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열심히 요리를 했던 탓인지, 오늘 아침엔 나의 코골이 소리를 내가 듣곤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한국에 있을 때 엄마가 코를 골면 내가 놀리곤 했는데, 지금 내가 엄마와 똑같이 코를 골고 있다닠ㅋㅋㅋㅋㅋㅋㅋ놀리다가 닮아버렸나보다 히히~~~
여튼 느지막히 잠에서 깨어나, 과일을 듬뿍 넣은 요거트(양조절을 실패해서 요거트보다 과일의 양이 더 많았다^^...)를 아침으로 먹은 뒤 쾰른에 다녀오기 위해 씻고 준비를 했다. 오늘부턴 다시 월요일이고, 저녁엔 어학원 수업이 있으니 그 전에만 돌아오면 되겠군! 하며 계획을 세웠으나, 문자와 메일이 도착했다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오늘 어학원 B2 수업은 아쉽게도 취소됐어요! 보강 수업 날짜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며 오늘 어학원 수업이 취소됐다는 것. 헐 이럴수가 ㅠ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건 지금 나에겐 어학원 뿐이었기에, 너무너무 기다려온 월요일이었는데ㅠㅠ 그리고 숙제도 있어서 주말에 열심히 다 풀어놨는데 말이지 ㅠㅠ 무척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어학원에서 친해진 대만 친구(중년 여성으로, 나처럼 아이유를 좋아하는 딸이 있다 ㅎㅎ) C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C, 문자 받았지? 오늘 수업 취소됐대ㅠㅠ' 곧이어 C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러게 ㅠㅠ 나도 방금 문자 받았어' C과 연락을 주고받던 중, 저번 어학원 수업에서 딸과 같이 셋이서 약속을 잡아보자 했던것이 떠올라 지금 날짜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 우리 셋이서 언제 만날까? 다음주 목요일 어때? 내가 너네 집 근처로 갈게~!' 하며 보내자 C는 날짜와 장소를 여러개 선정하여 나에게 다시 보내왔고, 목요일 16시쯤 뒤셀도르프에서 만나 저녁을 함께 먹는걸로 결정했다. 그 날 C의 딸이 뒤셀도르프에서 마침 수업이 있다하여, 마저 그곳에서 저녁을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또한 저번에 다녀온 새로생긴 한인마트도 소개하며 그곳에 있는 인생네컷도 같이 찍어야지!!!! 무려 연예인 필터도 있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기에 (아이유 필터도 있다면..!!) 아이유를 같이 좋아하는 나와 C의 딸에겐 정말 안성맞춤일것 같았다!!!키키키~~!!
갑자기 찾아온 수업취소 문자덕에 C와 새로운 약속을 잡게되었네 흐흐. 그 사이 벌써 한 시간이 흘러, 마저 준비를 하고 쾰른으로 가기위해 집에서 나왔다. 오늘 쾰른으로 향하는 이유는, 바로바로! 로버트 아저씨의 아들 J의 생일선물을 찾아보기위해서다.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뭔가 독특하고 재밌는걸 주고싶었기에, 구글맵에 선물가게를 여러개 찾아놓고 군데군데 돌아볼 생각이었다.
