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_Deutsch lernen/B2 - Kurs in Pulheim (Mon.&Die.)

die zweite Unterrichtsstunde von B2 - Kurs : Über den Feminismus

지영(JiYeong) 2024. 9. 4. 07:16

오늘은 B2 수업 두번째 시간이다. 주 2회 수업으로 매주 월요일 화요일마다 각각 3시간씩 진행되고있다.

시간은 18시부터 21시까지로 총 3시간이며 중간에 15분의 쉬는시간을 두 번 갖는다. 

(1교시 2교시 3교시로 나눠도 될 듯!) 저녁 수업인것이 독특한데, 이 곳은 VHS로 풀네임은

die Volkshochschule. 성인학교, 시민대학의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수업 같은 경우는, 성인들의 스케쥴을 고려하여 저녁에 배치된 것 같다. VHS는 또한 주 2회나 주1회로 수업하다보니 수업료도 대체적으로 저렴하지만, 그렇다해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거나하는건 절대 아니다. 또한 이 곳의 VHS는 규모가 작아서 비록 시험대비반이 없고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수업이 적지만, 쾰른의 VHS는 시험대비반도 있고 이외에 더더욱 많은 수업이 존재한다.(그래서 내가 쾰른의 VHS에도 등록해놓은것. 시험대비반도 듣고싶었기에!) 

 

여튼 요즘 나의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 독일어 공부 및 복습을 하고 - 점심을 먹은 뒤 - 책을 읽다가 - 조깅을 하고 - 돌아오면 얼추 이른 저녁시간이 되어 저녁밥을 먹고 - 학원을 다녀오며 - 블로그에 일기를 작성하는 식이다. 해 떠있을 때 아무것도 안하는게, 심지어 돈이 펑펑 나가는 외국에서 일을 하지 않고 이렇게 학생모드로만 있다는 건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예를들어,  '이 시간에 그냥 집에만 있다니..뭔가를 더 해야될것 같은데..' 하는 조급함과 '근데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심심하당...'하는 무료함, '잠시만 내 통장잔고 괜찮나..?' 하는 불안함 등등. 하지만 어떻게보면 또 기회이기도 한데, 이 많은 시간을 온전히 독일어공부에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월요일, 화요일엔 낮 동안 열심히 머릿속에 단어와 표현들을 입력하고, 저녁엔 학원에가서 최대한 짜내어 써먹어보고 집에 돌아와선 식구들에게 오늘 학원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말하는 식으로. 수요일엔 독일어 읽기&쓰기(이것은 B2와는 다른 수업으로, 내일이 첫수업이다) 수업을 역시 저녁에 듣고, 또 그것에 대해서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블라블라 이야기하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복습하는 날로 계획하면..! 이대로만 한다면 조만간 독일어 뉴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엄청난 꿈을 갖게된다 흐흐.

 

+ 참고로 자전거는 중고자전거를 사는걸로 아저씨와 결정했다. 새 자전거 가격이 세일해도 40만원, 50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아저씨 핸드폰을 통해 중고장터 앱에 올라온 중고자전거를 찾아봤는데, 마침 괜찮은것이 있었다. 그 판매자에게 내일 연락해보기로 함. 그래서 오늘도 학원에 아저씨가 태워다 주고, 데리러 와주셨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자전거가 아니라 차를 사고싶어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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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 초반부는 어제의 연장선이었다. 각자가 쓴 엽서를 선생님이 읽고, 문법이 틀렸거나 어휘가 어색한 문장을 칠판에 적어 다같이 배우는 식. 미리 공부했던것과 겹치는 부분들은 나름 이해를 하기가 수월했고, 그게 아닌 완전히 새로운것에 대한건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그러나 선생님은 매번 풍분한 표현을 곁들여 설명하는 분이라 어떤 느낌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대강 눈치챌 수 있어, 나름 순탄하게 수업을 따라갔다. 문법과 어휘에 대한 시간이 지나고, 중반부를 시작하기 전 선생님이 "너에게 가장 중요한 테마(주제)는 무엇이니?" 하며 학인들에게 물어보셨다. 저마다 곰곰 생각하는중이어서 그런지 잠시 교실이 조용해졌는데, 선생님이 가장 먼저 한 젊은 여성학인을 지목하며 다시 물어보셨다. 그는 "페미니즘이야." 하며 간결하게 대답했고, 선생님은 흥미롭다며 '오호!' 하곤 반응하셨다. (참고로 여자 선생님임!) 그 다음으론 나를 보시며 '지영, 너에겐 무엇이 가장 중요한 테마니?"하며 물으셨고 나는 '그동안 읽어온 나의 페미니즘 책이 오늘 큰 도움을 주겠구나!!' 싶어 직전에 대답한 여성학인을 한번 바라보곤 "나도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이야. 그리고 또 비거니즘이야.(이 말 하면서 양심찔렸따ㅠㅠ) " 하자 이번에도 선생님은 '오호!'하며 반응하셨닼ㅋㅋㅋ이후 각자에게 다 물어보셨고, 앉아있는 소수의 남자학인에겐 "너희들에게도 페미니즘이 중요하니?" 하며 물어보시자 그들은 조금 난처하다는 듯 베시시 웃어보였다.

