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화요일(12일)부터 시작된 교육이 오늘로써 끝났다. 시작 전 걱정되었던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강사가 독일어로 짱 빨리 말할텐데... 어떻게 알아듣지..’였고 다른 하나는 ‘여덟시까지 가려면 새벽 여섯시쯤엔 일어나야되네...’ 였다. 첫번째 고민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교육내용 중 상당부분을 눈치로 맥락상 어림잡아보거나 과거기억(한국에서 병원입사 후 신규교육 들었을때를 떠올리며...대강 그런 내용이겠지 싶었음...ㅎ)을 떠올리며 넘기곤 했다. 와 진짜... ‘뭐라는지 1도 모르겠습니다’가 현실이 된 시간이었다. 그래도 나름 독일에서 1년을 살았으니, 절반 이상은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한 80퍼센트는 날려먹고 20퍼센트만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난 뭘 배운겨...!’ 하며 좌절하던 중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동기들은 모두 다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웃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스스로가 더더더더 작아지곤했다. 그들은 칠레에서 온 이삼십대의 사람들로, 대략 12명? 정도 됐는데(나만 이방인(?)이었음!) 칠레에서부터 다같이 독일어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올해 2월에 독일로 넘어와서는 다시 또 집중수업을 들으며 B2 어학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칠레에서 그렇게 운영하는 업체? 회사?가 있어, 거기에 소속된채로 다같이 공부하며 지내왔다고 한다. ‘독일에서 지낸지 6개월밖에 안됐다는건데, 그럼에도 독일어를 거의 다 알아듣다니... 겁나 빡세게 공부했구나...’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의 내 모습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당시엔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 하며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상태로 주2-3회 수업을 들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나도 ’이민자 집중코스’같은 수업을 좀 제대로 알아볼걸-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독일어를 공부할걸!!하는 뒤늦은 후회!!!

사실 조금 더 솔직해져보면, 내가 ‘이민자’라는 정체성이 크게 없었기에 이민자들을 대상으로하는 프로그램들을 알아보는걸 게을리하긴 했었다. 음... 나도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준비해온건 맞지만, 막상 와서 지내보니 향수병이 너무나도 짙게(그리고 빨리) 찾아와버렸고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한국으로 빠꾸다’하는ㅋㅋㅋㅋㅋ언제든 한국으로 튈 수 있다는 마인드가 잡혀버려, 스스로를 그냥 ‘여행자’라고 계속 정의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독일어 공부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던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공부하고픈 마음이 사라질때도 있긴 했었다 히히. 어쨌든, 뭐 이제 지나간 시간들인데 어쩌겠어어어어어어!! 앞으로 게을러지지 않는게 중요하지!!!!

자신감이 바닥으로 추락할때마다 되새기면 힘이 샘솟는 마법의 문장이 있다. ‘나는 지금 비행기표를 살 돈도 없다! 그러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첫 월급을 받을때까진 버텨야된다!’ 스스로를 먹여 살린다는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 이라는것을.... 다시한번... 실감하는 요즘이다.







오늘은 교육 마지막날로, 심폐소생술(BLS로!)을 배웠다. 예전에 학생이었던 때에 BLS 과정으로 들었었고 그 뒤엔 딱히 뭐가 더 없었다. 어쨌든 알고있는 내용이었고, 과정도 단순하단걸 모르는게 아니었으나 ‘독일어‘로 듣고 말하고 지시해야된다는게 왕왕 부담이었다. ‘혹시나 하나도 이해 못 하고 나만 읭..? 이러고 있으면 어쩌지...’싶었지만 이미 한국에서 받은 교육이었으니, 다행히도! 강사들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이해가 잘 되었고 교육이 끝나갈때쯤엔 ‘적어도 이제 여기서 길 지나다가 쓰러진 사람을 만나면 최소한 처치는 할 수 있겠구나’싶은 안도감+용기가 생겼다. 전반적인 내용은 한국에서 받았던것과 당연히 비슷했으나 그 중 인상깊었던건, 저렇게 CCTV로 촬영을 하며 한 팀이 시뮬레이션을 시작한걸 다른팀이 볼 수 있었으며 해당 팀의 인원들이 돌아오면 다같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새로웠다.

팀은 세 명으로 이루어졌고, 한 사람이 최초상황을 목격하여 다른 두명에게 역할을 지시하면 나머지 두 명이 각각 앰부백을 준비하고 제세동기를 가져와 패드를 부착하며 시작됐다. 나는 처음에 앰부백을 준비하는 역할이었는데(사진 속 파란옷을 입은사람이 접니당) 막상 상황이 시작되니 ‘앰부백 어디있찌!!!!’하며 허둥댔던게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일을 할 때도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종종 허둥대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계속 신규였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무래도 나는 선천적으로 침착한 성격은 아니니, 계속적으로 상황에 노출되며 익숙해지는 수 밖엔 없는것 같다. ICU있었을 때, syringe에 에피 재면서 손 덜덜 떨었던게 아직도 기억남 ^^....

어쨌드으으으으으으은!!!! 이제 월요일부턴 본격적으로 병동근무가 시작된다. 간호조무사로 시작하는것이니 업무적인 부담은 덜하겠지만, 어우... 언어적 부담이 너무 크다. 너무너무 크다아!!!!! 그치만 조금씩 익숙해져가겠지. 해외에서 산다는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믿어주는 과정의 연속이라는걸 요즘 실감하는 중이다. 뭐 쥐뿔도 없을지라도,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서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서도 물론 큰 힘과 격려를 받고있지만, 정작 내가 나 자신을 응원하지 않는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까. 내가 나를 가장 믿어주고 응원하며 열렬한 팬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은!! 아이유의 ’관객이 될게‘를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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