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후/쾰른_Köln (일상)

9월 8일 일요일 일상 : 옆 집 이웃과 함께 한 저녁식사

지영(JiYeong) 2024. 9. 9. 07:33

으아악!! 오늘은 나의 두 번째!!!!무려 두 번째!!!! 한식 요리날이다. 누군가를 초대하여 내가 만든 음식을 맛보이는것은 한국에서 지낼 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었는데... 독일에 도착한지 한 달도 안되어 두번이나 이런 이벤트가 생기다니..!!!

나는 음식 솜씨가 뛰어난 편이 아니며, 자취할 땐 그냥 내 입맛에 맞게 이리저리 시도하며 해먹었던게 고작이었다. 옥천집에서 지낼 땐? 당연히 엄마요리만 먹었쮜이~~~~~~ 그랬기에 진짜 요리는 너무 자신이 없었는데, 이 곳에서 지내며 매일매일 집밥요리를 옆에서 배우고 보고 또 직접 해보고 다같이 맛보다보닠ㅋㅋㅋㅋㅋ나중에 혼자 살게 되어도, 지금의 요리들을 비슷하게 흉내내볼 수 있을것 같다. 더불어 한식을 머나먼 이국땅에서 더 많이 만들게 될 줄이야..!!! 정말 인생은 오래살고 볼 일이다. 히히~~

 

어쨌든, 오늘의 메뉴는- 에피타이저로 떡볶이 그리고 메인요리로는 갈비찜, 후식으로는 몽쉘과 빼빼로 & 파인애플 & 무화과를 곁들인 풀코스로 준비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계속 웃겼던 점은, 로버트 아저씨의 정확성이었다. 내가 갈비찜과 떡볶이에 들어가는 채소로 둘 다 같은것을 준비하자 아저씨는 "감자, 당근, 양파가 두 요리에 똑같이 들어간다고?? 확실하니??"하며 물어보셨고, 나는 웃으면서 상관없다고 말했닼ㅋㅋㅋㅋ그 뒤 떡볶이를 불에서 얼마나 끓여야 되는건지 아저씨가 묻길래 "음...그냥..10분? 정도면 돼요!"하며 말하자 "정말?? 확실하니?? 여기 레시피(내가 써놓은 레시피)엔 시간이 나와있지 않아. 흠.." 하며 의심하셨닼ㅋㅋㅋㅋㅋ그리고 갈비찜이 너무 짜길래 물을 더 부었다고 말하자 "에엥??? 아까도 괜찮았는데?? 그리고 너가 보여준 요리영상속에선 국물이 거의 없었어!! 근데 물을 넣으면 다시 많아지잖아!!??" 하며 화들짝 놀래셨고 내가 그럴때마다 "괜찮아요~!! 한국음식엔 원래 국물이 많아요~~!!" 하며 말했으나 이미 나는 한국에서 음식을 해본 경험이 거의 전무함을 아저씨는 알고있었기엨ㅋㅋㅋㅋㅋㅋ내 말을 백프로 확신하는것같진 않으셨닼ㅋㅋㅋㅋㅋㅋ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리는 (다행히)맛있었고, 내 입맛엔 조금 짠것 같았으나 다들 괜찮다고 하길래 너무 고마웠다 ㅎㅎ...정말 할 수만 있다면 한국에서 한식요리 전문가를 모셔오고 싶었으나, 내 요리실력을 점차 늘려가는게 더 현실적이겠지 흑흑

 

요리를 하는동안, 로버트 아저씨가 오늘은 한국음식을 먹는 날이니 음악도 한국음악을 틀어야 된다고 했다. 나의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얼른 가져와서 열심히 아이유 노래를 틀었다 히히~~~~

 

 

왠지 장조림이 되어가는것 같았으나, 나중엔 꽤 갈비찜같이 꾸덕한 모양새로 변했다 ㅎㅎ 다행이얌

 

 

 

떡볶이 재료들!! 소스는 저번에 다녀온 뒤셀도르프 한인마트에서 사온것이다. 매운맛과 안매운맛인데, 매운맛은 나에게도 매웠다. 안매운맛도 조금은 매웠다.

 

 

 

오랜만에 보는 떡볶이!!!!!!! 반갑다 진짜!!!

 

 

옆 집 식구들이 준비해온 작은 선물.

 

처음에 로버트 아저씨가 젓가락을 놓으려 하시기에 내가 "오늘 요리는 포크랑 숟가락만 있어도 돼요!" 했는데 아저씨는 "아니! 오늘은 한국 요리이고, 또 젓가락이 있으면 우리에겐 더 이국적이잖아! " 하셨기엨ㅋㅋㅋㅋ웃으면서 같이 젓가락을 세팅했다.