 

이후 쉬는시간이되어 자연스레 대화가 중단되었고, 본격적인 중반부 수업에선 선생님이 종이 한 장을 각자에게 나눠주셨다. 그 종이엔 Redemittel 즉 회화(또는 토론)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들이 적혀있었다. 선생님은 각자 돌아가며 그 문장들을 한번씩 읽어보게 하셨고, 이후 "so!" (분위기를 한번 전환시키고자할때 자주 쓰이는 표현. 한국어에선 '자! 이제 ~해볼까!' 하며 운을 띄울때 사용하는 그런 느낌) 하며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그러면 우리 아까 말한 '페미니즘'에 대해 한번 토론해보자" 하며 본격적으로 토론의 장을 펼치셨다. 선생님은 이어서 "페미니즘이 중요할까?" 또는 "여성과 남성이 같아질 수 있을까?" 라든지 "성별 임금격차가 존재해. 독일은 16% 정도야" 하며 여러가지 화두를 던지셨고, 이후 한 남성학인을 지목하며 "가사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하며 콕 찝어 물어보셨다. 그는 나름대로 자기 의견을 말했고, 그러던 중 "..그치만 가사노동은 여성에게 더 적합해요"라고 하자마잨ㅋㅋㅋㅋㅋㅋㅋㅋ주위의 모든 여성들에게서 날라오는 핵폭탄급의 비난을 견뎌야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서도 특히 재미있었던게, 나를 비롯한 동양인 여성들은 다소 조용하게 웃고있었고(난 빵터지긴했으나 그 이상으로 리액션을 하진 못했음ㅠㅠ) 아시아가 아닌 다른국가의 여성 대부분은 삿대질을하고 있었닼ㅋㅋㅋㅋㅋ그들을보며 나도 더 자신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크크크

 

