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며 기분도 꽁기꽁기했던 난, '잠시 일상을 떠나라는 신호'가 찾아왔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비록 지금 내 통장은 텅텅 비어버린 텅장으로 바싹 쪼그라들고있지만.....이대로 있다간 또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될 것 같았기에, 얼른 머릿속을 환기시키는게 급선무였다. 또한 지금의 나에게있어 여행은, '내가 독일에 온 이유'와 '여기서 무엇을 하고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다시 상기시키고 납득시키는 작업과도 같다. 한마디로... 자기세뇌 ^^ㅎ...? 네가 결정한 일들이니 마저 이어가라는, 스스로에게 빡센 암시를 계속해서 걸어야 하는 것. 어쨌든, 이번 여행지는 지난번부터 가보고싶었던 뮌헨! 그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주를 여행하는것으로 계획을 짰다. 무엇보다도 뮌헨보다 더 아래에 있는, 오스트리아와 거의 국경을 맞대고있는 쾨니히 호수(Königssee)의 자연경관을 직접 두 눈에 담고싶었다. 그래서 뮌헨에서 2박, 쾨니히 호수에서 1박, 그리고 작은 도시이지만 구시가지가 유네스코로 등록되어있다는 예쁜 마을인 밤베르크에서 2박으로 - 총 6일동안 바이에른주에 다녀왔다. (독일은 '주'로 나뉘어져있다!)
그 중, 첫번째 여행지였던 뮌헨부터 다시 가보자고!!!!
이야우~~~ 떠나요오~~~~~ 아참 이번 여행은 남자친구에겐 양해를 구하고 나홀로 떠난 여행이었다 히히
5월 1일 아침이되면 거리마다 '마이바움'이 서있는걸 볼 수 있다. ('마이'는 5월, '바움'은 나무를 뜻한다) 전 날인 4월 30일 밤에 좋아하는 상대의 집 앞에 나무를 갖다놓아 마음을 표현하는 전통이라고 한다. 그 나무는 사진처럼 여러색깔의 천으로 꾸며져있고 가운데 푯말엔 상대의 이름을 적어놓는다.
뮌헨으로 떠나는 새벽기차입니다~~! 원래, 쾰른에서 뮌헨까지 거의 13만원이었는데 새벽기차는 무려 5만원에 판매를 하는걸 보곤 냅다 그 표로 예매했다. 덕분에 난 당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헸지만 ^^... 그리고 곧이어 나오는 광고로는, 이 고속열차에서 '한국스타일의 거리음식'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 한국식 토스트 같다. 반갑고도 놀라운 마음에 찍었닼ㅋㅋㅋㅋ
사실 날짜를 잘못잡은게, 딱 내가 여행을 떠나는 날 부터 끝나는 날까지 날씨가 안좋았다 ㅠ_ㅠ... 온종일 구름끼며 비오는 날의 시작이었던 것 흑흑... 그치만 일단 여행은 설레니까요!! 기차타는건 늘 재밌으니까요 >_<!!!
다섯시간을 달리는 열차내에선 독서가 짱이겠다싶어, 전자책과 독일어 회화책을 백팩에 넣어 탔다. 그런데 생각지도못한 멀미가 찾아오는 바람에.. (열차가 너무 흔들렸나...) 책을 얼마 읽지도 못하곤 전시만 해 둔 상태로 쿨쿨 잠만 자며 갔다. 출발 전 날엔 남자친구집에 미리 가있었고, 덕분에 다음날 편하게 대중교통을 타고 쾰른역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데이출근하듯 새벽에 일어났으니... 기차에선 독서보단 도로롱 도로롱 꿀잠을 자며 가는게 나았을지도, 히히
뮌헨역에 도착 후, 게스트 하우스 체크인시간까진 아직 두시간정도가 남았기에 그 동안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다녀오는걸로 일정을 짰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나치가 집권하던 시절, 독일에 최초로 개설된 강제수용소로 유대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곳이다. 또한 이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뒤이은 다른 수용소들의 원형이 되었다고 하며, 이곳에서 감독관들을 교육시켜 다른 수용소로 보냈다고도 한다. (출처: 위키백과 & 설명문)
수감자들에게 만들도록 강제한 입구의 문. (원본은 우측. 건물 내부에 전시되어있다.) ['ARBEIT MACHT FREI' :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 수감자들의 상황과 정반대되는 문구를 새기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모욕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지.. / 그리고 이 문은 한때 잠시 도둑맞았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오면 넓은 공간이 펼쳐지는데, 먼저 오른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나오는 수용소.
수용소 내부 배치도. 정말 단순하게 생겼지만, 왠지 위압감이 느껴졌다.
