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1년이 안 지났다니... 독일에서 지낸지 체감상 3년은 된 것 같은데, 9개월이 지나고 이제 10개월차에 접어들었다는게 여전히 놀랍다. 은근히 바빴던 요즘을 되돌아보자면.. 5월 초쯤 바이에른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5월 중순부턴 남자친구의 집 이사를 도왔다. 이케아도 다녀오고, 이후 온라인으로 주문한 가구 조립도 함께하며 으쌰으쌰 시간을 보냈다. 또한 우리는 차가 없기에, 우버를 불러 몇 번 왔다갔다하며 여러날에 걸쳐 짐을 옮기기도 했다.

남자친구를 도우며 시간을 보내는것도 나름대로 의미있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오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가라앉기도 했다. 남자친구를 돕는것 외엔 별다른 일정이 없는 스스로가 한심했던 것이다. 8월부터 병원근무가 시작 될 예정이니 그 전까지는 휴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을법도 한데, 어쩐일인지 그런 마음가짐이 영 쉽지 않았다. 또한 다가올 6월과 7월이라는 두 달의 기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졌고, 지금까지 기다려왔는데 또 기다림의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에 초조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실, 점점 줄어들다 마침내 바닥을 보인 통장잔고도 내 불안의 요인으로 한 몫 하고있었다. 미니잡(아르바이트)을 구하면 되지! 그치만 이제 와서 구할 수 있을까..? 두 달 동안만 나를 고용할 곳이 있을까? 기다림 속 두 달은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니 턱없이 짧게 느껴졌다. 그동안 아르바이트 생각이 없던건 아니었다. 다만, 한국 간호사 면허를 인정받기위한 서류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져 예상했던 기간을 훨씬 넘겨버렸고(1차 멘붕) 이후 아카데미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2차 멘붕) 뜻밖의 대학병원에서 하루 실습을 제안하여 하고왔더니 8월부터 일을 시작하자는 답변을 받고(확답을 5월에 받았다보니, 8월까지 또 기다려야된다는것에 3차 멘붕) 근로계약서 작성 후 외국인청에 비자신청 서류까지 보내고나니 어느덧 6월이 되었다. 처음 서류과정 단계에서 과감하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면 좋았을텐데. ‘서류 답장이 오면 일을 시작하자는 상황도 곧 오겠지? 그러면 중간에 알바를 관두는게 민폐일테니 차라리 일단 놀며 기다리자!’ 하며 생각했던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이런말 하기 민망하지만.. 너무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 한가해서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다 ^-^... !

일을 시작하고나면 ‘왜 내가 저딴 생각을 했을까..? 노는게 최고야!!!!’하며 일기를 쓰고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원망할 것 같기도 한뎈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당장 할 일이 사라지면 그 자유로움에 처음엔 신나지만, 나중엔 심심해서 우울감까지 느끼게 된다는걸 독일에서 뼈저리게 느끼고있다. 특히나 아무 소속없이 정말 덩그러니 혼자, 가족친치도 없는 외국의 거대한 자유로움 속에서 살아간다는건 어쩔땐 해방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국과 내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지금 잘 하고 있는건가..? 나 여기서 뭐하고있는겨’ 하며 스스로를 향한 자책섞인 질문에 매일 마주하는 것이다.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는 외국어속에서 살아가는것 또한 스트레스 원인의 공동1위다. 원어민과 한두번정도 소통이 되는 것 같을 땐 ‘오.. 나 독일어 좀 늘었나봄 후후‘ 하며 곧잘 자신감이 상승하나, 그들이 나에게서 고개를 돌려 같은 원어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세 배속으로 빨리감기 한 것 마냥 고막을 강타하는 그 말하기 속도에 ’뭐야... 입에 모터달렸어..?’ 하며 혼자 다시 주눅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요즘 새롭게 연습중인것이 있는데, 바로! 이해 못 했으면 못 했다고 말하기!! 상대가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빠르다고 말하기!!!! 상대는 내가 독일어를 잘하는 외국인인지, 잘 못하는 외국인인지를 모를것이니 일단 원어민 속도로 말을 걸어오곤 한다. (아니면 구냥 빠르게 말하고 보는건가...힝) 그럴 때 당황하지 말기!!! 내가 지금 이해한게 맞는지 꼭 되물어보기!!!

그래도 계속해서 독일어에 나를 노출시켜야 뭐라도 들을테고, 이어서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다. 최근에 나는 쾰른의 한 한인식당(이었으나 사장이 바뀐뒤론 알바생들도 모두 외국인임!)에 하루 알바를 하러 갔었다. 독일에선 알바를 시작하기 전, 하루정도 공짜노동을 하며 서로를 탐색할 시간을 가지는 제도가 있는데, '프로베 탁'라고 한다. 그 곳에서 나의 첫 프로베탁이 시작되었는데, 오랜만에 식당 서빙을 하고나니 예전에 그램그램에서 일을 했을때가 생각나며 조금 재밌었다. 한편으론, 해외에서 식당을 열어 외국인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프로그램이 떠오르며 마치 내가 그 곳의 서빙직원이 된 것 같은ㅋㅋㅋㅋ 상상도 했다. 어쨌든 프로베탁은 무사히 끝냈으나, 가게를 나와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걸리는 지점들이 있었다. 연락이 다시 언제쯤 올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기에, 차라리 다른 곳을 찾아야겠다..하며 고민하던 차에! 저번에 지원이와 함께 뒤셀도르프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빙수카페에 갔던게 떠올랐다. 그 카페 내부에 '알바 구함. 한국어, 독일어 잘하시는 분!' 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장님의 카톡 아이디가 적혀있어서 재빨리 찍어왔었지. 한국어는 잘하지만 독일어는 아닌..데..뀨....어쩌쥐...고민을 조금 했으나, '일단 연락해보자!!!!! 주문 잘 받고 실수만 안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장문의 카톡을 작성했고, 그 결과 11일 수요일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 히히!!!! 이러다가 7월까지 두 달 내내 면접보고 프로베탁만 하는건 아닌짘ㅋㅋㅋㅋㅋ조금 걱정이 되었으나, 어쨌든 새롭게 할 일이 생겼다는것 만으로도 일단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뿌듯했다. 나도 드디어 뭔가 할 일이 생겼어!!!!!!
+그리고 하루알바했던 그 식당에선 다음날 연락이 왔으나, 이미 내 마음은 카페알바로 가있었기에 ^-^....정중한 거절의 문자를 보내며 안녕을 고했다. 카페에 올인한다...제발 저를 받아주십쇼...

9일 월요일인 오늘, 엄마와 통화를 했다. 주위 사람들이 '지영이는 뭐하고 지내~? 일은 시작했어~?' 하고 물으면 '걍 놀고있어~독일어 공부 하면서~'하며 답한다고 한닼ㅋㅋㅋㅋㅋㅋㅋ엄마가 이젠 '알바도 시작했대^-^'하며 조금 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길 바라며!!!!!!! 챗GPT와 함께 카페에서 자주 쓰는 독일어를 미리 공부해야지!!!!! 아참 바이에른주 여행 다녀온 여행일기 빨리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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