾸며져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우와 웬걸...!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인테리어였다. 물론 당연한 말이긴 한데, 그냥 뭐랄까... 벽 하나를 두고 이렇게나 다를 수 있구나- 싶은! 그동안 한국에서 봤었던 가정집 인테리어는, (물론 모든 집들을 다 다녀본건 아니지만) 한국의 우리집도 그렇고 어딘가 조금씩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독일에서 처음으로 가본 타인의 집은 정말 집주인의 성격이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는듯 했다. 집 안의 전체적인 색감 및 가구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사소하게는 뒷마당의 바닥에 깔린 돌 모양까지.
이후 M의 안내를 받아 M의 방이 있는 윗층으로 올라갔다. 미리 잡은 일정이긴 하나, 그래도 자신의 방을 보여주는게 사실 쉬운일은 아니었을텐데 흔쾌히 안내해준 M에게 너무 고마웠다. M의 방엔 정말 큰 창문이 있어 햇빛이 잘 들어와, 그냥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옆의 벽을 따라 놓인 하얀색 피아노는 정말정말 예뻤다. 어떤말을 먼저 해야될지 몰라, 그냥 우선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해?'하고 물었고 역시나 나는 돌아오는 대답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이어서 M이 연주를 시작하는바람에 조금 어색한 감정을 가릴 수 있었다 히히.
River flows in you, 엘리제를 위하여, 트로이 메라이, 라라랜드의 OST, 자장가 등등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곡들을 연주했기에, 곡이 시작될때마다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 가졌던 취미활동의 덕을 이곳에서 톡톡히 보고 있다. 아이유를 향한 팬심이 대만 친구를 만들어줬고, 어렸을적 배워놓은 피아노 연주는 이웃과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조만간 대만 친구와는 함께 풋살 동아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중학생때 (독일드라마는 아니었지만)미국드라마와 일본드라마를 열렬히 좋아했던것도 덕이라면 덕이랄까, 외국어를 배우는게 재미있었는데 - 이것은 결국 현재 내가 독일어를 배우는데도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지금 막 생각난건데, 한국도 어서 주입식 교육같은건 빨리 사라지고 취미활동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ㅠㅠ (독일은 학교 정규과정에 춤을 배우는것도 있다고 한다. 각자 집 근처의 댄스아카데미에 등록하여 춤을 배우고 나중에 발표회를 하는 식. 재밌겠다!!!!)
여튼, 또 다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때 쯤 M이 나에게 피아노 연주를 해보겠냐며 권했다. 나는 한국에서 연습했을 때 조금 외운 곡이자 유일하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반짝반짝 작은별'을ㅋㅋㅋㅋ 간단하게 쳤는데, 마음같아선 뭔가를 더 화려하게 연주하고 싶었으나 그것은 나의 능력 밖... 아진짜 지난번 쾰른에서도 그렇고, 옆집인 이곳에서도 그렇고- 이렇게나 피아노를 연주할 기회가 많이 생기다니!!! 출국 전 독일어 시험공부 할 시간에 차라리 피아노 연습을 해놓을껄!!!!!그렇게 나의 간단하디 간단한 초미니 곡이 끝나고, M의 다른 취미활동이 문득 궁금해져 "피아노연주 말고 다른 취미는 뭐가 있어?"하고 물어보니 "오토바이 타는거!" 하며 대답한다. 응??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음...!? 피아노를 이렇게나 섬세하게 치는 아이가 오...오토바이를 탄다고..!?!?!!' 도저히 상상이 안 가, "Motorrad????(오토바이???)"하곤 다시 물었다. 나는 아직 편견덩어리구나...
조금 벙찐상태로 오토바이를 구경할 수 있는지 묻는 나의 질문에 M은 웃으며 흔쾌히 뒷마당의 창고로 나를 안내했다.
오마이갓. 앞으로 M과 친하게 지내야겠다. M의 오토바이는 진짜 캡 멋졌다. 들어왔던 입구에는 M의 아빠가 타는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는데 사실 그것 또한 엄청나게 멋졌다.
이것저것 묻는 나의 질문에 M은 열심히 대답을 해줬는데, 역시나 나는 다 이해하진 못했으나(너무 미안했따ㅠㅠ겁나 말걸어놓곤 정작 내가 이해를 못하고.. 아휴ㅠ) 정리해보자면 자신의 오토바이는 아직 도로위에서 못 탄다는 것. 지금 끼워져있는 바퀴는 인증마크가 없는 바퀴라, 불법인 셈이라고 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그럼 이거 그냥 타면 경찰 와..?"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닼ㅋㅋㅋㅋㅋㅋ왠지 바보같은 질문이었닼ㅋㅋㅋㅋㅋㅋ 또한 M의 나이도 올 해 성인이 되는셈이라, 아직 면허 증서만 있을 뿐 카드?는 못받았다고 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그걸 기다린다고도 말하는듯 했고. 어쨌든, 언젠간 너가 오토바이 타는걸 보고싶다고 하니 어깨를 으쓱이며 웃는다. 우와씨 진짜 나는 오토바이를 소유하는것에 대해 진짜 별 생각이 없었는데(돈도 없을뿐더러 무서우니까...) 이렇게나 멋진 오토바이를 두 대나 보고나니 괜시리 갖고싶어졌다!!!!
피아노구경에 이어 오토바이구경까지 마친 뒤 거실로 돌아와 M의 엄마, 아빠와 함께 다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은 뭔가 말을 더 많이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의 고뇌하는 표정이 얼굴에 나타나든 말든 신경쓰지 않으며, 그러다보니 나의 답답함이 몸짓으로 나타나 동작은 조금 우스꽝스러워지지만, 그저 열심히 단어와 문장을 내뱉고 있는 요즘이다. 물론 여전히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르다가, 되게 간단한 뜻의 단어를 발견하곤 '아 내가 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하며 뒤늦게 단어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그런 때. 그치만 뭐, 이렇게 기억해뒀다가 다음엔 제대로 알아보면 되는거겠지. 또 까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마냥 낯설진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이렇게 차근차근 해 나가면, 마흔살엔 조금 원어민처럼 얘기할 수 있을거야!!!
시간은 어느덧 흘러 여섯시가 되어갔기에, 슬슬 배가고파 인사를 나누고 다시 돌아왔다. (다음번에도 또 피아노 연주하러 놀러오라고 하셨다!! 후후 무조건 기억했다가 또 날짜를 잡겠습니다요!) 집 앞마당에서 열심히 원예작업을 하고있는 로버트 아저씨! 둥근 나무를 직접 손질했다고 한다. 왼쪽은 다듬어서 둥그스름한데, 오른쪽은 아직 못한거라 모양이 서로 다르다며 말하곤 웃으셨닼ㅋㅋㅋㅋㅋㅋ 아저씨도 배가 고프다며 이만 작업을 마무리해야겠다길래, 같이 들어와 저녁식사를 했다. 오늘의 저녁은!! 어제 뒤셀도르프의 한인 반찬가게에서 사온!! 간장치킨이닼ㅋㅋㅋㅋㅋㅋㅋ냉장고에 남은 감자와 브로콜리를 마저 데우고 며칠 전 마트에서 사왔던 당근샐러드까지 더하여 맛있게 냠냠 먹었다.
이번 주말동안엔 밀린 숙제를 하고 대만친구들(엄마와 딸)과 함께했던 뒤셀도르프 여행기를 마저 작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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