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후/쾰른_Köln (일상)

7월! 워홀 11개월차!

지영(JiYeong) 2025. 7. 10. 08:00

7월 첫째주를 지나고 있다. 요즘 기온은 그나마 비가 온 뒤로 선선해져서 18도~20도를 유지중인데 사실 좀 춥당 ㅎ..
그러나 6월말까지, 아니 7월 초반만해도 엄청나게 더웠기에(37도...) 지금의 이 쌀쌀함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될지도..


 
7월 4일 금요일 /
 
조금 흐리다가 어느 날 하루, 반짝 맑아졌을 때!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짐을 챙겨 바깥으로 나갔다. 이번엔 나홀로 피크닉이다! 선물로 받은 책과 빵, 물을 챙겨 내가 애정하는 그 공원으로 부랴부랴 향했다.
 

 
그늘이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땡볕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철푸덕 앉았다. 생각해보니 오는길에 맨 살을 다 노출시킨 상태로 광합성 중이었던 사람들이 떠올라, 나도 따라해보고자 냅다 상의탈의를 했다. 상여자 특 : 공원에서 난데없이 웃통까기!!!!!!
 
그러고 5분정도 지났을까... 계속해서 센 척 했다간 진심으로 상체에 불이 지펴질 것 같았다. 가방속에 가져온 반팔 셔츠를 서둘러 꺼내 입었고, 자리도 나무 그늘 밑으로 옮겼다. 한결 나아진 상태로 다시 책을 펼쳤고 돗자리 위에서 뒹굴거리며 이 순간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그러다가 딴 생각이 날 때 쯤이면 책 건너편의 평화로운 풍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멍때리기!
 

'좋은 것이란 말은 두루뭉술한 표현이지만 귀엽게 여기는 마음, 소중히 감싸주고 싶은 마음, 고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포한다.' - 나무 / 고다 아야

 
그동안 로망으로 여겨왔던것 두 가지를 실천으로 옮긴 하루였다. 하나는, '공원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광합성하기'였고 다른 하나는 '공원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뒹굴거리며 책 읽기'. 독일의 여름이 끝나기 전에, 일 시작하기 전에 ㅠ_ㅠ 조금 더 이 여유를 만끽하리라 조용히 다짐했다.
 

 
두 시간정도 지났을까, 아는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7월 첫째주에 쾰른의 큰 축제 중 하나인 퀴어축제가 열렸는데 이 날이 시작이었던지라, 언니에게도 정보를 건넨 뒤 시간이 맞으면 함께 만나자고 말을 해둔 터였다. 언니와 축제에서 만나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감자튀김을 옴뇸뇸뇸 먹었다. 왠지 오랜만이었던 감튀... 매우 맛있었다 ㅠ_ㅠ 그리고 언니와 헤어진 뒤 남자친구를 만나 이번엔 햄버거를 먹으며 맥주를 한번 더 마셨는데, 오...다음날 은근하게 몸이 피곤했다. 맥주만 마셔도 숙취를 느끼는 몸이 된 걸까...ㅇ_ㅇ..?


 

 
 
7월 7일 월요일 /
 
작년에 조직했던 탄핵시위에서 친해진 지인의 졸업전시회에 가기위해 중앙역에서 꽃을 샀다. 한국과는 다르게, 포장을 하려면 2유로정도를 더 지불해야 했지만.. 완성된 꽃을 받고 나니 왠지 양갈래 머리가 떠올라 귀엽고 웃겨섴ㅋㅋㅋㅋ 사진으로 남겨놨다. 
 

뒤셀도르프의 쿤스트 아카데미!

 
 
학교 도착! 왠지 포스가 느껴지는 외관과(알고보니 250년이나 되었다고 함!!) 그 위엄을 이어받은 내부는 높은 층고로 인하여 공간에 시원함을 더해줬다. 곳곳에 무심하게 놓여있는 작업도구나 개개인의 작품은 이 곳이 미대라는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듯 했다. 시위에 사용할 현수막을 그릴때도 찾아왔던 곳이라 익숙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 날 따라 초쿰 낯설어ㄸㅏ..☆★ 
 
이 날 지인의 졸업 작품이 놓여있는 방 입구엔 직접 작성한 설명글이 적혀있었는데 나와 전혀 다른 타인이 쓴 글임에도 어쩐지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계속해서 눈길이 갔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것을 준비했을지를 조심스레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동경이 있었고, 그들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또는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에 대해 늘 궁금했는데 이 날 그 갈증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듯 했다. (+함께 페인트칠을 했던.. 그 빡셌던 순간도 떠올랐음...!) 한국에만 계속 있었다면 만날 일이 거의 없었을, 아주 다른 분야 속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보는 하루였다.
 

남자친구도 함께 다녀왔는데, 집으로 돌아온뒤엔 바로 요리사로 변신하더니 이토록 끝내주는 비주얼의 물회를 뚝딱 만들어냈다. 독일에서 물회라니 미친...

 


 
7월 8일 화요일~ /
 
맛있는걸 많이 먹는 요즘, 그만큼 더 운동을 해야겠다싶어 이틀 연속 조깅을 뛰고 있다. 화요일에 조깅을 끝내고 근처 놀이터로 돌아와 스트레칭을 하고 뒤를 돌아서던 순간!!!!!! 놀이터에 들어올 땐 분명 못 봤던 요상한 자세의 동물인형이 있는 것 아닌가!!!!! 아니 발견하자마자 간 떨어질뻔했닼ㅋㅋㅋㅋㅋ아오... 왜 저렇게 생긴건데...ㅠㅠ 죽은 동물인줄 알고 진짜 식겁했다. 바로 집주인 아저씨한테 하소연을 했곸ㅋㅋㅋㅋㅋ아저씨는 침착하게 '근처 벤치 위에다가 올려두면 누군가 가져갈거'라고 답장을 주셨다. (글을 작성하는 시점인 9일 수요일인 오늘도 한번 더 조깅을 다녀왔는데, 여전히 벤치 위에 있더라 ㅠ3ㅠ )
 

마무리는 우리집 냥할머니와 코파는 나~

 
놀이터에서 스트레칭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뒷마당에 매트를 깔고 간단한 근력운동을 하는데, 그럴때면 어김없이 냥할머니가 오셔선 옆으로 누우신다. 넘무 귀여워서 매번 사진을 찍게 된다.. 히히.. 그리고 오늘은 뿌듯한 하루를 보냈기에, 기분이 좋아서 셀카도 같이 올려놓는다!! 왜 뿌듯하냐면!!!! 공부하려고 사다놓은 문제집을 드디어 계획대로 풀고있기때문!!! 하하하 사실 8월에 입사하기 전엔 그래도 다 푸는게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이제 진심으로...(왜냐면 이 문제집을 5월..?에 샀거든요 ㅎ..) 들고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못 하면 나는 진짜 의지박약임을 증명하는것같아, 오기로 공부를 이어나가는 요즘이다. 
 
그리고 입사예정이었던 8월 1일엔 비자 면담이 잡히는 바람에! 입사날짜를 조금 뒤로 미루게 되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그거 들고 외국인청에 가서 제출하기...! 떨리는구만...! 그치만 요즘 계속 진행중인 카페알바덕분에 조금씩 자신감이 상승중이다. 처음엔 '와씨.. 저 레시피 언제 다 외워... 어떻게 하냐...' 하며 무지무지 무서웠는데, 막상 대여섯번을 일하고나니 조금씩 익숙해지고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과제가 무엇이든, 왠지 다음 단계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