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간호사_Beruf

병원에서 온 두번째 답장 !! 8월 1일자로 채용예정!!!

지영(JiYeong) 2025. 5. 1. 07:54

대만친구 En에게서 받은 차은우 사탕!!!

 

지난 14일 월요일, 하루 병동견학을 한 뒤 교육담당자와 면담을 했었고, 채용 관련해서 몇가지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후 자신에게 비자와 여권을 사진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였고, 그렇게 메일에 첨부하여 전송한게 벌써 2주 전이었다. 그 사이 나는 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고, 친한 사람들에게 '내가 진짜 독일의 병원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좀 미친것같은데..?' 하며 열심히 SOS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내가 목표했던것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는 중인데, 왜 이렇게 겁이 나는건지. 그동안의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던 이지영은 어디로 간 걸까. 독일어 과외도 받으며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이걸로 되겠어? 이렇게해서 독일어가 언제 늘겠어? 더 미친듯이 공부해야 되지 않겠어? 병원에서 어떻게 일할래?' 와 같은 모진 목소리가 채찍을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때문에 독일어를 배울수록 자신감이 더 떨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독일어 권태기 시기도 다시 찾아왔다.  (사실 이 시기는 자주 오죠^^...)

 

그치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우울+불안 모드로 내 앞날을 독일 겨울날씨마냥 흐리게 보고 싶지 않았던 나는, 28일 월요일 점심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결국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이왕 하는거!!!!! 언제 답장이 올진 모르지만!!!! 온다면, 진짜 병원에 취업하게 된다면 우선 1년만 해보는걸로 계획해보자고!!!!!' - 그리고 오후가 되어 도서관으로 향했고, 자리에 앉아 정신없이 숙제를 하며 사탕을 먹던 중 병원으로부터 메일을 받은 것이다.

 

[확인해본 결과,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는 채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8월 1일자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이 방법이 괜찮으신가요? 채용을 위해서는 연방고용청의 사전 승인이 필요합니다. 이 신청은 제가 맡아 진행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첨부된 동의서를 작성하여 서명해주시면 됩니다.]

 

오마갓쉬 지져스!!!!! 아무래도 내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8월 11일날 끝나니, 그래서 8월을 제안한것 같았다. 또는 연방고용청과 날짜를 잡아 이것저것을 진행하기위해 애초에 넉넉히 날짜를 제안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여튼, 나는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넘어 이미 새롭게 다짐한 뒤 였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근이죠!!! 완전 좋습니다!!! 다만 제가 지금 밖에 있기에, 보내주신 서류는 오늘 저녁에 싸인하여 다시 메일로 첨부하겠습니다] 하며 실시간 채팅에 답하듯 쏜살같이 이메일 답장을 보냈다. 이후 도서관을 나와 근처 드럭스토어에서 해당 문서를 인쇄한 뒤 조심히 가방에 넣었다. 그리곤 집을 향하여 힘차게 자전거를 굴렸다.

 

떡국~~ 이 날은 내가 떡국이 땡겼기에, 로버트 아저씨에게 '오늘은 제가 요리할게여~~~'하며 선언을 한 상태였다.

 

집에 돌아온 나는 'Hallo~~'하며 내가 돌아왔음을 알렸고, 로버트 아저씨에겐 메신저를 통해 이미 상황을 다 알린 상황이었다. 아저씨는 나를 반기며 "잘됐구나! 그치만 또 8월까지 기다려야되네! 이럴거면 차라리 작년에 독일에 오자마자 바로 아르바이트를 구할걸 그랬어!" 하며 축하와 아쉬움을 표현하셨다. 5월 중순부터(5월 초엔 뮌헨여행을 계획해놨기에^^..!) 단기 아르바이트자리를 막바로 구해야될걸 생각하니 잠깐 아찔해졌지만, 어찌어찌 구해지겠지하는 마음으로 우선 저녁메뉴인 떡국을 끓였다. 그리고 결과는~~~맛있었당~~~~!!

 

로버트 아저씨는 요즘 담배를 줄이려 노력하고계신다. 그래서 아예 많이 들어있는 담배를 사다놓곤 절제하며 피고계시는데, 총 양이 무려 60개피..!!! 너무 놀래서 찍어봤음. 22유로다. 한화로 약 36,300원정도..?

