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수요일부터 16일 토요일까지 나는 함부르크(Hamburg), 뤼벡(Lübeck), 트라베뮌데 해안가(Travemünde Strand)에 다녀왔다. (해안가는 뤼벡에 속해있으며 기차를 타고 20분정도 더 가면 나온다.) 바다가 너무너무 보고싶었고, 여름에 봤던 호수로는 아무래도 성이 안 찼기 때문. 그리고 겨울바다도 여름바다 못지않게 매력있으니까!!! 조만간 모아나2가 개봉예정이니, 이번 여행에선 모아나에 빙의해서 돌아다녀야겠군 후후후
* 13일 아침 - 쾰른중앙역에서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이동! 쉬울 줄 알았찌....
천둥소리가 나는 엄청난 소음의 캐리어를 들고 30분 일찍 집에서 출발한 나는 여유롭게 버스를 탄 뒤 전철역으로 향했다. (집주인 아저씨에게서 빌린 작은 캐리어다!) 그 곳에서 쾰른 중앙역으로 가는 에스반(S-Bahn / 독일 전철 중 하나!)을 타야됐기때문. 역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내방송 중 내가 타야 될 전철이 언급되는것 아닌가... 오... 처음엔 10분정도 늦어진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나 나의 듣기실력을 믿을 수 없으니, 전광판을 보았고 다행히도 뭐 사라졌다거나 하는 그런 글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이럴 줄 알고 30분을 일찍 나왔다구~~!'하며 룰루랄라 다시 노래를 들으며 10분을 조금 넘게 기다렸는데 갑자기 또 들려오는 안내방송,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의 "...왓?" 하며 내뱉는 짧은 탄식. 이때부턴 나도 노래를 끄고 안내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송은 뭘 자꾸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데... 나의 머리는 슬슬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고, 마침 전광판에 나오는 멘트. [ 해당 전철은 취소되었습니다 ]
아놔!!!!!!!!!!!!!!이짜식들아!!!!!!!!!!!!!!!!왜갑자기 사라지는건데!!!!!!!!!!!!!!!!!!
경험상 이런 경우엔 다음 전철이 구글지도에 표시된다해도, 그 전철 역시 취소되었던 적이 있기에.. 나는 택시 어플을 부랴부랴 깔고 택시가 빨리 잡히기를 바라며 미친듯이 역을 다시 내려갔다. 마침 6분 거리에서 택시가 온다는 문구가 떴고, 나는 마음속으로 연신 '제발제발제발제발'을 외치며 기사님을 기다렸다. 60분같던 6분이 지났고, 택시가 도착하자마자 나는 트렁크에 캐리어를 냅다 던지고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기사님에게 "제발, 제발 빨리 가주세요 제발! 제 기차는 20분 뒤 출발한답니다 엉엉어엉" 하며 나는 미리 생각해뒀던 독일어를 말하며 온몸으로 '매우 급함' 표시를 보였다. 기사님은 운전하며 네비게이션에 나오는 도착시간을 확인했고, 조금 곤란해하시며 "어...좀 힘들것 같은데..? 지금 교통도 막히고.. 여기 보면 3분정도 늦는다고 나와.." 하셨다. 그러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이 말이 이런 상황에 맞는건진 모르겠지만..) 기사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아니에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우리는 할 수 있어요!!!!!!" 하며 뒷좌석에 앉아 매우 부담스러운 희망의 메세지를 거의 폭격수준으로 기사님 뒷통수를 향해 연신 외쳐댔다.
기사님은 중간중간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때면 "Scheiße! (샤이쎄!!=제기랄!!)" 를 조용히 읊조렸고, 그 외엔 파란불에선 마치 아우토반을 달리듯 바닷 속 상어마냥 차 사이 빈공간을 향해 마구마구 앞으로 나아가셨다. 나는 독일 기차 어플을 계속해서 새로고침하며, 혹시나 나의 함부르크행 기차도 연착되진 않았을지, 이건 제발 연착되어라 제발...하는 희망을 가졌고 결국 1분정도 연착되었다는 메세지가 떴을땐 '오케이 시간 벌었다. 아싸!!!'하며 좋아했다. ^-ㅠ .. 내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사이, 기사님은 목을 앞으로 빼곤 신호등을 예견하며 파란불로 바뀌기 1초전마다 악셀을 밟으셨고 결국! 나는!!! 무사히!!!!! 무려 5분이나 일찍!!!!! 쾰른 중앙역에 도착해, 함부르크행 기차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엉엉엉ㅇ엉ㅇ!!!!!!! ㅠㅠㅠ!!!!! 기사님께 너무너무 감사한 나는, 주머니에 있던 페레로로쉐 초콜렛을 기사님께 드리며 "최고야!!!고마워요!!!"하며 포옹도 잊지 않았다. 그리곤 캐리어와 함께 다시 역 내부를 향해 달렸다. 다음번엔 1시간 일찍 나와야지 젠장.... Scheiße...
