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간호사_Beruf

Einführungstage (오리엔테이션) 끝 ! 병동 근무까지 D-2

지영(JiYeong) 2025. 8. 17. 04:53

이번주 화요일(12일)부터 시작된 교육이 오늘로써 끝났다. 시작 전 걱정되었던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강사가 독일어로 짱 빨리 말할텐데... 어떻게 알아듣지..’였고 다른 하나는 ‘여덟시까지 가려면 새벽 여섯시쯤엔 일어나야되네...’ 였다. 첫번째 고민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교육내용 중 상당부분을 눈치로 맥락상 어림잡아보거나 과거기억(한국에서 병원입사 후 신규교육 들었을때를 떠올리며...대강 그런 내용이겠지 싶었음...ㅎ)을 떠올리며 넘기곤 했다. 와 진짜... ‘뭐라는지 1도 모르겠습니다’가 현실이 된 시간이었다. 그래도 나름 독일에서 1년을 살았으니, 절반 이상은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한 80퍼센트는 날려먹고 20퍼센트만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난 뭘 배운겨...!’ 하며 좌절하던 중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동기들은 모두 다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웃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스스로가 더더더더 작아지곤했다. 그들은 칠레에서 온 이삼십대의 사람들로, 대략 12명? 정도 됐는데(나만 이방인(?)이었음!) 칠레에서부터 다같이 독일어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올해 2월에 독일로 넘어와서는 다시 또 집중수업을 들으며 B2 어학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칠레에서 그렇게 운영하는 업체? 회사?가 있어, 거기에 소속된채로 다같이 공부하며 지내왔다고 한다. ‘독일에서 지낸지 6개월밖에 안됐다는건데, 그럼에도 독일어를 거의 다 알아듣다니... 겁나 빡세게 공부했구나...’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의 내 모습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당시엔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 하며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상태로 주2-3회 수업을 들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나도 ’이민자 집중코스’같은 수업을 좀 제대로 알아볼걸-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독일어를 공부할걸!!하는 뒤늦은 후회!!!

사실 조금 더 솔직해져보면, 내가 ‘이민자’라는 정체성이 크게 없었기에 이민자들을 대상으로하는 프로그램들을 알아보는걸 게을리하긴 했었다. 음... 나도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준비해온건 맞지만, 막상 와서 지내보니 향수병이 너무나도 짙게(그리고 빨리) 찾아와버렸고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한국으로 빠꾸다’하는ㅋㅋㅋㅋㅋ언제든 한국으로 튈 수 있다는 마인드가 잡혀버려, 스스로를 그냥 ‘여행자’라고 계속 정의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독일어 공부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던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공부하고픈 마음이 사라질때도 있긴 했었다 히히. 어쨌든, 뭐 이제 지나간 시간들인데 어쩌겠어어어어어어!! 앞으로 게을러지지 않는게 중요하지!!!!



대학병원을 그렇게나 도장깨기하며 조각경력으로 다녔는데, 결국 여기서도 대학병원에 들어왔다. 나는 이제 디진걸까..?


자신감이 바닥으로 추락할때마다 되새기면 힘이 샘솟는 마법의 문장이 있다. ‘나는 지금 비행기표를 살 돈도 없다! 그러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첫 월급을 받을때까진 버텨야된다!’ 스스로를 먹여 살린다는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 이라는것을.... 다시한번... 실감하는 요즘이다.



인퓨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비위관영양시 속도를 조절해주는 기계였다. 한국에선 본 적 없었던거라 호기심이 생겼음!




에헤헤 오랜만에 보는 혈당기계




직원식당에서 먹은 대략 5유로짜리 밥이었는데, 음.... 신기한 맛이 났었다. 과일은 1유로대였나?! 그랬당






오늘은 교육 마지막날로, 심폐소생술(BLS로!)을 배웠다. 예전에 학생이었던 때에 BLS 과정으로 들었었고 그 뒤엔 딱히 뭐가 더 없었다. 어쨌든 알고있는 내용이었고, 과정도 단순하단걸 모르는게 아니었으나 ‘독일어‘로 듣고 말하고 지시해야된다는게 왕왕 부담이었다. ‘혹시나 하나도 이해 못 하고 나만 읭..? 이러고 있으면 어쩌지...’싶었지만 이미 한국에서 받은 교육이었으니, 다행히도! 강사들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이해가 잘 되었고 교육이 끝나갈때쯤엔 ‘적어도 이제 여기서 길 지나다가 쓰러진 사람을 만나면 최소한 처치는 할 수 있겠구나’싶은 안도감+용기가 생겼다. 전반적인 내용은 한국에서 받았던것과 당연히 비슷했으나 그 중 인상깊었던건, 저렇게 CCTV로 촬영을 하며 한 팀이 시뮬레이션을 시작한걸 다른팀이 볼 수 있었으며 해당 팀의 인원들이 돌아오면 다같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새로웠다.


팀은 세 명으로 이루어졌고, 한 사람이 최초상황을 목격하여 다른 두명에게 역할을 지시하면 나머지 두 명이 각각 앰부백을 준비하고 제세동기를 가져와 패드를 부착하며 시작됐다. 나는 처음에 앰부백을 준비하는 역할이었는데(사진 속 파란옷을 입은사람이 접니당) 막상 상황이 시작되니 ‘앰부백 어디있찌!!!!’하며 허둥댔던게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일을 할 때도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종종 허둥대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계속 신규였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무래도 나는 선천적으로 침착한 성격은 아니니, 계속적으로 상황에 노출되며 익숙해지는 수 밖엔 없는것 같다. ICU있었을 때, syringe에 에피 재면서 손 덜덜 떨었던게 아직도 기억남 ^^....


어쨌드으으으으으으은!!!! 이제 월요일부턴 본격적으로 병동근무가 시작된다. 간호조무사로 시작하는것이니 업무적인 부담은 덜하겠지만, 어우... 언어적 부담이 너무 크다. 너무너무 크다아!!!!! 그치만 조금씩 익숙해져가겠지. 해외에서 산다는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믿어주는 과정의 연속이라는걸 요즘 실감하는 중이다. 뭐 쥐뿔도 없을지라도,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서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서도 물론 큰 힘과 격려를 받고있지만, 정작 내가 나 자신을 응원하지 않는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까. 내가 나를 가장 믿어주고 응원하며 열렬한 팬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은!! 아이유의 ’관객이 될게‘를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