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은 부활절 연휴가 끝났다. 지난주 18일 금요일부터 이번주 월요일이었던 21일까지가 연휴기간이었다. 이 기간동안 로버트아저씨는 고향집으로 내려가셨고, 27일 일요일이 되어서야 돌아오실 예정이다. 그 말은 즉슨... 우리집의 요리사가 사라졌단 것.... 그러나 나에게 밥을 해주는 또 다른 귀인을 나는 알고있었기에, 짐을 챙긴 뒤 (나만의) 임시대피소인 남자친구집으롴ㅋㅋㅋㅋㅋㅋ 향해 연휴기간동안 머물렀었다. 21일 월요일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나는 방문을 열자 책상앞에 너무나도 귀여운 ㅠㅠ 나무바구니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위 사진인 부활절 초콜렛이었던 것!!!!! 우리집의 요리사이며 이벤트담당자이며 감동제조기인 집주인 로버트아저씨가 이번에도 감동백배의 선물을 놓고 가신것이다ㅠㅠ 안그래도 연휴가 시작되기 전, 아저씨께서 "독일의 부활절은 크리스마스만큼 큰 연휴야. 아이들을 위해 나무상자에 초콜렛같은걸 넣어 준비해놓는단다." 하며 설명해주셨는데, 듣고는 그냥 '오 귀엽당!' 하고 말았는데, 이제보니 아저씨의 큰그림이었어....!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조금 적막함을 느끼고 있었던 나는, 금세 마음이 훈훈해졌다.
+ 마침 이 날 밤, 새로운 세입자친구인 R도(체육과 대학생) 고향에서 돌아왔다. 이번주는 R과 함께 밥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 한국음식을 궁금해했던 R을 위해, 그리고 처음으로 함께먹는 식사이니만큼 내가 요리를 해봐야겠다싶어 요즘 불고기, 새우볶음밥, 미역국을 만들었다. 맛있게 안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매번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그러고보니 나에게 늘 요리를 해주는 남자친구도 이런 마음이었을라나..!)

22일 화요일엔 엄청난 하루를 보냈었다. 난생처음... 한국에서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나물뜯기!!! 그것도 명이나물!!! 귀하디 귀한 명이나물을 따왔다. 한국의 명이나물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는데,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걸로 명이나물 장아찌를 해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역시...나물의 민족이다. 나도 나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매년 봄마다 부모님이 산에서 취나물을 뜯어오시곤 한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땐 봄마다 취나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더 어렸을땐, 명절마다 만나곤했던 큰엄마께서 고사리를 데친 뒤 조물조물 무쳐주셨는데 그게 정말 기가막히게..맛있었다.. 그 때 나는 고사리공주로 불렸었지...히히... 안그래도 왠지 뒤숭숭한 요즘인데(맨날 뒤숭숭한듯....) 나물 생각을 하니 더더욱 한국으로 가고싶어졌기에, 얼른 몸을 움직여 이런 기분들을 환기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직접 채취하여 음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짐을 간단하게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내가 살고있는곳은 쾰른을 중심으로 왼쪽에 있고, 이 날 갔던 명이나물숲은 쾰른 기준 오른쪽에 있었기에 가는데만 대략 한시간이 넘게 걸렸었다. 그치만~! 간만에 작은 소풍을 떠나는 기분이었기에, 조금 들뜬마음으로 트램과 버스를 탔다. (명이나물을 포함한 다른 식물이나 열매가 자라는 곳을 알려주는 지도를 구글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기에, 그 지도에 나온 지역의 주소를 앱에 찍고 향했다.)






독일의 명이나물은 Bärlauch[배어라우흐] 라고 불린다. Bär가 곰이고 Lauch는 파, 양파, 마늘을 일컫는다. 곰+파. (파는 Lauch라고도 하고 Lauchzwiebel 이라고도 하며 양파는 Zwiebel, 마늘은 Knoblauch다. 서로 연결되어있구만~~) 따라서 배어라우흐는 : 곰이 먹는 식물이라는 뜻. 왠지 독일이랑 우리나라랑 좀 비슷한면이 있는것 같기도....
이 명이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잎이 있는데, 바로 은방울꽃(Maiglöckchen)의 잎이 비슷하게 생겼다. 우선 이름만 해석해보자면 너무너무 앙증맞고 예쁜 꽃이다. Mai : 5월 / Glöckchen : 작은 종 = 5월에 피는 작은 종!!! 그러나 이 꽃의 잎은 독성이 강해, 먹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잘못 먹었다간 인생 종치는게 되어버리는 셈.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구만유... 이 꽃잎의 사진은 밑에 올려놓겠습니다!
+ 그리고 독일에서 명이나물을 채취할 때, 너무 많이 가져가면 안된다고 한다. 경찰 온다구...!!!! 그래서 한 줌정도, 즉 적당히 채취해야된다.