 

이번주는 날씨가 많이 따뜻하기에, 야외에서 밥을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아저씨와 나는 각자 떡국 그릇을 들고 테라스로 향했다. 이후 옆방 세입자인 R이 돌아왔고, R도 같이 떡국 그릇을 들고 테라스로 나와 오순도순 다같이 먹었다. R은 이 날 학교에서 높이뛰기 시험을 봤다고 했는데, 자신은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꽤 괜찮았으나 다만 규정에(또는 심판이..?)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듯 했다. 그래서 결국 합격하진 못했다고... 로버트 아저씨와 R의 빠른 원어민 대화를 머릿속에서 열심히 뇌를 굴려가며 듣다가 어느순간부턴 조금 포기했기에, 그 이후 내용은 잘 모르겠다. 그치만 지금 이렇게 부분적으로 이해하는것만해도 엄청난 발전이지. 이제 더는 '아..이것도 이해 못하네.. 나 자신 한심하다...'하며 주눅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겨우 8개월이 지나고 있으며(체감상으론 독일에서 지낸지 3년은 된 것 같은데..아직 1년도 안됐다니^^...), 독일어에 충분히 노출되지도 않은 상황에(직장인이 아니니, 생활반경이 좁다.) 이 정도로 듣고, 대답을 할 수 있다는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응!!!! 난 대단한 사람이야!!!!!!!!!!!!!!!!!!

 

독일은 요즘 해가 밤 9시는 되어야 진다. 낮이 진짜 길어졌다 하하하!!!

 

맛있는 저녁식사를 끝내고,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졌다. 나는 빠르게 씻고, 오랜만에 책을 읽기위해 전자책을 가져와 쇼파에 앉았다. 한국에 있을 때 나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정신과병원이 떠올라, 그 향수(?)를 달래기위해 고른 정신과분야의 책이었다. 사실 예에에에전에- 진작에 추천받은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됐네. 한참 한국을 향한 향수병이 컸을 때, '돌아가면 다시 정신과로 가서 아예 그 길로 쭉 가야지!!'하며 또 이러쿵 저러쿵 혼자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진짜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그 계획대로 움직일 자신이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면... 그저 독일생활이 맘에 들지 않아 한국으로 도피하기위한 명목으로 삼으려는건 아닌지, 또한 진심으로 정신과라는 분야에 몰입하여 배우고 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명확한 답을 줄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은 독일에 남아 좀 더 해보자는(사실 아직 제대로 시작된게 없으니 민망하지만..) 마음이지만, 어쨌든 정신과를 향한 관심이 아예 없는건 아니기에- 나름의 방법을 세웠다. 해당 분야의 서적을(수필이든, 전공서든 등등) 읽다보면 여러모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치만 내가 일했던 그 정신과병원의 동료들과 환자분들이 보고싶단건 확실하다. 잉잉 ㅠㅠ

 

어쨌든, 병원의 그 교육담당자분에겐 바로 서류를 보냈고 - 이후 돌아온 답장엔 [좋습니다. 이후 며칠 내로 귀하에게 다른 여러가지 서류가 도착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이메일을 통해 저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일단 지금 마음상태로는 더이상 무섭거나 흔들리진 않는데, 이 굳게 다져진 마음이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다 히히... 이번엔 좀 오래갔으면 좋겠는데 ^^... 요즘 남자친구의 새 집을 같이 알아보러다니며 얼떨결에 옆에서 통역자 역할을 하고있는데, 원어민인 그들로부터 '독일어 잘하는데요?'하는 말을 들었다. 내가 떠듬거리며 말하는 독일어가 이들에겐 그래도 잘 전달이 되고있구나, 하는 마음에 우선 감동(?)받았고 곧이어 드는 감정으론, '독일어하는 외국인'으로 잘 인정받은것 같아 왠지 기뻤다. 그래, 내가 지금까지 답답했던건 이런 피드백이 잘 없어서였다. 나의 독일어가 그래서 현재 어떤지에 대한 타인의 피드백을 잘 듣지 못해, 많이 시무룩했던 것이었다. (과외 시작할때도 선생님께서 '지영씨 독일어 잘하는데요?!'하는 말을 들었는데, 이 때도 조금 울컥했었다ㅠㅠ) 이런 사소한 피드백들을 잊지 말아야지. 상대는 예의상 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에겐 큰 원동력이 되는게 사실이니까!! 

일기를 쓰다보니 벌써 5월 1일이 되었다. 올 해 삼분의 일이 지나갔다. 독일에 도착한지 8개월이 막 지났고, 9개월차에 접어들고있다. 돈은 거의 바닥났고 일은 8월에서야 시작될것이며 당장 아르바이트를 구하는게 새로운 스트레스로 다가오겠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만큼 해보고, 그 뒤는 정말 운에 맡겨야 된다. 조급해지지 말기. 쫄지 말기. 자신감 가지기.

 

아즈아아아아아ㅏ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