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후/쾰른_Köln (일상)

8월 30일 금요일 일상

지영(JiYeong) 2024. 8. 31. 06:33

어제 목요일엔 쾰른에 있는 어학원에 다녀왔다. 떨어졌던 B2 시험에 다시 신청하기 위해서였으며, 또한 10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총 5회가량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시험대비 집중수업에도 등록하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수업을 이해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해봐야지 뭐!!! 어쨌든 지금보단 독일어가 나아지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다녀왔다.
또한 집에서 조금 더 가까이 있는 어학원에선 주 2회가량 한 학기동안 진행되는 B2 정규수업이 있어, 여기에도 등록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마다 읽기&쓰기 수업이 무료로 열리길래, 여기에돜ㅋㅋㅋㅋ등록해놨닼ㅋㅋㅋㅋㅋㅋ
일단 여기저기 수업은 왕창 등록해놨고...오케이. 나머지는 미래의 내가 알아서 잘 하겠지 ^-^!
(조만간 스케쥴 어플을 다운받아 수업과 시간을 좀 정리해놔야겠당. 이러다가 실습까지 시작되면 더 바빠질테니!!)
 
평일수업은 다 저녁 6시에 시작된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는데, 아마도 성인들을 위해 저녁시간대로 편성된거겠지? 
어떤 사람들이 올까, 무척 궁금하다. 소속없는 일반 성인에서, 왠지 귀염뽀쨕한 학생으로 변신하는 것 같아 조금 설렌다.
사실 새 학기에 입을 새 옷도 사다놨는데 >_< 생각해보니 나는 자전거를 타고 통학할 예정이라, 왠지 어학원에 도착해있을때 쯤이면 이미 땀에 쩔어있을것 같기도 하다...으엑...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마침 새로 오픈한 마트에 들러 간단한 간식거리들을 샀다.

비건칸에 마련된 다양한 요거트 및 푸딩들. 맨 밑의 티라미수를 사왔는데, 윽..너무너무너무 달았다...

 
독일마트엔 비건식재료나 비건음식이 많다는걸 들었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 정말 한가득이었다. 한국에선 대형마트인 이마트정도에서야 간신히 볼 수 있었고, 그마저도 한 라인에만 진열된게 고작이었는데(대체로 냉동식품. 비건만두나 대체육 등등) 여기는 요거트류만 냉장고 두 짝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식물성 식품을 연구하고 유통하는게 외국에서 먼저 시작되었을테니, 이렇게나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나보다.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여기서 내가 가본 식당들은 어땠더라.. 일단 아시아 식당에선(한식당은 아직 안가봤음!) 대체로 메뉴가 많다보니, 당연히 그 중 비건메뉴도 상당부분을 차지하더라. 그 다음으로 베이커리. 다양한 빵 종류는 말할것도 없고, Vegan 이라는 마크가 붙어있는 샌드위치류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외에 아직 바깥에서 파스타나 피자같은 현지(?) 음식은 먹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당연히 메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것이라 생각된다. 식당에서 먹는 피자나 파스타는 왠지 비쌀것 같아서 조금 망설이고 있는중인데, 조만간 한번 먹어봐야지 !!
 
이번주는 로버트 아저씨가 바빠, 우리끼리 식사를 해결한다. 이 날 목요일 저녁엔 옆 방 세입자인 A와 함께 감자조랭이떡 같은걸로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밥을 먹는 동안, 평소 A에게 하고싶었던 질문들을 천천히 말하며 물어봤다. 그리고 주제는 자연스레 연애이야기로 흘러갔고, 나의 짧은 독일어 실력으론 A가 해주는 이야기를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어떤 말을 하는것인진 대강 느낄 수 있었기에 즐겁게 저녁식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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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요일인 오늘! 점심 12시경 A의 업무가 끝난 뒤  같이 쇼핑센터에 갔다. 독일의 가을은 생각보다 빨리 오는것 같아, 늦기전에 두툼한 옷들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라인강변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을 탈 계획이었으나, 비가 오고 하늘이 흐려 그냥 쇼핑센터로 계획 변경!! A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둘 다를 소유하고있어, 오늘은 자동차를 타고 편하게 쇼핑센터로 향했다. 멋찐 어른이야...!!! 부러웍!!!!!
 