명이나물을 씻고, 말리는동안 고민(얘네가 명이나물이 맞는지에 대한 계속된 불안함ㅎ..)의 시간을 길게 가졌었다. 차라리 은방울꽃 잎을 직접 보고 비교하고싶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왠지... 로버트 아저씨가 집 화단에 은방울꽃을 심어놨을것 같은데..!? 언젠가 한번 말하셨던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당장 집 뒷마당과 앞마당을 수색했다. 고향에 가 계시는 아저씨에게도 문자로 상황을 설명하며 '은방울꽃 어따가 심어놓으셨나여!!'를 물었고, '집 앞마당에 쓰레기통 바로 옆에 있쮜~!' 하며 답장을 보내오셨다. 구글과 유튜브를통해 은방울꽃잎을 하도 많이 봤기에, 화단에서 어떤것이 은방울꽃잎인지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저씨는 '사진 보내주면 맞는지 한번 확인해줄게~' 하셨고, '이거 맞죠!!' 하며 위 사진을 보냈으며 '맞아 그거 은방울꽃 잎이야~' 하며 다시 답장을 보내오셨다. 명이나물과 확연히 다르다. 앞부분은 조금 비슷하게 생겼을지언정, 뒷면엔 확실히 빤짝빤짝하니 광택이 돌았다. 그리고 잎이 한 줄기당 한개씩 나오는 명이나물과 달리, 은방울꽃잎은 한 줄기에서 두 장의 잎이 서로 마주보며 감싸듯 자라난다. 마침 J의 어머니로부터도 답장을 받았던 터라, 100% 확신을 가진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명이나물 장아찌 만들기에 돌입했다.





조림간장을 만든 뒤 적당히 식힌 뒤 숟가락으로 퍼, 후후 불어가며 통으로 옮겨담았다. 플라스틱 통이었기에(유튜브 영상에선 '명이나물이 차가우니까 간장이 뜨거워도 괜찮아요~ 식어요~' 했으나 내 명이나물은 그리 차갑지 않았기에....) 최대한 식혀가며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정성스레 담았다. 문득, 독일에서 지내다보면 한국에선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하게된다는걸 어디선가 본게 기억이 났다. 내가 지금 딱 그 상황이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래도 독일에선 (한국에 비해) 여가시간이 좀 더 있다보니 한국에선 안 하던 것들을 하게되는듯하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아직 백수니까요 ^^...! 남는게 시간이니까여~~~ 하하하~~~~
어쨌든, 숟가락으로 푸욱 눌러주며 명이나물을 장 속에 깊게 담궜다. 이렇게 하루동안 실온에 보관한 뒤 3일정도는 냉장보관하여 그 뒤에 먹으면 된다고 한다. 토요일쯤 먹을 수 있겠군! 난생 처음으로 나물을 땄고, 장도 직접 만들어 담궜다. 우왕...나 대단하잖아..! 비록 결혼을 한 것도, 아이를 낳은것도 아니지만 왠지 나도 이젠 어엿한 어른이 된 느낌이었닼ㅋㅋㅋㅋㅋㅋ 비로소 30대라는, 20대보단 조금 더 어른인 그룹에 제대로 진입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히히..!
+그리고 나물을 딸 때 느낀건데, 숲에 있는동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었다. 부모님이 산에서 나물을 딸 때 왜 그렇게 오래 계셨는지 이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명이나물 장아찌를 만들기 전- 점심시간동안 잠깐 자전거를 타고 쾰른에 있는 공원을 목표로 다녀왔었다. (시간을 정리해보자면, 명이나물을 따고 아시아마트에 들려 진간장을 사온건 22일 화요일이었고 - 장아찌를 담근건 23일 수요일 오후였다. 따라서 23일 수요일인 오늘, 점심시간에 잠시 시간이 있어 이 틈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다녀온 것!)
가는길에 유채꽃밭이 아주 넓게 펼쳐져있어 여러장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 길가에서 자주 보이는 (왠지 깨 꽃을 닮은..?) 하얀 꽃을 더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궁금한 마음에 사진을 찍어 구글에 검색했다. 섬광대수염이라는 꽃으로, 울릉도에서 주로 핀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명이나물도 울릉도에서 자란다고 했던 것 같았는데..! 쾰른의 기후가 울릉도와 비슷한가봉가~~~~






