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바쁜 날들을 보내던 중, 9월부턴 어학원이 시작되니 그 전에 여행을 한번 더 다녀올까하는 생각에
근처인 본 여행을 계획하여 다녀왔다. 가장 기대하는 목적지가 있었으니, 바로 베토벤 하우스!!
클래식을 잘 아는건 아니지만, 베토벤은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다보니 한번쯤은 꼭 들려보고싶었다.
뮌스터 성당을 들린 뒤 베토벤하우스에 다녀오고 또, 근처에 있다고 하는 독일 역사 박물관에도 다녀오면 얼추 저녁시간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집을 나갔다.
이 날은 독일도 더웠기에(30도..) 하루종일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채로 다녀야했다. 조금 더 시원하게 입고나갈껄ㅠ..
집에서부터 쾰른 중앙역을 거쳐, 본 중앙역에 도착하기까지 대략 한시간정도가 걸렸다. 쾰른 밑으로 본이 가까이 있고, 쾰른 위로는 뒤셀도르프가 있다. 다음달에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면, 그 땐 뒤셀도르프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본 중앙역에 내려 첫 번째 목적지인 뮌스터 대성당으로 향했다.
뮌스터 대성당을 검색해보니 나오는 명칭으론 ' Bonner Münster '. 사전을 검색해보니 das Münster는 독일어에서 대성당을 뜻한다는데, 그러면 '뮌스터 대성당'은 '대성당 대성당' 이라고 반복되어 불리는건가? 그리고 쾰른 돔처럼 Dom이라는 단어가 여기엔 왜 안쓰였을까? 싶었는데, 후에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왔다.
'독일에서 대성당을 뜻하는 돔 Dom 이 아닌 뮌스터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주교좌 성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쾰른 대성당의 건축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쾰른 대주교가 사실상 본에서 업무를 보고 미사를 집전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대성당 취급을 받았다. 1956년에는 '준 대성전'의 품을 받으며 명실상부 대성당이 되었다. 도르트문트 위쪽에 뮌스터라는 도시가 있고, 거기엔 정말 주교좌 뮌스터 대성당이 있으므로 여러모로 헷갈리는 이름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만 동어반복으로 사용되는건가 싶었으나, 독일어에서도 내내 비슷하게 동어반복으로 쓰인다고 한다.
<뮌스터 성당 이름에 대한 설명의 출처 : https://blog.naver.com/glasmoon00/223475966447>
11세기~13세기 사이에 지어졌다고 한다. 천년된 성당이라곤 들었는데, 11세기라는 숫자를 보니 새삼 오래된 건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은편으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스테인글라스의 다채로운 빛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중앙의 스테인글라스로 향하던 중, 옆을 보니 흑백의 스테인글라스가 있었다. 흑백으로도 만드는구낭..
평일 오전 11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편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고, 중앙에 위치한.. 음 이 곳을 뭐라고 할까... 조만간 진짜 성당에 대해 공부를 시작해야될까 싶다. 여튼, 중앙에 위치한 교단(?)에 홀린듯이 서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신을 향한 마음은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후세의 사람들 또한 그 마음을 잃지 않길 바라며, 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만들었겠지. 물론 이로 인해 때론 종교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렇게 웅장하고 기분이 자연스레 성스러워지는 공간에 있으면... 신을 향한 인간의 간절한 마음, 그런 것들이 먼저 떠오를 뿐이다.
스테인글라스의 맞은편, 즉 내가 들어온 문의 윗층엔 어어어엄청나게 커다란 오르간이 있다. 오르간 연주를 언젠간 꼭 들어봐야지... 집 근처엔 쾰른 대성당이 있으니, 오르간 연주 시간에 맞춰 가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웅장한 성당에, 오르간 연주까지 더해지면 얼마나 더 황홀해질까.
이곳저곳 둘러볼 정도로 성당 내부가 크진 않았으나 이 곳엔 중정이 있다는걸 들었던터라, 어느 문을 열어야 새로운 세계가 열릴지 고민을하며 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성당 부지 내의 또 다른 공간.
말그대로 지상낙원을 표현하자면 이런 곳이 아닐까 - 싶을정도로, 기대치못한 풍경이 나타나니 이 곳의 아름다움이 세 배는 더 크게 다가왔다. 중앙에 위치한 초록색의 식물들, 그 주위를 감싸는 밝은색의 벽돌. 독일에 온 뒤로 보고있는 여러 건물들, 특히 각각의 집을 볼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반드시 독일의 가정집처럼 집을 지어야지. 외부 벽돌색은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겠고, 창가엔 꽃을 달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거야. 창문도 독일처럼(유럽처럼?) 위로 열리는 식이면 좋겠다. 그리고 꼭 거실 옆엔 테라스를 만들어서, 해가 늦게지는 저녁이면 테라스의 식탁에서 저녁밥을 먹을 수 있도록. 지금 내가 지내고있는 이 곳 처럼.'