 

 

우당탕탕 요리준비가 거의 끝나갈 때 쯤 '띵동~' 초인종 소리가 났고, 나는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끼야아아아악" 익룡소리를 내며 우리집 문을 열었다. 옆 집 식구들이 웃는 얼굴로 서있었고, 아주머니 S, 아들 M, 그리고 아저씨 M 순서로 들어왔다. M 아저씨는 손에 자그마한 화병을 들고 오셨는데, 그 안에 꽂혀있는 식물은 마당에서 막 가져온듯 무척 푸릇푸릇했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옆 집 식구들과 작은 식물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했다.

 

 

이곳에선 냅킨이 자주 사용된다. 간단하게 먹을때는 키친타월을 깔고 먹고, 조금 더 본격적으로 먹고자 하는 날엔 이렇게 냅킨을 준비한다. 메인요리용 숟가락과 포크, 디저트용 숟가락과 포크를 준비할 땐 어떤식으로 놔야 이곳의 예절인지도 알려주셨다. 가장 바깥에 있는 도구를 먼저 사용하고, 안쪽으로 갈수록 나중에 나오는 음식을 먹을 때 쓰는 것. 그리고 접시 위로 놓여있는건 디저트 용. 와인잔은 접시의 대각선(die Diagonale)으로 놓는다.

 

 

떡볶이를 에피타이저로 시작했는데, 안 매운맛 소스와 매운맛 소스를 준비하여 두 개의 후라이팬에 요리를 한 뒤 각각 두 개의 접시에 담아 원하는 맛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나는 처음에 매운맛 소스는 다음에 사용하고, 이번엔 안 매운맛 소스에 새로 소스를 더 안맵게 만들어보려 하였으나 로버트 아저씨가 "나 매운거 잘먹어~! 신라면도 먹어봤는걸!" 하며 분명하게 말하셨다. 그래서 나는 "오호?!?! 옥께이!!!" 하면서 힘차게 두 소스를 요리해 각각 두 개의 접시에 완성작을 담아냈고, 결과는 엄청났다. 매운맛 떡볶이를 먹자마자 로버트 아저씨는 "캬악!!!!!진짜 매워!!!!!"하면서 급하게 식빵 두 쪽을 가져오셨고, 옆 집 식구들 또한 기침을 하고 깜짝 놀랐으나 다들 괜찮다며 ㅠㅠ 열심히 먹으셨다. 매운맛은 나에게도 매웠고, 안 매운맛 또한 조금은 매웠기에... 졸지에 한국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준 한국인이 되었다. 연신 쏘리ㅠㅠ를 외쳤으나 그럴수록 다들 "괜찮아!!! 안매운맛도 조금 맵긴 하지만 좋아!!" 하며 열심히 먹었고, 그럴수록 나는 더 미안해졌다. 흐윽... 다음번엔 진짜 안맵게 직접 소스를 만들어야겠다.

 

 

옆집 M아저씨는 한국에 대해 궁금한점이 많아보이셨다. 떡볶이를 먹던 중 "이 요리는 전통적인 한국요리인거니? 다른 나라에선 안 먹는거고??" 하며 물어보셨기에 "네~! 완전히 전형적인 한국음식이고, 거의 매일 먹어요!" 하고 대답했다. 또 "북한에서도 이 요리를 먹을까?" 하며 궁금해 하셨는데, 그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터라 조금 망설이던 중 옆에서 로버트 아저씨가 "거긴 쌀이 없을껄~?!" 하며 시원하게 대답해주었다. 한국이 더는 무명의 나라가 아니기에, 우리가 아직 휴전중이며 남과 북으로 갈라져있다는 것 또한 당연히 외국인들도 알고있겠으나 막상 이렇게 듣고보니 조금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들에게 한국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푸르스름하고 보랏빛이나는 조명을 켰기에, 색깔이 조금 이상하게 나왔다 ㅎ.. 그치만 맛있었음!!!

 

 

이후 제대로 꾸덕해진 갈비찜과 냄비밥을 각자의 접시에 덜어 메인메뉴를 먹기 시작했다. 갈비찜을 먹기 전, 로버트 아저씨가 "다음 메뉴는 안매운거야~!" 하며 말했기에 모두들 조금 안심을 하몈ㅋㅋㅋㅋ 갈비찜을 먹기 시작했다. 다행히 질기지 않았으며, 달달했기에 떡볶이의 매운맛을 잠재우는덴 딱이었다. 다만 간이 짭쪼름했기에, 지금 일기를 쓰는동안에도 나는 물을 마시고 있는 중이다 하핫.. 조만간 뒤셀도르프의 한인마트에 한번 더 다녀와야겠다. 소스를 그냥 다 쓸어와야지!!!

 

메인메뉴까지 먹고 난 뒤, 로버트 아저씨가 야심차게 준비한 후식타임!! 여기엔 내가 한인마트에서 사온 몽쉘, 빼빼로가 올려져있닼ㅋㅋㅋㅋㅋ그리고 무화과를 4등분하여 조금 열어준 뒤 거기에 치즈와 견과류를 넣고 꿀을 발라 오븐에서 구워낸 디저트까지!!! 아저씨는 몽쉘과 빼빼로가 주인공이라고 했지만, 아무리봐도 무화과가 주인공이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열심히 디저트 손질중인 아저씨~~~ 이 때 나는 떡볶이를 만드는 중이었다.