우선 쾰른 중앙역에 도착해, 저번에 눈여겨봐둔 비건 커리부어스트를 먹으며 점심을 해결했다. 소스부터 소세지까지 전부 비건이라고 적혀있었다!! 커리부어스트는 독일에서 정말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한 끼 식사로, 소세지와 감자튀김위에 소스(간단하게는 마요네즈 또는 케찹)를 올리고 그 위에 카레가루를 뿌리는 것이다. 부어스트는 독일어로 소세지를 뜻한다. die Wurst (독일어엔 명사마다 성이 있어, 함께 외우기 위해 같이 적는다)
독일도 한국처럼 키오스크 기계가 많이 설치되어있다. 기계에서 이것저것 누른 뒤 번호표가 나오길 기다렸는데, 305번 숫자 위에 이름도 같이 적혀나왔다. 흠..여기 매장 이름은 아니고.. 나를 담당하는 직원의 이름인건가? 하며 알쏭달쏭하게 자리에 앉았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왠지 나에게 부여된 닉네임인것 같았닼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혹시 모르니, 숫자로 불릴수도있으니까 미리 독일어로 생각해놔야겠다싶어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때 갑자기 "엘사? .. 엘사!!" 하며 나를 부르는듯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닼ㅋㅋㅋㅋㅋㅋ그렇다. 엘사는 기계가 나에게 부여한 닉네임이었닼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겨울왕국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나는 혼자 웃음을 참으며 음식을 받아 자리로 돌아왔다. 비건 커리부어스트의 맛은?! 비건이라고 말 안하면 그냥 소세지로 착각할것 같았다. 전혀 이질감 없이 너무 맛있었다.
+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로버트 아저씨와 아들 J에게 비건 커리부어스트를 먹었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우엑~~!!' 하는 반응이 돌아왔닼ㅋㅋㅋㅋㅋㅋㅋ샼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을 해결한 뒤 처음으로 간 곳은 아이디어상품을 파는 팬시점? 같은 느낌이었는데, 신기한 생활용품이 많아 재밌었으나 아무리봐도 아들 J의 취향보단 살림9단 로버트 아저씨가 더 좋아하실것 같은 물건들 뿐이었다!!ㅋㅋㅋㅋ 그 중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것도 있었는데, 바로바로! 벽에다가 줄을 걸어놓고 자석으로 사진을 고정해놓는 꾸미기 용품!!! 나중에 이렇게도 꾸며봐야겠다 싶어서 한번 사진으로 찍어놨땅 히히.
다음으로 간 가게는 해리포터, 나루토와 같은 동서양의 유명한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굿즈판매점 같은 곳이었다. 마블도 있었으나 J가 어떤 캐릭터를 특히 좋아할지 모르기에 이곳도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생각해보니 나는 J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었닼ㅋㅋㅋㅋㅋㅋ하핫ㅎㅎ 이제 18살 생일을 앞두고 있으며 직업군인을 희망하고 있고 운동을 좋아한다는게 내가 알고있는 전부다. 한국나이로치면 20살로 성인이지만, 어쨌든 여기에선 10대 청소년인 셈이다. 10대를 나도 지나오긴 했지만, 10대를 지나고있는 타인과 함께 사는건 또 처음이기에 어떤식으로 다가가야 친해질 수 있을지- 그것이 요즘 나의 고민이다. 잠깐, 내가 10대였을때 나보다 열 살이나 많은 성인과 친구로 지내본적도 없었다. 내가 혼란스러운만큼 얘네도 혼란스럽겠구나...
+ 마찬가지로 로버트 아저씨의 딸 L은 14살이다. 10월에 15살 생일을 앞두고 있는데, L은 어떤걸 좋아할까?!
+ 생각해보니 정신병동에서 일했을 때 10대 청소년들과 가깝게 지냈었다. 다만 그 친구들과는 계속해서 대화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며 교류했기에 친해질 수 있었던건데, 여기선 그 '대화'가 제일 어려우니... 끙... 그래도 계속 말 걸어봐야지!
다음으로 향한곳은 바로바로! 레고 가게! 저번에도 한번 왔던 곳이지만 그저 둘러만 보고 갔기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와보니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J의 희망직업인 군인을 형상화한 레고를 찾아봐야겠다는 것!!! 레고 가게에선 열심히 군인레고를 찾고 만들다보니 사진찍는걸 깜빡했다.. 그래서 구글맵에 올라온 공식사진으로 대체!
