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둥...! 3월의 마지막, 31일 월요일이 되었다.
이번 월요일은 특별합니다. 왜냐구요? 바로! 독일인이! 나를 위해! 다른 독일인과! 통화하는 날이거든요!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인복 또한 좋다. 고3 당시 진로를 고민할 때 건축학과를 준비했지만 주위의 만류로 취업이 잘 된다는 간호학과로 돌려, 운 좋게 합격했다. 취업이라는 단순한 목적을 가지고 큰 기대없이 입학한 간호학과에선 보물같은 친구들을 알게되었다. 이후 병원으로 취업을 한 뒤엔 여러 고비와 함께 여러명의 빌런들도 만났지만, 그 과정속에서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 또한 알게되어 마냥 힘들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결국,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사람으로 치유한 셈이었다. 또한 대학친구들과는 침 튀기며 우정을 돈독히 했는데, 우리는 만날때마다 "병원얘기 그만하고 진짜 다른 얘기 하자 이번엔!!"하며 다짐하고 모여도 결국엔 책상에 주먹을 내리꽂으며 병원을 까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탄식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좋은 운과 좋은 인복이 '대한민국 한정' 즉, 국내에서만 적용되는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나 딱히 운을 시험해보려는 마음은 없었는데,어쩌다보니 출국 열 달 전부터.. 독일에 살 집을 구해버렸다. '바람 맞는거 아니야..?' 하며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도착한 독일에선 인상 좋은 집주인 아저씨가 허허 웃으며 자동차에서 내려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저씨는 나의 취업까지 도움을 주고 계신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될지 모르겠지만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건, 약해지는 마음에 싸다구를 날리며 강인한 마음으로 독일에 어떻게든 붙어있는 것 이겠지...! 어쨌든, 나의 운좋음과 인복좋음은 국내 한정이 아닌, 해외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착하게 살아야지...

드디어 본론으로 돌아와 이야기 하자면, 월요일날 점심 쯤 로버트 아저씨와 나는 식탁에 앉아 내가 그동안 이메일을 보낸 아카데미 목록과 답장 받은 아카데미 목록을 정리해갔다. 백수인 나는 남는게 시간이었지만 아저씨는 재택근무 중간의 귀중한 휴식시간을 나에게 할애한 것이었기에... 나는 최대한 성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첫 번째 아카데미- 내가 가고싶었던 첫 번째 아카데미에 로버트 아저씨가 연락을 다시 취했으나..!! 상담시간 종료로인해 화요일에 다시 문의해야된다고 했다. (담당자가 파트타임으로 일 할 경우, 보통 9시~13시까지만 근무한다고..)
두 번째 아카데미- 대학병원이었던 그 곳. 역시 바쁜 대학병원답게(?) 바로 통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집에서 좀 멀리 위치한 세 번째 아카데미는 내가 이미 답변을 받고 다시 문의메일을 넣어놓은 상황이었기에 따로 전화를 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 새로운곳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는데, 여기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뉘앙스를 풍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저씨가 전화를 시도했고! 순조롭게 통화가 연결되어 아저씨와 담당자는 서로 이야기를 빠르게 주고받으며 긴 통화를 이어갔다. 이 때 잠시 들었던 생각으론, 원어민의 독일어 스피킹 속도는 진짜 어마무시하단 것... 로버트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기 전, 그 짧은 사이에 몇몇 담당자들에게 전화가 먼저 걸려와 어쩔 수 없이ㅠㅠ 나도 전화를 통해 독일어로 대화를 했는데, 어찌나 긴장되고 알아듣기 힘들었던지...'천천히 다시 말해주시겠어요?'하며 요구하는것도 두 번 이상은 못하겠어서, 나중엔 상대가 말하는 뉘앙스를 이해하는것에 초점을 뒀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줄 알았던 곳은 알고보니 아카데미가 아닌, 나와 같은 외국인들을 돕는 단체였다. 아카데미 리스트에 이런 단체도 속해있었던 것.. 난 그냥 아카데미인줄 알았찌 ^-ㅠ.. 여튼, 이 단체에서 말하길- 아카데미 찾는걸 본인들이 도울 순 있지만 현재 몰려드는 업무량으로인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먼저 직접 찾아보길 권한다는 것. 큰 소득없이 월요일의 통화는 끝났고, 다음날인 화요일을 다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아저씨는 "좋아, 내일 다시 전화해보자!"하며 힘을 주셨다. 아자아자!!!!!!!(그치만 계속해서 풀이 죽어가는 ㄴㅏ...)