함부르크 중앙역에 무사히 도착한 나는, 숙소까지 대략 1.5km정도인것을 지도에서 확인 후 걸어갈까 싶었으나 지금 내 캐리어의 바퀴는 천둥소리 뺨치는 녀석이라... 얘와 20분가량을 걸었다간 소음유발자로 잡혀갈것같았다. 그래서 한 정거장이지만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 해당 플랫폼으로 가기위해 계단을 내려갔는데, 어라....? 지하철 정거장 목록에 내가 내려야될 정거장의 이름이 안보였다. 아무래도 반대편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인것 같았다. '역시 그냥 걸어가는게 나을뻔했나...'를 생각하며 계단앞에 캐리어를 두고 다시 지도를 확인하기위해 잠시 서있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독일인의 목소리. "도와줄까요?" (내 맘대로 존댓말 번역^^ 그래야 더 설레니까요^^)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인가싶어 두리번거리다가 계단위를 봤는데-
오 세상에 지져스 할렐루야!!!!!!!!!!!!!검은 뿔테안경을 쓴 존나잘생긴남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묻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내가 캐리어를 들고있어도 나에게 도움이 필요하냐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었는데.. 오히려 돈좀 줄 수 있냐는 말은 들어봤어도...^^... 어쨌든, (아무리 존잘남일지언정) 혹시 내 가방을 들고 튀려는건 아닐지하는 의심과 + 갑작스런 도움 제안에 당황한 나는 시선을 다른곳으로 두고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존잘남은 다시 나에게 "내가 가방 들어줄 수 있어요. 도와줄까요?" 하며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왔고, 대답을 하려면 상대방의 얼굴을 봐야되니 (어쩔 수 없이^^) 그를 다시 봤다. 잘생긴 얼굴에 나는 설득당했다. 이럴거면 왜 망설였던건지; 그리고 사실 나의 캐리어는 기내용 캐리어마냥 엄청나게 작은 사이즈였으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먼저 제안한 도움을, 그것도 잘생긴 사람의 도움을 거절하는건 예의가 아닐테니~~~! 나는 "아ㅜㅜ고마워요ㅜㅜ"하며 기꺼이 그에게 내 캐리어를 맡겼다. 계단을 올라가며 내 머릿속에선 숙소에 가야된다는 생각은 이미 깔끔하게 사라진지 오래였다 ^^. 계단위가 아니라 숙소까지 아니 그냥 다시 쾰른까지 동행해줬으면 하는 소망 + 함께 사진찍고싶은 욕망으로 뒤섞였으나.... 타인의 선의를 부담으로 갚아줄 순 없으니 ㅠ_ㅠ.... 아쉬운대로 말이나 한번 더 걸어보자싶어 "근데 이 지하철 타려면 어디로 가야되나요?"하며 길을 물었고(맞아 나 지금 지하철 반대로 탈 뻔 했지;;), 존잘남은 엄청나게 친절히 그리고 자세히 안내해주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뭐를 어떻게 타야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미안해요...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뭔 말인지 아직까지도 이해를 못했어요...^^...(주르륵) 오늘부터 나의 독일어 공부 목표는 새로 설정되었다. 앞으로 또 만날 무수한 존잘남들의 말을 이해하기위해 열공해라 이지영!!!!!!!!!!!!!
그리고 나는 이 소식을 친구들에게 재빠르겤ㅋㅋㅋㅋㅋㅋㅋ여기저기 알렸고, 어학원 친구들에게도 당연히 알렸는데 그 중 일본인친구 A(허락맡아서 이제부턴 본명인 아야카로 씁니다!) 아야카의 답장이 귀엽고 재밌어서 허락을 구한 뒤 올려본다. 히히히~ 아야카와 나는 만나선 독일어 + 챗gpt로 대화하고, 메신저에선 서로 긴 얘기를 할 때면 챗gpt를 사용해 상대의 언어로 번역해서 보내고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아야카가 쓴 나의 이름인 '정'은, 챗GPT가 번역하는 과정에서 저렇게 나온것이겠지만 어쨌든 나의 한국 친구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과 비슷하여 순간 뭉클한 감정도 같이 들었다. 이제 막 함부르크 여행이 시작되었으나, 이미 여행의 목표가 달성된듯한 상쾌함으로 나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히히히히~~
숙소에 짐을 풀고나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있었다. 그렇습니다, 사진 속 시간들은 전부 '밝은'오후 시간대랍니다 흑흑흑... 북독일은 날씨가 늘 이렇게 흐린걸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설렁설렁 주위를 돌아다녔다. 오늘은 간단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산책한 뒤 돌아오는것으로 마무리해야지!
집에서는 딸 L의 작은 전자 피아노로 쳤기에, 곡을 치다보면 건반이 부족할때가 있었는데 그 아쉬움을 오늘 여기서 털게되다니. 하하하하하!!!! 이후로도 세번정도 더 반짝반짝 작은별을 친 뒤 가게를 나섰다. 언젠간...그랜드 피아노를..사리라...
지도를 보니 근처에 시청도 가까이 있었다. 어디한번~~~ 봐보자고~~~~
엄청난 자태의 시청사에 감탄하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알고보니 저 지붕이 에메랄드색이라 낮에 밝을때 보면 또 다른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어두운 밤에 조명을 받고있는 지금은 그저 위엄이 느껴질 뿐...짱.. 시청을 뒤로하고 다시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아까 지나쳤던 가게 앞을 다시 지났는데, 처음에 맑은 피아노소리가 들려와 그냥 라디오를 좀 크게 틀은거겠거니하며 무심히 지나갔던 곳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길에 자세히 보니 안에서 사람이 직접 연주를 하고 있었던 것!!!!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마저 갤러리를 둘러본 뒤, 오늘 하루는 정말 만족스러운 하루였음을 되새기곤 다시 산책을 하러 나왔다. 앞으로도 하루에 한가지 정도는 하고싶은일을 하며 살아야지. 그런 날들이 모이면 결국 내 삶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 인생이 되어있을거야.
호수 산책을 마친 뒤,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바다까지 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다시했다. 죠아써 가보자고!!!
+ 오늘 아야카에게, 메신저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도 될지 허락을 구하며 이름도 이니셜 A가 아닌 아야카(Ayaka) 이름 그대로 올려도될지 물었다. 그런데 답장이 너무 재밌어섴ㅋㅋㅋㅋㅋ이 역시도 허락을 맡고 올린닼ㅋㅋㅋㅋㅋㅋ귀엽고 재미있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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