멋진 유채꽃밭을 지나, 내가 애정하는 공원에 도착해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마침 호숫가앞에 벤치가 놓여있었기에 여기가 딱이다싶어 앉았는데, 흘렸던 땀이 식으니 조금씩 추워졌닼ㅋㅋㅋㅋㅋㅋㅋ아무래도 얇은 긴팔 기능성티에 바람막이만 입고 다니는건 아직 추운건가보다.. 사실 독일의 4월날씨는 워낙에 변수가 많은 날씨라고도 한다. 하루만에 사계절을 다 볼 수도 있다고 하니, 요즘같이 비만 좀 내리고 쌀쌀한것 정도야 뭐 참을만하지!!!!





요즘 유튜브로 책과 관련된 컨텐츠를 자주 접하며, 새로 읽어볼 책을 간추리고있다. 전자책도 나름 익숙해졌지만, 교보문고 앱에 책을 검색했을 때 뜨는 책의 표지를 볼때면- 종이책을 소유하고픈 열망이 다시금 끓어오른다. 여러모로 아쉬운 마음이지만, 어쨌든 나도 지금 한국에서 가져온 책들이 많이 있으니 그것부터 다 읽어나가야지. 그리고 지난번 탄핵시위를 준비하며 진행팀에서 일하다 알게된 K님을 5월달에 다시 만날 예정인데, 그 분의 집엔 한국책이 정말정말 많다. 우리는 3월에 한번 만났었고, 그때 서로 책을 교환하며 두 권정도 빌려왔는데, 생각해보니 그 두 권 중 한권을 아직 안읽었닼ㅋㅋㅋ헤헤.. 그것도 얼른 읽어야지!! 책을 읽는 속도보다 쌓아두는 속도가 더 빨랐던 내 버릇을 어쩌면 독일에서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언젠가 벼룩시장에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책을 구해왔었다. 중학생때 처음 읽다가 그 후 영화로도 다시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반전이 있는 책이었다. 이유는, 표지만 보면 하늘색으로 줄무늬모양이 그려져있어 꽤 예쁘게 느껴졌기에 발랄한 소설인 줄 알고 책을 펼쳤기 때문 ㅎ...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관한 이야기로,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이다. (독일작가가 쓴 줄 알았다능..) 어쨌든 책 표지가 중학교 도서관에서 마주했던 그 표지와 똑같아서 한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사전을 펼치지 않고 우선 완독하는걸로 의의를 두며 천천히 읽고있다. 아는 단어들이 나오면 상상하며 읽고 모르는 단어들은 유추하는 식으로. 이것도 나름 독일어 공부에 도움이 되겠지 ㅠ_ㅠ!

참, 병원견학 이후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내 여권과 비자는 사진을 찍어 담당자에게 보내놓은 상황이고, 아마 5월 초..나 중순쯤 답장이 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한편으론 '안 와도 될 것 같...'은 마음이긴 한데, 그러기엔 너무 벌여놓은 일이 많지...하하... 독일어 과외도 하고있고 또 병원직업군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나 회화가 적혀있는 책도 사다놨꿍 ㅎ... 그냥 요즘같은 마음으로는, 한 5년뒤의 내가 현재의 나를 찾아와서 "너 결국엔 이러이러하게 살고있으니까 지금은 저러저러하게만 하면 돼!"하며 명쾌한 답을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혼란스러울때마다 내가 왜 독일에 왔는지, 무엇을 얻고자 왔는지를 다시금 되새기려한다. 내가 왜 독일에 왔을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더 넓은 세상.... 더 넓은.... 그래, 쾰른에선 이제 명이나물까지 땄으니, 다른 지역을 슬슬 여행할 때가 되었구나. 좋았어!!!!!!!!!!!!!!!! 5월 초에 난 뮌헨이 있는 남쪽지방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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