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세번째날이자 마지막날이기도했던 15일 금요일. 하루 계획 중 제일 중요한건 오로지 바다를 보는것 뿐이었다.
아침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전 날과 같이 마트에 들러 빵을 먹은 다음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갔다. 우선 내가 갈 곳은 뤼벡이고, 해안가는 뤼벡에 속해있으며 20분가량 좀 더 위로 가야되는 곳이었다. 바다를 구경한 뒤 뤼벡 중심가로 다시 내려와 시내구경을하고 함부르크로 돌아오는게 이 날의 일정이었다.
독일에 와서 기차나 전철, 버스를 타며 또 하나 신기했던건.. 자는 사람을 많이 못 봤다는 것. 특히 버스에서는 아무도 안 자더라...? 전철에서도 그렇고..? 다들 오래 안 타고 금방 내릴 사람들이었나? 예를 들면 30분정도 전철을 타야될 때 항상 나만 졸고있는것같아, 내릴때 쯤이면 괜시리 혼자 무안해질때가 많았었다. 그리고 이 날도 어김없이 나는 1시간동안 꿀잠을 자고 다시 깨서 졸다가 또 잠들기를 반복했다.
졸고 깨기를 반복하던 중,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르 내리고 안내방송에서도 '종착역에 도착했으니 모두 내리세요'를 말하고 있었다. 어라? 분명 이 기차의 종착역은 해안가역인데 왜 뤼벡에서 끝나는건가싶어 내려서 확인해보니, 여기서부터 해안가역까진 기차가 분리되어 한 개의 기차로만 운행되는 것 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그런가보당.
쾰른에서 함부르크까지 4시간, 다시 함부르크에서 뤼벡까지 1시간, 그리고 뤼벡에서 트라베뮌데 해안가까지 20분. 총합 5시간 30분가량을 달려 드디어 바다에 도착했다. 한국에 있을때도 바다까지 가려면 조금 마음을 먹고 가긴 해야됐는데, 그래도 두시간이면 대천바다에 뚝딱 도착했단말이지! 그치만 여기선 무려 5시간이 넘게 걸린다니...!!!! 그래도 이렇게 겨울바다를 볼 수 있으니 정말 좋았다. 너무너무 좋았다아~~~!!!!
처음엔 바닷가에서 대략 한시간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무려 세시간을 이곳에 있었다. 내가 만약 바다근처에서 살았다면, 바다를 보고싶은 마음이 이렇게나 간절하진 않았겠지? 좋아할수록 거리를 유지해야 그 마음이 오래 가는걸까? 좋아하는 대상과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는것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비결인걸까!?! 어려운것 같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좋아할수록 더 가까이 두고싶고 오랜시간을 함께하고 싶은데 말이지. 그나저나 챗GPT를 통해 사주를 볼 수 있다는 대만친구 E의 말을 듣고 나도 생년월일과 시간을 입력해 간단하게 사주를 봤다. 내년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나왔는데, 이제 그 범위가 넓어졌으니 나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된다. 자 덤벼라. 대만어, 일본어, 독일어, 영어 그리고 또 뭘 배워야되나!!!! 프랑스어랑 이탈리아어도 배워야되나!!!!!! 어디에서 오든 다 상대해줄테니 덤벼!!!!!!
기념품 상점까지 야무지게 들린 뒤, 나는 역으로 돌아와 뤼벡으로 향했다. 뤼벡은 한자동맹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한자동맹, 독일어로는 Hanse. 이름에 '한자 동맹' 이라는 뜻 전체가 다 담겨있다. 13~17세기 독일 북부 도시들을 중심으로 맺어진 무역 길드. 뤼벡이 그 중심지였다고하니, 뭐....진짜 그냥 어마어마했겠구나 싶다. 뤼벡역에서 내려 중심지로 향하다보면 동화에 나올법한 꼬깔콘 모양의 성이 나온다. 그리고 그 문을 넘어서면 본격적인 마을 투어가 시작된다. 아참!!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출처: 위키 백과)
교회를 천천히 둘러본 뒤, 다음은 어디로 향할까 고민하다가 유명한 초콜릿 상점이 있다길래 그 쪽으로 향했다. 이름은 니더레거 (Niederegger) 초콜렛 상점! '마지팬'으로 만드는 초콜릿이라고 한다. 마지팬은 아몬드 오일에 설탕을 넣어 만든 반죽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이얏..! 맛도 생소했다. 가게 앞엔 마지팬으로 만든 공예품이 있었는데, 각각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도 적혀있었다. 자세하구만 후후~~ 아참, 초콜렛 고르다보니 내부사진을 찍는걸 깜빡했닼ㅋㅋㅋㅋㅋㅋ 그대신 여기서 유명하다고 하는 초코롤케이크 사진은 찍어뒀다!!
