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기 컴!!!!!백!!!!!! 드디어 취업서류 관련한 답장을 받았거든요!!!!!!!
예에에에에전에 만들어놓은 '간호사' 카테고리에 드디어 글을 쓰는 날이 오다니... (감격)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뭐 하고 보내지...' 하는 고민과 함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던 지난날들이 스쳐지나간다.
취업 후, 거의 쉴 틈 없이 계속해서 일을 해오며 늘 바랐던게 '쉼' 이었는데.. 독일에 도착한 뒤, 쉬는 시간을 원 없이 가지게되니 어느 순간부턴 이런 백수 기간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목적이 없는 것. 내가 굳이 나가고 싶은게 아니라면 며칠이고 집 안에만 있을 수 있고, 아무도 만나지 않을 수 있으며(물론 집엔 로버트 아저씨가 종종 계시지만...!) 누군가와 말을 할 필요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다. (잠시만...이렇게 쓰고 나니.. 빡센 사회에 찌든 고달픈 현대인들에겐 왠지 아주 좋은 해독제가 될 것 같은 삶이잖아..?)
처음엔 마냥 좋을 줄 알았다. 사람에, 사회에, 상황에 이리저리 치이고 너덜너덜해진 뒤 집으로 돌아올때면, '빨리 독일로 튀어야지... 독일가면 진짜 아무것도 안 해야지... 놀고 먹고 책읽고 그냥 쉬어야지 으휴!!' 하며 속으로 백번 천번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2024년 5월 말, 2년정도 다녔던 정신병원을 퇴사했다. 2018년 3월부터 숱하게 이직해오며 어찌어찌 이어왔던 한국에서의 임상경력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그 뒤 6월 한 달 동안엔 독일어 어학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다. 7월 중순쯤 어학시험 불합격 결과를 받곤 '그냥 독일가서 다시 공부해서 시험 쳐야지~' 하며 조금 씁쓸해진 마음을 훌훌 털어보냈으며 출국 전 까진 가족, 친구들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과 만나며 굿바이 인사를 나누는 등 열심히 남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망의 8월 12일이 되었고, 그동안 내 마음속 피난처가 되어왔던 '독일'을 진짜로 마주했다.
한국에서 그토록 '떠나리라!!!'하며 숱하게 다짐해왔던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 나는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와하하하하 웃으며 싱글벙글 미소를 짓곤 룰루랄라 지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도착하자마자 (일기에 썼던대로 ^^..)한국이 그리워 엉엉 울었고, 그 뒤론 두 병의 향수병을(3개월만에..)겪었더랬다. 어느 날엔 진짜 아무것도 안 했고, 또는 이 곳에서 만나 친해진 사람들과 정신없이 놀기도 했고, 하루는 그저 맛있는걸 먹는게 전부였던 날도, 혹은 쇼파에 눕거나 테라스 의자에 앉아 마냥 책을 읽던 날도 있었다. 그동안 원했던걸 독일에 도착한 뒤로 다 해보고 이루며 지내왔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 할 일이 없어, 어쩐지 소외된 기분'은 점점 커져만 갔다.
소속이 없다는건 생각보다 꽤 큰 상실감을 가져오며, 뒤엔 불안함도 데려온다. (나는 마냥 자유로울 줄 알았지..훌쩍...) 학교라든지 직장이라든지, 다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데 나만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그 느낌. 처음엔 '아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하하하!!! 간호사 면허증만 있으면 안 굶어!!!!' 하며 자신만만하게 왔으나, 독일에 도착 후 서류를 접수하는 과정에서부터 조금씩 삐걱대니 '이게 맞나..? 나 지금 괜히 객기부리는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곧바로 피어올랐다. 이후 어찌어찌 정신을 다잡았고, 9월부터 보내기 시작한 서류는 11월쯤에서야 '서류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4개월을 기다리세요^^'하는 안내 편지로 돌아와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렇게 12월이 되었고.. 한국의 갑작스런 계엄령 소식에 나는 한 달동안 잠시 애국자가되어 사람들과 함께 탄핵시위를 진행하고 이후엔 크리스마스마켓을 다니느라 정신없는 한 달을 보냈다. 이후 새해가 되었고, 1월엔 3주정도를 한국에서 보내고나니 독일로 돌아온뒤엔 벌써 2월이 되어있었다. '편지엔 4개월을 기다리라고 적혀있었지만.. 그래도 2월쯤엔 뭔가 오지 않을까 ^^?' 하는 거대한 착각에 빠져 매일매일 우편함을 노려보기도 하고, 오지않는 편지를 기다리다 혼자 애틋해지기를 반복하며 또 다시 한 달을 보냈다.
