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후/쾰른_Köln

10월 5일 토요일 일상 / 취업관련한 답장이 드디어 왔다! (해외살이 두 번째,, 위기^-^,,,)

지영(JiYeong) 2024. 10. 6. 04:42

금요일이었던 어제, 오후엔 어학원 수업이 있어 오전시간을 이용해 딸 L의 생일선물을 사기위해 쾰른에 일찍 나왔었다.
옷가게에 들려 이것저것 고민하던 중, 로버트 아저씨로부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바로바로!!! 8월말에 보냈던 취업서류에 대한 답장이 드디어 온 것!!!! 머릿속으론 이미 새롭게 또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설렘에 두근두근했고, 메신저를 통해 받은 편지의 내용을 챗GPT에 입력해 번역했다. 그러나 설렘은 잠시였고...일이 뭔가 꼬였다는것에 대한 분노가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서류 번역과 관련해 조금 문제가 있어 다시 의뢰를 맡겨야 될 판이었던 것. 내 생각엔, 베를린의 한국 대사관에서 공증받는 과정이 조금 잘못이었던것 같다. 번역가님이 동봉해준 번역인증서(첫 장의 제목같은 개념)를 대사관에선 필요없다며, 내용 즉 알맹이만 복사해가지곤 그에 대해 공증을 해줬는데, 이렇게되니 번역해준 사람이 번역가님이 아니라 '대사관'이 되어버린것이었고 독일의 담당부서측에선 이를 '이 번역자료는 한국대사관에서 번역한것입니다. 독일에서 인증된 번역가에게 번역을 받으세요'라며 나에게 답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한 가지 확신할 순 없는게, 번역가님이 독일대사관에 '등록'된 번역가이지, '인증'된 번역가는 아니라는 것! 아휴 어렵다 어려워!! 그래서 일단 번역가님에게 이 사실을 말한 뒤, 샘플로 번역인증서 한 장을 메일로 받았다. 일단 (정말 감사하게도)월요일에 로버트 아저씨가 해당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본다고 하니, 그 때 이 인증서 이야기도 한번 부탁해볼 예정이다.
 
으으으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류가 생기니(서류가 누락됐다거나 그런것만 생각했지, 번역을 다시 해오라고 할 줄은..) 갑자기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그냥 반년만 있다가 돌아갈까...역시 난 안되는건가 흠...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닠ㅋㅋㅋㅋㅋㅋㅋ웃긴게, 바로 전 날엔 독일이 좋다며 샬라샬라 열심히 이야기 해놓곤 바로 다음날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다니 정말!!! 웃긴다 이지영!!!! 쉽지 않은 길이 될거라곤 생각했는데, 바로 이렇게 꺾이려하는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돈 때문이다. 최근에 핸드폰이 고장나버려 바꿀때도 거금이 들었기에 마음 반 쪽이 심란했는데, 지금 또 이렇게 허무하게 쌩돈이 나가게 생겼으니, 나로선 뭐.... 말그대로 '숨만 쉬었을 뿐인데' 돈이 숭덩숭덩 사라지고있는 상황에 처한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역시 세상일은 모르는거구나... 계획한대로 되는게 아니구나 진짜 ^-^~ 
+ 3일전부턴 아이패드의 케이스에 붙어있는 키보드가 작동하지 않고있고, 이틀전엔 헤드셋이 부러졌다. 젠장^^~~~~

 
심란하게 어학원 수업을 끝낸 뒤 이 상황에 대해 프랑크푸르트에 계신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선생님도 놀라시며 같이 분노해주셨다. 그리곤, 정말정말 마치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셨나 싶었을 정도로 공감가는 위로의 말들을 해주셨다. 내가 지금 느끼고있는 묘한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조금 답답했는데, 마침 날아오는 선생님의 카톡 하나하나가 딱 과녁에 박히며 '이런 기분인거지!!!!' 하며 깔끔하게 정의내리는것 같았달까. 어쨌든, 같이 화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 이제 그만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야지!!!! 
 

딸 L의 간소한 생일파티를 위한 상차림!

 
오늘은 딸 L의 열 다섯번째 생일! L은 오늘 생일파티를 엄마 집에서 열 예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빠집인 이곳에선, L이 오후에 잠시 들릴 때 잠깐이나마 축하해주기위해 아저씨가 열심히 식기를 꺼내고 조각케이크를 준비하신 것!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정말 최고의 아빠다. 지금까지 계속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인 나로선, 아저씨의 노력을 딸 L이 더 많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인데, 뭐... L에게 지금은 가족보단 한창 나가서 친구들과 놀 때인 시기일테고 생각해보니 나도 그 나이땐 부모님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렸나 싶어, 괜히 훈수(?)두고 싶어지는 마음을 고이고이 접었다.(훈수 둘 독일어 실력도 없음;) 또한 정작 성인이 된 지금도 가족과 연락을 많이 주고받는건 아니니... 하핫... 잠시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건... 내가 늙었다는걸까???? 오마이갓..
 