저녁으로 김치찌개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니 바깥은 더욱 어두워져 아예 밤이되어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아직 오후 다섯시였구요 하하하하하~~~ 겨울로 갈수록 해가 (심각하게)짧아지는 이 나라는, 그대신 화려한 크리스마스 조명들이 어둠을 밝히고있어 그 빛으로 긴 겨울밤을 지내는것 같다. 따라서 내가 다음으로 갈 곳은?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크리스마스 용품점 들리기~~!!!
15일 하루도 알차게 보낸 뒤, 숙소로 돌아와 재빠르게 씻었다. 그리고 일기를 올리기위햌ㅋㅋㅋㅋㅋㅋ세시간 가량을 노트북앞에서 보냈다.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줬던 함부르크 여행. 진작에 여행을 떠날껄. 일기가 끊겼던 한 달중에서 대략 2주가량을 향수병으로 우울하게 보냈는데, 그 원인 중 상당부분은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다'가 차지했었다. 한국에선 심심할때면 없던 이벤트도 만들어 혼자서도 재밌게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외국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조금은 의기소침해지고.. 그러다 조금씩 주눅들다보니 결국엔 나의 시선이 바깥이 아닌 내면으로,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늘어났으며, 그 마지막엔 항상 '한국이었다면...한국에 있었다면..'하며 한국과 비교하는걸로 이어졌고. 그런 생각은 다음날 아침까지 넘어와 다시 하루를 점령하곤했다. 결국 한국행 비행기 티켓까지 끊고나니 '아 잠시만 나 지금 뭐하는거지? 돌아가는건가 진짜로? 잠깐만..좀 아까운데..?' 하며 그제서야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런걸 보면, 결국엔 사람 사는건 다 똑같고 뭘 하든 어디에 있든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냐에 따라 달라질 뿐인 것 같다. 그치만 아직 나는 젊으니까, 이제 막 서른인데 저런 마인드를 제일 앞에 두기엔 삶이 조금 아깝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결국 다시 일어나! 사서 고생을 하기위해 또 떠나는 것이닼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각자의 시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 그렇다면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밖엔 없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되는 걸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건, 지금 할 수 있는건 누려보는 것. 내가 선택하고 시작한 독일에서의 생활을 책임감있게 이어나가며 여기에서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누리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순간엔 또 깨달음을 얻는 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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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 훠궈 조지기. (Hotpot이라고도 한다.)
하하하하 여행의 끝은 역시 음식이지!!!! 함부르크 여행은 16일 오전에 함부르크 중앙역을 떠나며 막을 내렸지만, 쾰른으로 돌아온 나에겐 아직 신나는 일이 남아있었다. 그건!!!! 바로바로!!!! 대만친구들과 훠궈 먹으러 가기!!!! 예에!!!!!!!!
집에 돌아와 빨리 짐을 풀고, 정리를 하고 빨래를 돌린 뒤 잽싸게 널기까지 완료!!! 그리고 다섯시 반에 나를 태우러 온 대만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그들과 함께 뒤셀도르프로 떠났다. 매번 나와 놀아주고 챙겨주는 대만친구들에게 너무너무 고맙다 ㅠ_ㅠ (En, siehst du jetzt das? immer ganz vielen Dank bei euch!)
이렇게 오늘 하루도 끝이 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대만친구들에게 그동안 얻어먹은걸 갚기 위해서라도 나는 여기서 반드시 취직을 해야된다고. 마음이 또 약해질때마다 이 순간을 되새겨야지. 나에겐 빚이 있어!!!!!!!!첫 월급을 타면 대만 친구들과, 집주인 아저씨 그리고 아야카에게 맛있는걸 대접해야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