독일에 도착한지 이제 겨우 3주라, 이 곳에서 앞으로 내가 얼마나 지낼 수 있을지 아직 가늠이 안되어서 인걸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어떤 삶을 지내게 될까하는 생각들이 종종 떠오르는 요즘이다. 혹은 미래에 대한 작은 불안감, 이를테면 '만약 이 곳에서 취업이 안된다면?' 혹은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해버리고 싶어지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들이 이제야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인걸까.
(오히려 출국 전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걱정들이다. 그 땐 '그냥 가면 어떻게든 살겄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도착해 그 '살겄지~'가 이젠 현실이 되어 정말 살아가다보니, 앞으로 내 앞에 놓인 것들에 대한 퀘스트들을 직감적으로 느껴버린것 같닼ㅋㅋㅋㅋ)
그치만 이런 고민들은 결국 매번 같은 곳으로 흐른다. '한번 사는 인생~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는거지~' 로.
그러나 이렇게 마음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면, 또 언젠간 세차게 바람이 불어와 다시 휘저어놓겠지. 으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건너편에 앉아 무심하게 신문을 들춰보는 할아버지를 바라보고, 나도 노후에 이런 근사한 공간에 앉아 멋있게 신문을 펄럭이는 여유를 가진 할머니가 되어야지 - 하는 생각도 하다가(막상 할머니가 되는건 상상되지 않는다ㅠㅠ) 문득 시계를 보니 11시로 예약해놓은 베토벤 하우스 관람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곤 빠르게 엉덩이를 털고 자리를 일어났다.
뮌스터 대성당을 나와 베토벤 하우스로 부랴부랴 걸어갔다. 가는길에 마주한 베토벤 동상! 원래는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으나, 멀리서 카메라 줌을 땡겨 빠르게 찍고는 다시 마저 길을 향했다. 힣ㅎ
집 외관은 분홍색으로, 사진을 찍고싶었으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있어서 그냥 패스! 안내하시는 분의 설명을 간단히 듣고(어플 설치하라 등등) 벽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인식시켜 베토벤 하우스 오디오 어플을 다운받았다. 오늘 이 곳을 특히나 더 기대했던건, 이곳엔. 무려. 한국어!!!가이드가!!!!있!!!답!!!니!!!다아!!!!!! 대한민국 만세ㅠㅠ!!! 베토벤 하우스에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와서 인걸까?!! 이전의 샤를로텐부르크 궁전, 상수시 궁전엔 한국어 가이드가 없어 모국어의 부재에서 오는 서글픔을 뼈저리게 (ㅠㅠ) 느꼈는데, 이 곳에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감탄하며 이 곳의 모든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구욧~~!!! 1층부터 3층까지로, 넓진 않으며 협소한탓에 부딪히지 않게 옆 사람을 조심해가며 관람을 시작했다.
2층엔 세 개의 방이 있었는데, 가장 안쪽부터 베토벤의 악보 및 사용했던 물건들 -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교류했던 흔적 - 그리고 궁으로부터 받은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피아노를 배웠음에도 악보명을 읽는건 여전히 어렵다 ㅎ.. 베토벤이 만든 피아노 소나타 곡 중 14번인거고, 전체 작품에선 27번째인 것이며 그 중 두번째 인 것. (Opus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뒤의 넘버에서 다시 헷갈린다..) - 곡은 세 개의 악장으로 나뉘는데 그 중 1악장이 우리가 알고있는 다소 어둡고 육중한 분위기의 곡. 나는 이 곡을 들을때면 어두운 바닷가에 둥그런 보름달만 떠 있어, 모래사장을 한 곳만 비추는 - 마치 조명마냥 한 곳만 비추고있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3악장은 엄청 빠른 멜로디로, 이 역시 들어보면 '아 그거!!' 하는 곡이다. (지금 글을 적으며, 한국에서 가져온 CD플레이어로 듣고있당)
왼편의 초상화 속 여인은 공작 부인으로, 이름은 줄리에타 귀차르디. (악보에 쓰여있듯, 월광소나타는 줄리에타에게 헌정한 곡 이다.) 베토벤이 가르치던 피아노 학생 중 한명이었다고 한다. 베토벤이 정말 사랑했다고 하나, 신분의 차이로 이뤄지진 못했다고 한다. 뭐야...아련방구터져...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베토벤이 선물받은(이런 천재한텐 나라의 어디 땅 한쪽이라도 줘야되는거 아닐까..? 그곳에서 평생 살며 곡 왕창 만들라고 ^-^) 피아노가 나온다.