그리고 3월이 되었다. 다행히도,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진행된 쾰른의 카니발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신나게 3월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래. 드디어 3월이다. 11월 12일날 접수가 완료되었다하니, 4개월 뒤인 3월 12일까진 진짜 오겠지. 2월달에 안그래도 내가 답답해서 한번 문의메일을 보냈었잖아, 언제오는지에 대해. 근데 내 담당자가 [4개월내로는 갈 겁니다] 했으니, 조금 더 여유롭게 기다려보자!' 그리고 대망의 3월 12일이 되었고- 우편함은 텅 비어있었다. 젠장.. 이 인간들아ㅠㅠㅠㅠ4개월내로 답장 준다며어어어어어!!!!!!!! 겉으로 최대한 쿨한척을 하며 기다려온 나였으나, 막상 우리의 약속기간이었던 4개월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자 13일부터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편지는 꿈에서나 뜯고 있었으며,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는 허망한 눈빛으로 창 밖을 바라보기 일쑤였다. 그리고 15일 토요일이 되었다.
'도대체 답장 언제오는거야..하...' 하며 어김없이 이 날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는데, 무심코 본 핸드폰에 로버트 아저씨의 연락이 와 있었다. 이유는? 뭐겠어!!!!!!!!!!! 취업서류 답장이 드디어 온거지!!!!!!! '내가 열어볼까???' 하는 아저씨의 물음에 나는 '네!!!제발!!! 당장!!!! 미친!!!! 최고다!!!!!'하며 물음표 살인마 마냥 미친듯이 재촉했다.
다시 정리해보자면, 나는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서 서류들을 챙겨 독일로 왔다. 그 서류엔 면허증부터 시작해 고등학교 졸업증명서, 대학교 졸업증명서와 시간이수가 기재된 성적표, 실습 확인서, 경력 증명서 등이 속한다. 이는 한국 간호사와 독일 간호사에 대한 일종의 '자격 동등성'을 비교하는 과정에 필요하며, 이를 'Anerkennung' 즉, '인증'으로 칭한다. 그리고 나는 그 Anerkennung 과정에 진입하기위해 서류를 제출해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것이고, 이제 이에 대한 Besched, 즉 '결정'이 난 것이다. 앞으로 내가 어떤식으로 인증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게 결정된 것이다.
선택사항은 두 가지! Anpassungslehrgang (적응교육)을 받아 인증과정을 이수하거나, Kenntnisprüfung (지식 시험)을 치는 것.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적혀있는데, 나는 당연히 적응교육을 선택했다. 다짜고짜 어떻게 지식 시험을 치르겠냐구^3^~~~!!!!!
앞으로 이수해야 될 이론 및 실습 수업과, 병원에서 진행해야 될 임상실습의 종류가 적혀있고 그 옆엔 이수 시간이 적혀있다. 적응 교육을 선택하는 나로서는, 앞으로 560시간의 이론 및 실습수업과 400시간의 임상실습을 마쳐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본격적인 독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따라서 나의 계획은, 실습하게 될 병원에서 우선 간호조무사로서 일하며 돈을 벌고 동시에 실습과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이리저리 굴려지다보면 독일어도 자연스럽게 늘겠지 흐헝헝헝 좋네 ㅠ_ㅠ!!!!!
편지를 받은 토요일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인 일요일 저녁쯤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곤 어느 아카데미를 골라 문의메일을 보낼지 고민했다. 아카데미는 앞으로 내가 다닐 간호학교같은 개념이며, 여기서 실습병원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또는 내가 개인적으로도 실습병원을 찾을 수 있다고도 한당!!) 일단 쾰른에서 가장 가깝고 도심에 있는 아카데미는...바로바로.. 쾰른 대학병원!!!! 대학병원...대학..병원..대학... 애증의 이름...대학병원... 그러나 아무래도 대학병원이니 교육시스템은 좋을것이란 생각에 우선 이곳으로 정해 문의메일을 보냈다. 혹시나 거절당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으나, 그러면 뭐.. 다른곳에 문의해봐야지!!!! 캬캬캬캬!!!!! 여전히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이제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좋으면서도 걱정되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다가도 곧바로 '못할건 또 뭐야! 하면 되지!' 하며 씩씩해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생 시작이겠지만, 한국에서 나름대로 온갖 산전수전은 다 겪어봤으니 그 짬바로 또다시 비벼보면 되지 않을까 >_< 그러나 이번엔 '외국어'라는 큰 장벽이 기다리고있다. 오....내인생 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