생일파티를위해 아저씨가 비장의 무기를 꺼내듯 수납장안에서 힘겹게 꺼내올린 고전 식기들! 앤틱앤틱하다. 아저씨 할머니의 할머니가 썼던것이라고 한다. 잠시만, 엄마의 할머니였나? 몰라 여튼 1800년대쯤이라고하니 뭐...!!! 저 국자를 보니 마치 넷플릭스의 서양 시대물에 나올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어두운 주방에 사람들이 복작복작 요리를하고있고, 한 켠엔 부글부글 냄비가 끓어 그것을 살짝 맛보기위해 쓰는 그런 국자느낌...!!!

 
 
생일파티 전, 아저씨는 마치 집안의 가보와도 같은 식기를 꺼내놓으셨는데 대략 1800년대쯤부터 사용해왔던것이라고 하신다. 아저씨의 엄마의 할머니였나.. 할머니의 할머니였나.. 조금 헷갈렸는데, 어쨌든 이 정도면 개인 가정집에선 정말 오래된 물건이라 생각하니 왠지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뭔가 벅차오르는 기분을 표현하고싶어, 고심끝에 생각해낸게 "나는 지금 한 집안의 역사를 보고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끔 내가 신나서 그 순간의 기분이나 사물의 모습을 표현할때면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건 시적인 표현이야"하며 웃으시곤 한다. 독일어로 내가 좀 낯간지럽게 말하는 느낌인걸까 싶었으나, 떠오르는 표현이 딱 그런걸 어떡해 뭐~~~! 그치만 이번엔 아저씨도 공감하셨는지 "맞아~!!"하며 수긍하셨다. 갯수도 넉넉한 숟가락, 포크, 나이프 및 기타 식기 세트들은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같이 이 곳의 명절날에 쓰인다고 한다. 
 
L의 간소한 생일파티가 끝난 뒤 L은 친구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고, 오후 4시엔 춤 수업을 다녀올 예정이며 이후 저녁에 엄마집에서 본격적인 파티를 열 예정이다. 그리고 나도 또한 새로운일을 앞두고 있었는데, 바로바로!!! 강아지(라고 하기엔 크다!)와 산책가기!!!! 두 마리의 대형견(리트리버!)은 이전에 아저씨의 가족이 다같이 지낼때부터 함께했던 아이들로, 지금은 L의 엄마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오늘 저녁에 그곳은 복작복작 파티장소가 될 예정이니, 조용한 이 곳으로 하루 외박나온 것. 부엌을 정리한 뒤 아저씨와 함께 리트리버 둘을 이끌고 근처 밭으로 나갔다. 대형견과 산책하는거 내 로망이었는데, 이렇게 이뤄질줄이야!!! 크크크!!!
 

안녕~~!! 큰 아이는 12살이고 작은애는 7살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큰 아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있구나..! 작은애도 그렇고...!

 

열심히 뛰어노는 작은 애. 참고로, 남의 밭에 마음대로 들어가도 되는지 물었는데 "이건 작물은 아니고 그냥 풀이야! 다음 농사 전까지 땅에 영양분을 주는 셈이지" 하며 알려주셨다.

 

중간중간에 땅의 냄새를 맡고 구멍을 미친듯이!! 파내곤 했는데, 그 이유가 알고보니 쥐를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찾은 뒤엔? 먹는다고 한다. 세상에나 ㅇㅅㅇ!!!! 개가 원래 쥐도 먹나요..!??!

 

앉아! 기다려! 하면 잘 알아듣곤 곧바로 앉는다. 똑똑하구만!!!! 마침 큰 애가 힘들어하여 잠시 쉬고있었는데,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걸 얘도 알았는지 옆에 앉아서 자기도 휴식을 취했다. 신기해!!!

 

부엌에서 내가 뭘 먹을때면 옆에 다가와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본다. 정말 주고싶은데, 안 된대ㅠㅠㅠㅠ

 
 
 
대형견들과의 산책타임은 조금 꿀꿀했던 내 기분을 환기시키기에 딱이었다. 작은애와 열심히 달리며 속으론 '그래!!!!!뭐 어디까지 어떻게 되는지 한번 해보자고 독일아!!!!!'하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 다짐하고 주먹 꽉 쥐며 남몰래 청춘드라마를 찍었으니 캬캬캬~ 어떤 방식으로든 길은 열리기 마련일테니, 무엇이됐든 나는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갈 수밖에. 내일은 대만친구 E와 배드민턴을 치기로 했으나, 감기가 지속된다하여 E의 집에서 뒹굴뒹굴 노는걸로 계획을 바꿨다. 나는 이미 감기를 한번 앓았으니 면역력이 생겼을거야 하하!!! 그리고 진짜 다음주부턴 시험공부 시작해야지 진짜진짜. 근데 시험을 생각하니 갑자기 피아노가 땡긴다. 진짜 정말이지 노는게 제일 즐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