 

 

이렇게 치즈를 올려주고 견과류까지 올려준다. 그리고 오븐에서~~ 음.. 굽는 시간을 까먹었다. 20분이었나..?

 

 

준비해둔 무화과를 오븐에 넣으니 이후 말랑말랑 부드러워졌다. 정말 맛있었다! 무화과는 독일어로 die Feige. 대략 [파이게] 로 발음된다.

 

 

 

왼쪽 위가 무화과 디저트, 그리고 오른쪽은 빼빼로와 파인애플, 밑엔 몽쉘. 조명때문에 숯검댕이처럼 나왔닼ㅋㅋㅋㅋㅋ

 

 

내가 열심히 옆 집 가족들과 떠들고 있던 중, 로버트 아저씨가 메인 접시를 치우려하여 나도 같이 도우려했으나 아저씨가 "괜찮아! 내가 하면 돼. 앉아서 마저 이야기 나눠~!" 하셨기에,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최대한 귀를 쫑긋 세우고 다시 독일어 듣기에 집중을했다. 이제는 조바심 보다도,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내가 이해하지 못한게 티나면 어떡하지? 싶은 얄팍한 마음이랄까...? 표정 연기만 날로 늘어가는 요즘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인지, 아까 대화 도중 옆 집 M아저씨가 "지영, 혹시나 이해 못하는게 있으면 여기있는 누구에게든지 물어봐. 알겠지?" 하며 말을했었다. 그건 비단 이 식탁에서뿐만이 아닌 일상생활도 포함된다는걸 말하는것 같았다. 사실 거짓말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요즘 내가 대화도중 조금밖에 이해를 못했으나 아닌척하며 말을 해도 로버트 아저씨는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음- 너 지금 이해 못했어. 그렇다면~" 하며 다른 단어를 사용해(심지어 영어까지 동원하옄ㅋㅋ) 계속해서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이다. 곳곳에 독일어 선생님들이있어 든든한것과,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원동력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이다 히히~~

 

후식까지 다 먹은 뒤엔 잠시 보드게임 시간을 가졌다... 이름을 까먹었는데, 아쉬타카였나..? 문제를 내는 사람 한명과 푸는사람 다수로 이루어진 게임이다. 문제 유형은 듣고보면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아!?!'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선 일년에 잃어버리는 자전거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휴지가 발명된 년도가 언제인지하는것들! 문제를 푸는 사람 중 터무니없는 답을 했거나 정답과 멀리 동떨어진 말을 한 사람에겐 각자 가지고있던 레드카드를 몰아준닼ㅋㅋㅋㅋㅋ내가 룰을 알맞게 이해한게 맞다면^^! 막간을 이용한 보드게임도 끝나고, 저녁식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다들 즐겁게 굿바이 인사를 나눴다. 참, 식사중엔 한국어로 다들 "안녕~!"을 배웠는데, 이걸 활용해 집에 갈땐 서로에게 "안녕~~!"을 외치며 귀엽게 헤어졌다.  

 

내일부턴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독일에 도착한지 이제 5주차가 되는 셈이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최소 6개월은 지낸 느낌인데, 이제 한 달을 채워가고 있구나. 새로운 한 주 또한 금방 지나갈것 같은게, 12일 목요일엔 로버트 아저씨의 아들 J의 생일이라 그 전까진 편지지와 작은 선물을 찾아보러 쾰른에 다녀올 예정이고 금요일쯤엔 옆 집 아들인 M의 피아노를 구경하러 옆 집에 다녀올 예정이다. 그렇다, 옆 집 아들 M은 일주일에 한번씩 집으로 찾아오는 일본인 피아노 선생님에게 피아노수업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회를 내가 놓칠리 없지. 가서 나의 짤막한 반짝반짝 작은별을 연주할 것이며, 식사 도중 나온 '엘리제를 위하여'도 한번 쳐 볼 것이다. 물론 미리 승낙을 다 받아놓은 상태! 옆 집 아들 M은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성격이라, 혹시나 나 때문에 마음에 부담감을 가지면 어떡하나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뭐... 혼자 치는것보단 둘이 치는게 더 재밌지 않을까!?!?! 어떤 피아노일지도 너무 궁금하고, M의 피아노 솜씨는 더더욱 궁금하다. 다음주는 비가 오고 흐릴것으로 예상된다는 만큼, 실내에서 더 재미있게 보내야지 캬캬캬~~

 

마지막으론 할머니 고양이의 낮잠타임 사진을 올리며 일기를 마무리한다. 끝!

 

 

너...무..귀여워서 순간 소리지를뻔했다.

 

아..폭신한 천연침대에 누워 따사로운 햇빛을 받는 고양이라니...

 

입을 틀어막고 소리쳤으나, 이미 깨워버렸다. 죄송해여 할머니..

 

이만 가겠습니다 총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