남성학인은 그 말을 하고 난 뒤 잠시 얼굴이 빨개졌으나 같이 웃었고, 조용히 그러나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특히 어떤 한 여성학인이 "할 수만 있다면 나야 집에만 있고싶지~! 그치만 그러기 위해선 내 남편의 벌이가 두배는 되어야 하는걸?!" 하며 말할때 남성학인은, 자신은 그런것들을 할 수 있다며-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말을 했다. (순간 우리집의 가사노동 넘버원인 로버트 아좌씨가 스쳐지나갔음...ㅎ...) 그 남성학인을 보는 나의 시선은, 옛날같았으면 '아 왜저래;' 하며 똥씹은 표정을 했겠지만 지금은 조금 더 다른 태도로 그를 보게 된다. 그의 삶은 어떻게 흘러왔을지부터 시작하여, 다른한편으론 가족에 대한 헌신이나 책임감이 큰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그만큼 부담도 클 텐데..하는 안타까움도 밀려왔다. 궁금해진 나는 결국 그 남성학인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나 궁금한게 있는데, 너는 이런것들에 대해 부담감(die Belastung)이 없어?" 하며 물어보았고 그는 처음엔 Belastung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듯 하였으나(이후에 검색해보니 die Last라는 단어가 더 자주 쓰이는걸로 나왔다.) 선생님이 추가로 설명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며 "아하! 부담! 뭐- 괜찮아!^^" 하며 어깨를 툭툭 털어보였닼ㅋㅋㅋㅋㅋㅋ긍정적인거야 뭐야 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참고로 40~50대정도 되는 중년남성이었습니다! 독일에도 존칭과 비존칭이 있으나 수업 첫날에 선생님이 다같이 비존칭을 쓰자하여 서로 편하게 말하는 중) 그가 해맑게 웃어보여서 나도 따라 웃게되었으나,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견해를 명확하게 밝혀두고싶어 다시 용기를 내어 선생님에게 말했다. "나는 페미니즘이, 짐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해." 하며 나름대로 쐐기를 박았고, 이를 듣자 선생님이 "오! 이거 흥미로운 생각이야. (다시 그 남성학인을 가리키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하며 나의 의견을 그 남성학인에게로 다시 연결해주셨닼ㅋㅋㅋㅋ조금 더 신난 나는 그 뒤에도 "그리고 세상은 남성들에게, '너 남자니까 울면 안되지.' 하며 말하지만, 페미니즘은 '너도 울 수 있어' 하고 말하는 거야. 맨박스에서 나오게끔 하는거야." 하는 의미를 열심히 전달하였으나, 음 조금 실패한것같았닼ㅋㅋㅋㅋ맨박스에서 선생님이 갸우뚱하셨고, 다른 학인 중에서도 이를 대신해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당 흑흑 ㅠㅠ 내 발음과 표현을 더더욱 갈고닦아야지 ㅠㅠ 여튼, 여러모로 화기애애하게 수업이 마저 진행되었고 어느새 후반부도 지나가, 아홉시 정각이 되어있었다. 추가로 선생님은 우리에게 빈칸채우기 숙제를 내주셨고, 다들 인사를 하며 두번째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한국이었다면, 남성과 여성 모두가 모여있는(우리 수업엔 남성이 소수이긴하다..ㅎ) 수업에서 이런식으로 떠들듯이 서로의 의견을 편하게 말하는것이 가능했을까-하는 의문이 수업시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의견을 몇 가지 제시하고나면 잠시 뒤 한두명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하고, 그것을 받아 다른 누군가가 또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헐뜯는 식으로 비난하거나 비꼬지 않고, 다만 재치를 곁들여 자칫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살짝 풀어가는 식으로 상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내가 경험한 독일사회는 이제 어학원이 시작일 뿐이라 이곳의 토론문화가 성숙하다든지 더 낫다든지하는 식의 결론은 아직 내릴 수 없다. 다만 지금으로써 어렴풋하게 드는 생각은- 재미있다는 것. 이 곳에선 토론이 재미있고 말하는게 즐겁다. 물론 여전히 나는 공적인 자리에서 내 의견을 표출하는게 어렵다. 말하고나면 입가가 조금 경직되고 떨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이런식으로 조금씩 연습을 한다면, 1년뒤라든지 3년 뒤, 5년뒤엔 더욱 여유있고 재치있게 내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되어있겠지.  

 

내일도 똑같은 VHS의 수업이지만, 장소는 달라진다. 그리고 아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게 아닌 현지인 대상으로 하는 읽기&쓰기 수업이라 조금 더 난이도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 그치만 자신감만 있다면 일단 시작은 가능한 법. 쫄지말자 아쟈아쟈!!!

 

+ 수업 중, 각자의 나라에서 페미니즘이 어떻게 인식되고있는지를 말해보겠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괜시리 긴장되는 마음으로 "한국은 현재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 깊어. 그것의 이유 중 하나는 우선 군대라고 생각해. 한국 남성들은 성인이 되면 군대에 반드시 가야 해." 하며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집중해서 들으시더니 "으흠. 독일도 마찬가지였어."하며 대답하셨다. 이 후 로버트 아저씨와 돌아가는길에 이것에 대해 다시 말하자 "독일도 그랬지. 한 10년 전까지만해도 독일도 징병제였어. 그러나 지금은 모병제로 바뀌었지. 너도 알다시피 내 아들 J는 직업군인을 희망하고 있고 A는 이미 직업군인이고!" 하며 알려주셨다. 그러나 나의 어휘력 한계로 인해 '독일도 한국처럼 성별간의 갈등이 심했나요? 모병제가 그 답안이 되었나요?' 하며 더 물어보진 못했다. 더 공부해서 물어봐야지.

 

+ 그리고 오늘의 주된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듣던 아저씨는 "근데 그 남자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하며 물으셨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느 나라 사람이더라...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