마침 당대에는 피아노가 열심히 만들어지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엔 건반을 눌렀을 시 줄을 뜯는 식으로 작동됐다면, 새로 선물받은 피아노는 작은 망치가 장착되어있어 건반을 누르면 두드리는식으로(그래서 오늘날의 피아노가 타악기로 분류되죠!) 소리가 났다. 이 피아노로 작곡한 곡이 피아노 소나타 29번, op. 106 '함머클라비어' . 독일어로 함머는 망치를, 클라비어는 피아노를 뜻한다. (CD플레이어의 CD를 급하게 월광소나타에서 함머클라비어로 바꾸어 듣는중)
너무나도 잘 알려진 곡들의 원본 악보를 이렇게 직접 보게되다니...!! 짱 신기했고, 무사히 잘 발견되어준 악보에게 고마웠으며 그리고 이를 해석하여(여러모로 읽기가 힘들어보였는데, 진짜 그렇다고 한다;) 오늘날의 우리가 알아볼 수 있게끔 옮겨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3층의 다른 공간엔 베토벤이 말년에 사용했던 보청기와, 침상에서도 작곡을 이어가기위해 사용했던 휴대용책상 및 그의 장례행렬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1층부터 시간의 순서대로 물품들을 전시해놓은 것 같다.
베토벤의 장례 행렬 그림까지 다 본 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집의 안뜰로 나왔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벽면이 햇빛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고보니 베토벤의 집 앞면은 분홍색이고 안쪽은 노란색이네?!
이렇게 베토벤 하우스 투어를 마치고 나오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독일 역사박물관! 그러나 이 사이에 가보고싶은 곳이 있어 잠시 들렸는데, 바로 본 대학에 속한 산책공원이라고 해야되나..! 명칭은 Hofgarten이다.
초록초록해진 마음으로 버스를 탄 뒤 독일 역사박물관으로 열심히 향했다. 사실 이때부터 조금 흥미를 잃었는뎈ㅋㅋㅋㅋㅋ베를린에서 본 역사와 관련된 전시들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어서인지, 또는 한국어 가이드가 이제 없다는 사실에 다시 좌절을 해서인지.. 독일 역사박물관에 가선 사진을 안 찍고 그냥 이곳저곳 살펴보기만 했다. 1945년 이후부터의 독일에 대해 3층에 걸쳐 엄청 넓게 전시해놓은 곳으로, 나치와 관련된 것들도 당연히 있었으며 또한 당시 독일의 생활상들이 두루두루 전시되어 있어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당시의 핵심적인 인물들과 관련된 것들(예를들면 독일의 제 1대 연방총리 아데나워가 사용한 물품이나 또는 그와 관련한것들, 스탈린과 관련된것들 등등) 도 매우 자세하고 흥미롭게 구성해놔서, 들어올 때의 지쳤던 마음과는 다르게 또 다시 시간가는줄 모르고 한참을 구경했다. (독일 역사박물관은 로버트 아저씨가 알려준 곳인데, 뮌헨에도 독일 역사 박물관이 있으며 그 곳은 이틀에 걸쳐 봐야될 정도로 엄청엄청 크다고 한다. 걍 독일에 대한 모든것이 있다고 함.)
사실 이쯤되니 독일어 설명문의 답답함도 익숙해져, 제목만 보고도 '음 이런 내용이겠지~'하며 대강 생각해버리는 나쁜 버릇잌ㅋㅋㅋㅋㅋ생겼다. 그나마 다행인건, 한국에서부터 조금씩 쌓아놓은 배경지식이 있어(사실 배경지식이라는 말 자체도 거대하다.. 걍 어디서 본 것!정도..) 독일의 전시회나 유명 인물들에 대해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관심을 던질 수 있다는 것.
다음달부턴 나의 희망인 어학원이 시작되니! 그리고 10월달엔 시험을 대비하는 반에도 추가로 등록해놨으니! 좀 더 방향성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겠지! 조금 더 향상된 독일어 실력으로 다시 찾아오겠어!!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