수용소 내부는 이런식으로 다 똑같이 생겼다. 정말 좁은 공간이었다. 보던 중, 점점 낯익은 느낌이 들었는데, 한국의 서대문 형무소에서 봤던 감옥이 떠올랐던 것이다. 에휴ㅠㅠ
이곳 저곳을 다니며 보던 중, 강제수용소가 있던 지역들을 표시해놓은 독일 지도를 발견했다. 쾰른 근처 어디에 설치가 되어있었을까- 하며 찾던 중, 내가 살고있는 Brauweiler가 적혀있어 찍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동네에 천년된 수도원이 있는데 그 곳이 강제수용소로 사용되었다는걸 수도원 입구의 설명글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 곳이 이 지도에 표시되었나보다.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사진속의 건물은 포로수용소에 물자를 공급하는 곳으로 주방, 욕실, 세탁실, 작업장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이 건물 지붕엔 왼쪽 사진처럼 하얀색으로 큼지막한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내용은 대강 '자유로 향하는 길이 있다. 정직, 애국정신...' 등의 글 이었다고 한다.
1933년, 독일의 첫 강제수용소인 다하우 강제수용소가 세워진 날 부터 -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 까지. 까만 조형물은 당시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듯 했다.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또다시 길쭉한 건물이 나오는데, 이 곳은 수감자들이 잠을 자고 샤워를 하던 곳 이었다. 고등학생때, 학교에서 틀어줬던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가 떠올랐다. 처음엔 '이게 무슨영화야..'하며 시큰둥하게 봤으나 점점 이입하게되며 마지막엔 눈물을ㅠ_ㅠ 흘렸던 그 영화.. 영화를 보는 동안엔, 같이 끌려온 아들을 위해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나갔던 주인공 덕분에 뒷 배경이 되는 이런 시설물들엔 크게 눈길이 가지 않았었다. 이후 그 영화에 대해 더 알게되고, 이젠 직접 와보게되니(물론 여기가 촬영장소는 아니었겠지만).. 수감자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처해있었던건지, 감히 조금이나마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오른쪽엔 샤워룸이, 왼쪽엔 화장실이 있다.
또 다른 곳으로 가면, 넓게 펼쳐진 밭 같은 공간이 나온다. 처음에 나는 정말 '밭'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왼쪽 사진처럼 이 곳 또한 길게 수용소가 늘어서있던 곳 이었다. 이 중엔 병동도 있었는데, 거기선 인체실험이 진행되었었다고 한다 ㅠ_ㅠ.. 어떤 인체실험들이 자행되었는지는 건물 내부에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카더라로 들어오며 '사람에게 그런걸 진짜 했다고..?' 하며 경악케했던 실험들이 이 곳에 독일어로 자세히 적혀있었다. 모든걸 다 해석할 순 없었지만 그 잔혹성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숲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길래 들어가보니, 한 건물이 나타났다. 그곳은 바로.. 가스실과 소각장이었던 곳. 여기는 '기다리는 방'으로, 가스실에 들어가기 전 사람들을 모여있게 하며 곳 어디로 들어가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공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수감자들에겐 가스실을 '샤워실'로 속여 설명했다.
방 위에도 샤워실이라고 적어놨고, 천장에도 샤워기같은 조형물을 만들어놨다.
가스실 내부. 천장이 낮다.
소각장. 입구에 꽃이 놓여있었다.
처음엔 다하우 강제수용소를 둘러보는데 한시간 반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규모가 생각보다 넓었고 또 간간이 생각에 잠기는 순간들도 있어, 다 둘러보고 나오는길에 시간을 확인하니 대략 두시간 반이 지난 뒤였다. 또한 날씨가 흐렸다보니, 더욱 그 현장의 분위기에 집중되어 미처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한것도 있었다. 오늘날의 독일엔 다시 극우성향을 띄는 특정 정당이 제일 큰 야당으로 우세하고있다. 그리고 연방정부에선 그 정당이 '극우정당'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들은 반이민성향, 난민을 반대하는류의 정책을 펼치고 있고, 그런 공약들로 독일시민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이다.
나의 가장 가까운 독일시민인 주인아저씨와 이전에 했던 이야기 중, 난민들로 인해 한 때 잠시 불편함을 겪어야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말을 하셨던게 있다. 물론 난민 입장에선, 그들이 앞으로 장기간 겪게 될 불편함에 비하면 사소한 것 이겠으나 아무런 접점없이 지내던 자국민 입장에선 말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이 느껴졌을수도 있을 듯 싶었다. 무엇보다 나는 제3자의 입장이기에 이렇다, 어떻다 말을 하기가 애매하지만... 한국에선 책으로만 접했던 상황들을 직접 옆에서 듣게되니, 생각이 조금 더 많아지는건 사실이었다.
나는 비록 난민은 아니지만,(계엄령 터졌을땐.. 이렇게도 난민이 되는걸까-하는 생각도 들었었고..) 외국인이기에 이 나라의 1등시민이 될 순 없다. 또한 아시아에서 온 외국인이기에, 외형도 이들과 너무나 달라 어딜가든 눈에 띈다. 내가 우려하는 한 가지는, 난민과 이민자들을 향한 시선이 점점 안좋아진다면 결국엔 모든 외국인을 배척하는 정서로 이어질 것 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독일에서 외국인으로 살고있는 나로선 이러한 상황들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볼 수 없다는 것 ㅠ_ㅠ!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안고 나는 다음 목적지인 BMW 박물관으로 향했다.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