대형 레고부터 시작해 각자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는 아주 작은 레고까지 정말 다양한 레고블럭이 있었다. 나는 꼼꼼하게 둘러보며 혹시나 군인레고 키링이 있을지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다른 한 켠엔 스스로 레고인형을 만들 수 있는 블럭들이 엄청 많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 앞에 서서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던 중 점원이 다가와 '도와줄까요?' 하며 말을 건네왔다. '혹시 군인 레고도 있을까요...?' 하며 물어봤으나 직원은 바로 '아뇨 그건..없어요..'하며 대답했다. 나는 속으로 '다양한 직업군의 레고인형이 있을텐데 왜 군인은 없는것인가..!' 하며 탄식했으나, 바로 '아..독일이라 그런건가....!' 하며 확실하진 않지만 왠지 납득이 가, 조용히 수긍했다. (혹은 나와 점원이 그저 군인옷의 레고를 못 찾은 걸지도...!)
어쨌든 최근에 열차에서 본 독일 군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최대한 그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어보았다. 가격은 레고인형 1개에 3.5유로 정도인데, 3개를 만들면 7.8유로 정도에 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왕 만드는거, 나랑 로버트 아저씨랑 세입자친구 A랑 아저씨의 딸 L것까지 만들어야겠다싶어 한참을 그 앞에 서있었다. 처음에 나를 응대한 직원도 중간중간 나를 찾아와 인형만들기를 도우며 "이건 어때?", "이것도 귀엽겠다"하며 레고인형에 첨가될 레고블럭들을 함께 찾아주었닼ㅋㅋㅋㅋ 그렇게 완성된 아들 J의 군인 레고인형은 바로바로!!
나머지 식구들의 레고인형은 나중에 공개하겠습니다 후후...
최대한 초록초록색으로 맞추면 얼핏 전투복과 비슷해보이지 않을까 싶어 만들어본건데, 심지어 모자까지 꽂아놨는뎈ㅋㅋㅋㅋㅋ조금 허술한 느낌이긴 했다 히히.. 여튼, 뿌듯한 마음으로 레고 가게를 나와 편지지를 사기위해 다시 움직이던 중 눈 앞에 갑자기 분수쇼가 펼쳐졌다. 처음엔 진짜 거기에 있는 분수인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길 위에 있는 수도관이 터진것이었땈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ㅋㅋㅋ진짜 어메이징하고 재미있는 쾰른이다.
편지지까지 야무지게 골라 집으로 돌아오니 (사실 중간에 유니클로도 들려서 내 옷도 쇼핑했음 헤헷) 어느덧 여섯시가 되어있었다. 로버트 아저씨는 막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J는 운동하러 가겠다며 짐을 꾸리고 있었다. 이후 완성된 오늘의 저녁메뉴는 바로바로!! 볶음밥!!!! ㅋㅋㅋㅋㅋㅋㅋ한국에도 있는 음식이라며 내가 기뻐하자 아저씨도 웃으면서 '정말?!!' 하며 놀래셨다. 아참! 어제 점심으론 토요일에 만들어준 사과무스를 먹었는데, 무엇과 함께 먹었냐면 바로바로! 감자전!!! 감자를 좋아하는 독일에 감자전이 있는건 사실 당연한것 같다. 생김새가 정말 우리나라의 감자전처럼 생겼고, 겉은 바삭('바삭한'이라는 독일어 단어도 마침 배웠다 ㅎㅎ knusprig 발음은 [크누스프릭])하며 맛은 정말 감자전맛이다! 다만 곁들이는 소스가 무척 다르단게 차이점이다 ㅎㅎ 독일에서도 여기 쾰른은 사과무스를 발라 먹는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한국은 어떻게 먹는지 물으시길래 "간장이랑 먹어여~!!"하니 "으익?!!?!한국은 정말 간장을 사랑하는구나!" 하며 놀래셨닼ㅋㅋㅋㅋㅋ지금까지 선보인 한국요리에 거의 대부분 간장이 들어가긴했짘ㅋㅋㅋㅋㅋ그리고 난 회를 먹을때도 간장에 찍어먹는다고 말했으니! (초장보단 간장이지~)
오늘 저녁으로 먹은 볶음밥과, 어제 점심으로 먹은 감자전 사진을 올리며 오늘의 일기를 마무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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