한국에도 있는 브랜드인 H&M이나 ZARA도 보였으나, 가격은 여전히 비쌌기에.. 조금 망설이던 중, A가 이곳엔 빈티지샵도 있다며 그 쪽으로 안내했다. 내 기억상 빈티지샵은 주로 대전에서 다녀본게 고작인데, 대형 창고에 옷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쌓여있거나 한없이 많은 옷걸이에 제각각 걸려있는게 빈티지샵에대한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치만 독일의 빈티지샵도 무척 궁금했기에, 사실 빈티지샵을 먼저 말한건 나였고! 그래서 빈티지샵이 입점해있는 쇼핑센터를 찾은거구낭.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은 옷들이 정말 많았고 그에 비하면 가격은 너무나도 합리적이었다. 사실 놀랄만큼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으나, 정말 새 것 같은 브랜드 후드티가 삼만 오천원. 아이보리색의 밝은 컬러인데도 뭐 하나 묻은곳 없이 깨끗한 츄리닝 바지도 삼만 오천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찔끔찔끔 내리는 비에 맞서기 위해선 우산보단 우의가 있어야되겠다 싶어, 오늘 우의를 사겠노라 다짐하며 왔는데- 웬걸!!! 엄청 튼튼해보이는 짙은 남색의 우의가 고작 6만원!!! 딱 봐도 15만원은 넘어 보이는 퀄리티인데, 정말 새 옷 같은데!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니.. 왠지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당 ㅎㅎ 이 맛에 빈티지샵에서 구매하는구나싶어, 나중에 혼자서도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A는 쇼핑을 그리 즐기는 타입은 아니라고 로버트 아저씨가 저번에 웃으며 말을 했기에, 최대한 빠르게 샥샥샥 옷을 골랐다 후후후. 그러나 다행히 A에게도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던게, 튼튼해보이는 캐리어를 발견했기 때문. A는 다음주 수요일부터 이집트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잘 다녀와아~~!!
 

점심을 먹은 뒤 후식으로 A가 쏜 버블티. 독일에서도 버블티가 인기만점이다. 버블티가 독일엔 언제 들어온건지 물어봤으나, 잘 모른다고 한다. 그치만 꽤 오래됐다고 함.

 
이후 집으로 돌아와 한 무더기로 산 옷들을 정리했고, 창 밖을 보니 어느덧 해가 빼꼼 내비치고있어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후딱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조깅을 나갔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햇빛을 받으며 땀을 흘리는건 언제나 즐겁다 ^3^
 

길에서 자주 만났던 이름모를 열매. 사진을 찍어서 A에게 '이거 먹으면 나 죽으려나..?' 하며 보내자 '아니. 근데 배아플겨' 한다. 'Ne aber kriegst Bauschmerzen.' 동사 kriegen을 사용했고 du는 생략. kriegen을 검색하니 '병을 얻다' ,'병 나다'할때 쓰이는 동사다. 오케이 오늘의 단어에 추가~!

 
 

점점 하늘이 푸른색으로 바뀌고있당. 신난다~!

 

햇님이 본격적으로 나와, 넘 뜨거워지는 바람에 찾아낸 나무 길. 달리기에 너무 좋다.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아, 노래부르면서 뛰었닼ㅋㅋㅋㅋㅋ더 숨이 차게 되니 왠지 운동효과가 2배는 되는듯했음 힛
높은 건물이 없는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달리고 나면 저절로 심신이 안정된다. 상쾌해지는건 덤~!!!

 
한시간정도 뛰고난 뒤, 집 근처 작은 공원으로 돌아와 간만에 나의 루틴 스트레칭을 했다. 달리기와같은 유산소 운동을 한 뒤에 꼭 하는 나만의 스트레칭인데, 독일에 오고 처음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이 동네가 편해지는 느낌.
과거에 이곳저곳 지역을 바꿔가며 수없이 이직을 했을때도, 늘 잊지 않았던건 달리기와 스트레칭이었다. (자전거를 사고 난 뒤엔 자전거타기도 추가!) 일상 속 루틴이 결국엔 나를 지켜준다는 말 처럼, 자주 바뀌었던 환경속에서도 그 지역에 정을 붙이며 살 수 있었던건 나의 루틴인 달리기와 스트레칭 덕분이었다. 마치..음...강아지가 산책하면서 이곳저곳에 소변을 보며 영역표시를 하듯, 내가 새로 도착한 지역에서 집 근처의 산책로를 탐방한 뒤 한바탕 뛰고 스트레칭까지 마무리하고 돌아오면 그제야 '이곳은 내 나와바리다~'하며 안심하게 된달까. 그래서 이민가방에 옷을 챙길때도, 운동복만 한 트럭은 됐기에- 덕분에 지금 운동복 걱정은 없다 히히. 
 
