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목요일은 베를린에서 지낸지 4일 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방을 함께 쓰는 친구들이 여럿 바뀌었다.
전 날인 21일 밤엔 은발머리의 여자애가 거울앞에서 이것저것 옷을 대보며 고민하길래, 그 모습이 예쁘고 재밌어서 “너 진짜 멋져보여!" 하며 감탄했더니 꺄르르 웃었다. 어딜 가는건지 묻자 내게 뭐라고 대답을 했는데, 잘 모르겠어서 "맥주마시러 가?" 며 다시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둠스둠스하며 입으로 리듬소리를 냈닼ㅋㅋㅋㅋㅋㅋ아하 클럽에 가는구낰ㅋㅋㅋㅋㅋ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한 뒤 나는 노트북을 들고 라운지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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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근처 마트로 나와, 아침을 해결한 뒤 다 마신 물병을 공병 수거기에 넣어 소량의 금액을 환불받았다! 독일의 판트(Pfand)제도인데, 웬만한 병엔 판트값이 매겨져있어 구매시 같이 계산하게 된다. 이후 내용물을 다 마신 뒤 이 수거기에 넣으면 다시 판트값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금액이 적힌 영수증으로 나온다. 즉, 병 보증금 제도다. 이후 마트에서 다른 물건을 살 시 이 영수증을 제출하면 할인된다! 소량의 금액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게, 쾰른집에선 이 병을 모아 판트값을 돌려받은 뒤 그걸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있다.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한가득이다 :)
오늘은 박물관 투어를 할 예정. 우선 옛 동독의 생활을 전시해놓은 동독 박물관(DDR Museum)이 첫 번째 코스다.
첫 번째 방인 아이들 방 부터 집구경 시작~~~ 따라라란따~~~따라라라라~~ (러브하우스 비쥐엠,,)
맞은편으론 책상과 옷장이 놓여있었는데 마찬가지로 하나하나 열어보면 설명과 당시의 물건들이 나와, 재미있고 디테일하게 잘 전시해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서 우측을 보니 엘리베이터도 전시해놨음! 아하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였군여~~
이제 집의 심장인 주방으로 가볼까욧~~
알뜰살뜰히 꾸며놓은 주방 옆으로 이번엔 욕실이 보였다. 약품들과 세탁기도 같이 있다. 세탁기 뚜껑을 여니 설명과 함께 ‘온 국민 깨끗하게 지내기 프로젝트’ 같은 당시 동독 정부의 장려영상이 나왔다.
(매우)협소한 욕실을 나온 뒤 맞은편엔 침대방이 있었는데, 사진을 깜빡함 ㅎ.. 그래서 다음으로 나올 장소는 거실이 되겠다아~~!!!
단란한 집을 구경한 뒤 다음 장소로 나오면, 이번엔 더 반경이 더 넓어져 당시 사람들의 취미생활, 스포츠, 직업과 같은 전반적인 것들과 동독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놓은 풍경이 펼쳐진다. 학교에서 자주 체험학습을 오는 곳 인건지, 곳곳에 노트를 든 학생들이 많았다.
아직 분단국가로 존재하고있는 나라에서 온 나로선,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해지기도 하고.. 동독에서 보는 구 동독의 생활상이라니. 북한에서 보는 북한의 생활상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오려나. 부강했던 서독도 통일이 되자 경제가 엄청 휘청였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비를 해야될까. 사실 경제뿐만이 아니라 보건의료, 주거, 일자리 등등 사회 전반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해야되겠지. 유튜브의 BBC 코리아를 통해 들려오는 북한의 소식은, 주민들이 점점 더 남한에 관심을 가져 그 규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죽기전에 혹시 통일이 되는건 아닐지, 그렇다면 그 때 내가 간호사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괜히 혼자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이후 구 동독 박물관을 나와, 근처 베를린 신박물관으로 향한다. 이곳엔 청동기시대, 고대 이집트,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이집트의 왕비 ‘네페르티티’의 흉상이다. 이집트의 파라오 아크나톤의 왕비이자, 투탕카멘의 이모! ‘네페르티티’ 이름엔 ‘미녀가 왔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다만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어, 네이버에서 찾아온 사진으로 대체한당 ㅠㅠ
그리고 이제부턴 박물관 내부. 오늘도 어김없이 한국어서비스는 없어, 눈물을 머금고 독일어 선택 ^-^,,
3층규모의 거대한 박물관을 이곳저곳 탐방하며 다녔는데 이번에도 허리가 너무 아팤ㅋㅋㅋㅋ뒤로 갈수록 체력 고갈 + 해석의 고통으로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그냥 눈에 담아두는것으로 스스로 합의함. 1년정도 지나면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겠지? 그때쯤되면 또 얼마나 더 감동받게될까, 두근두근하다.
베를린 신박물관을 나와 이번엔 독일 역사 박물관으로 가는 길! 사실 내가 여기저기 쏘다니고있는 이 구역은 ‘박물관 섬 Museum Insel'으로, 말그대로 박물관이 모여있어 붙여진 지명이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전시가 정말 많다. 마음같아선 머리털 뽑아서 여러명의 지영이를 만들어 각각 구경보내고싶으나, 이제 30대에 접어들고 있으니~~~~~탈모 주의하며 소중하게 아껴야쥐~~~~~
룰루랄라 도착한 독일 역사 박물관은, 다른곳에 비해 사람이 적다. 그리고 분위기도 왠지 사무적인 느낌이라 나도 덩달아 차분해졌다. 예매해놓은 티켓을 직원에게 보여주며 QR리더기로 찍고 스티커를 부착한 뒤 내부로 입장했다.