조금 실망스러웠던 월요일이 지나, 화요일이 되었다. 나는 자꾸만 가라앉는 기분을 최대한 중간만큼이라도 끌어올리기위해,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뛰쳐나갔다. 푸른 봄을 조금씩 내보이는 나무들과 그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아래에서 땀 흘리며 뛰고 나니, 무엇이든 다시 시도하고픈 마음이 조금씩 샘솟았다. 점심전에 집으로 돌아와 월요일처럼 로버트 아저씨와 거실 식탁에 앉았고, 어제 통화하지 못한 첫 번째 아카데미와 두 번째 아카데미에 다시 연락을 했다. (이 와중에 다른 지역의 아카데미로부터 연락이 조금씩 오고 있었는데, 이쨌든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서 끝장보겠다는 마음으로 굳혔기에 조심스러운 거절메일로 나도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간호아카데미로 알았으나, 알고보니 조산사 아카데미였던 곳도 있어서 ㅎ..여기도 거절메일 보냈고, 연락 온 곳 중에서 한 곳은 뭔가.. 아카데미가 아닌 월요일에 연락한곳과 같은 도움단체인듯 했다.)
그리고 첫 번째 아카데미(내가 가고싶었던 곳. 그치만 수업시간이 부족한 곳...)의 통화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360시간밖에 제공하지 못하는건, 아쉽게도 저희 과정이 그런거라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부족한 시간은 다른곳에서 채우면 안되냐고 문의를 하셨는데, 그렇게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수업과 실습은 한 아카데미에서 맡아 진행하는거라, 수업은 이 아카데미, 실습은 저 아카데미- 이렇게도 불가능해요."
음... 꽤 절망적인 답변에 나도 아저씨도 조금 표정이 어두워졌었다. 그치만 우리에겐 아직!!! 두 번째 아카데미가 있고!! 그곳은 비록 "저희는 올해부턴 시험치는 과정만 진행해요^^"하며 깔끔하게 답변을 준 대학병원의 아카데미였지만 일단 그래도 다시 연락해 물어나보자는 마음으로, 아저씨는 마저 통화를 시도하셨다.
두 번째 아카데미(대학병원 아카데미)의 통화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맞아요, 적응교육 과정은 작년까지만 진행했고 올해부턴 시험치는 과정만 진행하고 있어요. 다만 저희가 적응교육 과정을 진행했던바에 의하면, 적응교육 내에서도 작은 시험들이 여러개가 있고 그 중에서 하나라도 불합격을 받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재시험을 쳐야됩니다. 그리고 다른 선택지인 시험치는 과정은, 본 희망자가 저희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서 먼저 일을 한다는 가정하에, 주 5일 중 사흘은 근무를 하고 나머지 이틀은 저희가 제공하는 시험 대비교육을 듣는 식으로 진행될거예요. 시험을 혼자 준비하는게 아닌, 저희와 함께 9개월정도 준비하는 겁니다. 그리고 교육을 듣는 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어 월급은 동일하게 받습니다."
음..? 괜찮은데...? 좋은데!?!??!?!?!?! 안그래도 적응교육을 선택하려 했을 때, 실습하려는 병원에 우선 간호조무사로 취직하여 일을 하며 실습을 진행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그게 좌절되자, 실습병원도 아닌 쌩뚱맞은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을 하며 기회를 다시 찾을때까지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되는건가싶었고- 그럴바엔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물론 시험치는 과정 또한 마지막에 시험을 통과해야 간호사로 전환이 가능한거지만, 어쨌든 9개월이란 시간이 주어지는거고 또 혼자가 아닌 병원에서 제공되는 수업을 들으며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식시험을 선택하기가 꺼려졌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아무 도움도 없이 혼자 해야되는걸까 싶어 그게 가장 두려웠는데!!! 도움받으며 준비할 수 있다니! 심지어 먼저 일을 할 수도 있다니!!! 비록 급여는 간호사보다 적겠지만, 근근이 살아갈 생활비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다 크흡....

아저씨와 나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당장 두 번째 아카데미인 쾰른 대학병원의 아카데미에 지원서와 문의메일을 넣는걸로 결론을 맺었다. 아저씨와 방금까지 통화한 담당자에게 나는 지원을 희망한다는 메일을 얼른 보냈고, 사전에 내가 갖고 있는 서류들(취업 답장, 이력서, 거주지 신고서, B1 어학증명서) 또한 이미 보낸 상태였기에 추가로 더 뭔가를 보내야될지도 물었다.
휴~~~ 일단 나의 가장 최근상황은 여기까지... 사실 당장 2주도 안 남은 B2 어학시험을 준비해야 되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놀며 시간을 보내다가 최근엔 이런 문제들로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머리에 독일어가 영 들어오질 않았다. 독일어 권태기.. 독태기였던 것이다. 독일어를 듣기도 싫고 말하기도 짜증나는 상황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니... 독일어를 향해 빡쳤던 마음이 (아주)조금씩 풀어지고 있다. 엉엉 어쨌든 내가 선택한 나의 길이요, 그 누구도 책임져줄 수 없으니 계속 내가 셀프로 머리채 잡으며 나아가야지. 다만 다행인건, 멀리 한국에서부터 나를 향해 사랑과 응원을 계속해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고, 여기 독일에선 나의 가장 가까운곳에서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내 머리채를 나 혼자 잡는게 아닌, 같이 잡아 더 힘차게 당겨줄 사람들이 있다는게 너무나도 든든하다.

이제 쾰른 대학병원에서 어떻게 답장이 올 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에 면접이 있다면, 혹시나 떨어진다면 어떡하지싶은 생각도 든다. 근데 뭐... 일단 해봐야 아는거지!!!!!!! 내가 자주 떠올리곤하는 "왜 안되겠어?" 마인드를 다시 꺼내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외쳐야겠다. 왜 안되겠어!?!?!?! 일단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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