이후 A와, 로버트 아저씨의 아들 J와 함께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마친 뒤 (로버트 아저씨가 늦게 들어올때면 우리의 저녁식사는 단촐해진닼ㅋㅋㅋ오늘 아저씨는 회사에서 열리는 여름축제에 갔다. 독일에선 이맘때쯤이면 회사마다 Sommerfest를 하는것 같다. 말그대로 축제. 다같이 술마시며 음식먹고 즐기는 것!) 무엇을 할까 나 혼자 고민하다가, 마침 저번에 산 '고양이도 휴가가 필요해요 Auch Katzen brauchen Urlaub' 책을 낭송하며 이들에게 발음교정을 받아야겠다! 싶어 큰 맘 먹고 책을 가져와 A와 J앞에 섰다. 사전에서 미리 찾아본 화법조동사의 변화형태를 생각하며 더듬더듬 그러나 위풍당당하게 말을 했다. "Ihr müsst mir helfen! ...ähm....deutsch zu lernen... wenn ich das Buch spreche, dann... überprüft ihr mich. (너희는 나를 도와야 해!! 그..머시냐...독일어 공부하는거... 내가 이 책을 말하면!! 그러면...너네가 나를 점검해줘)"
 
+ 낭독하다 vorlesen. 이 단어를 기억하지 못해 sprechen만 외쳐댔다 휴... [liest vor / las vor - vorgelesen]
 

문제의 그 책.

 
 
갑작스런 나의 선언에 둘은 눈만 껌뻑이다가 3초 늦게 이해하곤 'okay! gut! (그래! 좋아!)' 하며 흔쾌히 승낙했다. 후후 고맙다 친구들이여. 나의 장점인 외향적 성향을 앞세워, 쇼파에 다리꼬고 앉아있는 이 둘의 가운데에 척! 하고 코리안 스타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엣헴' 하며 목을 풀고 낭독을 시작했다. 나는 중간중간 독일어 알파벳의 Ü (한국어론 '위' 하며 소리가 나지만 좀 더 다르다..) 와 R (목 긁는 발음..)발음에 계속 애를 먹었는데, 그럴때면 이들의 눈동자가 커지며 무한반복 테이프처럼 계속 발음해주는게 즐겁고 고마웠다. 그리고 나는 내 발음이나 상대의 발음이나 비슷한것 같았는데, “아니 너는 '휘-' 이렇게 발음하고 있어. 근데 그게 아니라 이거야” 하며 웃는 얼굴이지만 진지한 어조로 말하는 J, 그리고 내 오른편에서 정확한 입모양을 계속 보여주며 같은 발음을 반복하다 결국 “Ü랑 R 잘 연습해놔 지영. 내가 여행다녀오면 다시 확인하겠어!” 하며 당부하는 A를 보니, 이들에겐 조금 미안했으나 그 순간들이 너무 웃겼기에 나는 자꾸 혼자 빵터지고 말았다. (나중엔 둘 다 지쳐서 핸드폰 봄 ㅠ) 
 
그런데 나의 발음만 오류였던게 아니라, 사전에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외래어들이 책에 자꾸 등장하여 이것 또한 이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J가 "아니 이거 누가 쓴거야? 어디서 샀어? 책 왜이래?" 하며 저자를 살펴봄과 동시에 책의 출처를 물었고, A는 "맞아 이거 좀 별로다. 지영, 저 쪽 선반에 있는 로버트의 책이 훨씬 낫고 쉬워. 저걸 읽어" 하며 바닷가 표지의 책을 가져다주었다. "이거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 있으면 연필로 줄 쳐. 괜찮아" 하며 로버트 아저씨의 책이지만 A가 대신 승낙해주었곸ㅋㅋㅋㅋㅋJ는 '이거는 어때? 어렵지만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필독서야.' 하며 인디언 표지에 벽돌 두께만한 책을 내려놓으며 장난스레 웃자 옆에서 A가 "아니 뭔소리야 그건 너무 어렵지!"하며 지적했닼ㅋㅋㅋㅋㅋ 이후에도 책 선반에서 J는 "그러면 이 성경책은? 칸트는? 괴테는?" 하며 계속 장난을 걸었곸ㅋㅋㅋㅋ 그를 째려보는 A. 결국에 J가 추천해준 책은 어린 왕자! 그치만 J는 A와는 다르게 "이 책에 밑줄을 쳐도 되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 하며 아빠에게 물어볼것을 권하였고 당연히 나는 두 책 모두 로버트에게 말을 한 뒤 읽을 예정이었기에, 내일 로버트에게 말하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이렇게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었고, 내일은 다시 토요일이다. A는 오늘 오전근무만 했기에 내일도 일을 하러 가야되며, J는 내일 친구집에서 파티가 있어 거기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 간만에 집에서 하루종일 지내며 밀린 단어공부를 하고 시간표를 정리하며 대강 9월의 계획을 짜봐야지.
 

A와 J가 집 선반에서 꺼내어 준 책. 좌측은 어린왕자, 우측은 시 형식으로 된 에세이? 같다. 제목을 직역하면, 나의 꿈을 위한 모래사장-정도 되려나..!! 나는 '나의 꿈이 있는 모래사장'이라고 의역하련닷