오늘의 박물관투어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내용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당연히 불가능했고, 직감이나 눈치로나마 ‘아 이런 내용이겠군’ 하며 열심히 온 몸의 오감을 발동시키며 다녔다. 사실 이런것도 점점 익숙해졌는지, 이젠 좌절감뿐만이 아닌 스스로를 향한 대견함도 조금씩 자라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전혀 생각치못했던 나라의 언어를 배운지 불과 2년도 채 안됐으며, 그 마저도 절반정도는 독학으로 터득한거나 마찬가지인건데!!! 이정도면 잘하고 있는거지 뭐!!! 잠시만. 나. 혹시. 언어 천재일지도...?
셀프로 쓰담쓰담을하며(자신감 잃지 말기!!) 어느덧 낮게 내려온 해를 마주하고 오늘의 마지막 일정, 베를린 돔으로 향했다.
베를린돔은 쾰른돔처럼 해석하면 대성당이라는 뜻이나, 사실 개신교 교회다. 최초 건축은 교황의 명에 의해 건립이 되었기 때문에 가톨릭 성당의 건축방식이 적용되었다. 종교개혁시기 가톨릭 미사와 유사한 예배형식과 교회건축을 가진 루터교에서 소유하였던 적이 있어, 현재는 개신교파에서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장식물과 설치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독일에 도착한뒤로 매번 펼쳐지는 웅장함에 무릎이 절로 꿇려, 관절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만 오바쌈바를 접고 입을 다문 뒤 내부로 들어갔다.
머릿 속의 모든 단어가 사라진채로 그저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다, 안그래도 너덜거리는 허리에 목 뼈 마저 나가버릴까 두려워 예배의자에 앉아 성스럽게 구경했다. 이곳의 분위기를 더 음미하고싶어, 천장 곳곳에 붙어있는 독일어를 천천히 읽고 해석해보며 나 혼자만의 예배시간을 가져보았다.
[너희의 희망을 온전히 은혜위에 두라. 예수의 강림으로 그것은 너희에게 주어질지니..?]
나의 이 해석이 원문의 의도에서 도대체 얼마나 벗어난건지 도통 감조차 오지 않는다 ^ㅡㅠ...(한솔이와 현지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비슷한 구절이 성경에 나오는지 알려주쎄어!!)
이후 꼭대기로 올라가면 주위를 관찰할 수 있다길래, 간만의 계단운동을 기대하며 열심히 올랐다. (하하하하하!!! 한국에 있을때 매일매일 스쿼트 120개씩 했었다구!!!!)
올라가고 올라가길 반복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르고있는 한 할머니를 보았다. 왠지 할머니에게 응원을 건네고 싶어, 옆에 적혀있는 계단의 수를 읽었는데 아직 많이 남은 계단의 수에 어이없어 같이 함께 빵터졌다. “Hundertzweiunddreißig!?!? noch!?!?" (132개?!?아직도!?!?)
+ 독일어로 숫자읽기는 굉장히 헷갈린당 ㅠㅠ 100을 먼저 읽고 2와 30 이렇게 읽는 순 ㅜㅜ
이후 다시 열심히 올라, 드디어 도착한 정상!
우와... 베를린 시내가 한 눈에 다 보인다. 역시 올라오길 잘했다. 잠시 멍때리며 전망을 바라보고있는데, 아까 만난 할머니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 올라온 계단 수 기억하나요? 총 몇개였지??” 내 기억상으론 280개가 넘었던것 같은데, 230개를 넘은거였나..? 여튼 대략적인 숫자를 말하며 잘 모르겠다고하자, 본인 생각엔 280개까진 아니었던것 같다하시곤 웃으신다. 함께 올라온 동지로서, 할머니께 “사진 찍어드릴까여^^!?“ 하자 ” 오 나를!? 고맙지~!“ 하며 흔쾌히 포즈를 취하셨다. 이후 나도 찍어주겠다하셔서 한번 더 찰칵찰칵!
이후 다시 계단을 내려오며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내려가는 길 또한 길었으나, 내부가 역시나 아름다워 즐겁게 내려올 수 있었다.
4일간의 베를린 일정을 마치고, 23일 금요일은 아침일찍 기차를 타고 쾰른으로 돌아간다. 베를린여행 계획의 첫 시작은 번역공증을 위해 대사관에 들리는 것 이었고, 본이나 프랑크푸르트같이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알아보지않앜ㅋㅋㅋㅋ꽤 멀리까지 와버린건데 오히려 좋았다. 너무너무 좋았다. 더군다나 독일의 수도이니 한번은 와봐야했지. 이제 나의 집이 있는 쾰른 풀하임으로 다시 돌아간다. 로버트와 아니카를 생각하며 산 작은 선물이 그들의 마음에 들길 바라며, 베를린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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